증인선서 거부한 원-판, 진실 없는 청문회?

정치 / 김진영 / 2013-08-20 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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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는 빠진 국정조사, 與野 핵심 빗겨난 설전만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증인은 선서를 거부하며 입맛에 맞는 질문만을 골라 받았고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민들이 진정 알고자 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실체에 접근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핵심 증인은 입술에 침을 바르고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의 핵심 증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재판 등의 사유로 14일 불출석 한데 이어 16일 결국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증인은 증인선서를 거부하며 증언의 ‘진실성’을 흐렸으며 곤란한 질문에는 아예 답변을 피하기까지 했다.

증언에 앞서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은 “만약 증언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전달될 경우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선서를 거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을 향한 질문은 수사 축소·은폐 의혹과 수사 발표 과정에 있어 배후 세력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쏠렸다.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분석관들이 분석한 증거물을 기초로 서울경찰청이 덮은 것을 수서경찰서는 바로 압수수색해 1월 일목요연하게 수사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작년 12월 서울청의 발표는 축소, 은폐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허위로 분석했다는 문제 제기는 전혀 동의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이 아니다”라며 “증거 분석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해 전혀 지침을 주지도 않았다. 업무 자체를 잘 모르면서 관여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상황실장이던 권영세 주중대사와의 통화여부에 대해서는 “권영세 현 주중대사를 전혀 모른다. 만나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또 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지난해 12울 15일 누구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는지 의혹을 제기하자 그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출석한 원 전 원장은 마찬가지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국정원의 댓글활동은 대북심리전이 목적이었다고 못 박았다. 또 댓글 작업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북한이 대남 공작을 비판하면서 사이버를 강화했고 미국도 사이버사령부를 만들었다”며 “거기에 대응해서 국정원 심리전단을 확충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여러 가지 정권 홍보 댓글을 달았느냐”고 묻자 “그렇게 보고 받았다”며 “구체적 사안은 잘 몰랐지만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보고를 받고 북한 때문에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대공심리전 차원에서 댓글을 달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이 국정원 기능이나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핵심 빗겨간 수박 겉핥기식 청문회

핵심증인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캠프의 권영세 주중대사와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 그리고 김 전 청장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근거로 수사 발표일을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영선 의원은 “박 전 국장과 김 전 청장이 12월16일 통화했고 권 대사와 박 전 국장이 12월 11~16일 수차례 통화했다”며 “김무성 의원은 12월 16일 정오 기자간담회부터 허위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CCTV 조작 의혹과 국정원 매관매직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김도읍 의원은 “특정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면 영상녹화실에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두둔했고 윤재옥 의원은 CCTV 녹화를 지시한 김 전 청장의 진술에 이어 “전체 맥락을 제쳐두고 일부분을 발췌해 허위 수사발표인양 보도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면서 민주당이 제시한 증거가 짜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경대수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기밀을 누설하고 미행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데 해당 직원이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꼬집었고 김태흠 의원 역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전·현직 직원이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와 사전 공모해 국정원을 활용했는데 실패한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하며 “그 대가가 매관매직 사건이라고 정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의 핵심은 과연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대선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이나 여야 의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2011년 비(非)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되는게 문제라고 한 것은 국정원 업무와 상관이 있는 지시사항인가?”라며 한차례 질문을 던지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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