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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악재로 위기에 선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 회장ⓒNewsis |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내수불패’ 신화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 이하 현대기아차)이 최근 잇단 리콜‧화재‧누수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잠재적인 노사대립으로 불안하던 정규직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 하반기 성장세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아직 불법파견과 관련, 비정규직 노조 문제 역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상황인데다 미국 시장에서 또 다시 리콜사태가 벌어졌다. 현대기아차 측은 매출 성장을 기록한 성적표를 발표했지만 향후 소비자 불만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비판의 날이 선 상태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노사 간 Win-Win(윈-윈)전략을 내세우는 형국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이조차 역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람 잘 날 없는 현대기아차로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태세다.
고질적 병폐 ‘파업’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의 장기화 물결 속에 기업들은 노사 간 분규를 최대한 줄이자며 윈-윈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노사 분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6일 파업을 예고하더니 14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까지 파업을 불사하겠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노조가 모두 파업에 들어간다면 현대차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추가적으로 (정규직)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려면 1인당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자금이 드는 현 시점에서 노조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8일,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6년까지 비정규직 3,500명에 대한 전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현대기아차 사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고질적 병폐로 ‘노사대립’을 꼽으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앞서 일어난 사건들을 제대로 매듭지지 못한 현대기아차에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가고 있다.
불법 파견 사태의 경우 사과나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겠다고 먼저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은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도 않고 단지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처사는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정규직 전환에 앞서 사과나 피해보상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어야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업계 전반적으로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타파하자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유독 현대기아차만 파업 카드를 꺼낸 원인은 ‘마인드의 차이’로 볼 수 있다”면서 “매년 파업을 무기로 삼아 회사와 협상해 왔고, 결국 회사는 이를 받아줬기 때문에 노조로썬 대화와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사측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기아차)노조 역시 회사나 경제 전반,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동차전문가는 “지금 현대차에는 예측할 수 있는 문제와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고질적인 노사 갈등을 극복해야만 품질 향상은 물론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파업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현대차 4차례, 기아차는 최근 10년간 2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거르지 않고 파업을 벌여왔다. 비정규직 노조 뿐 아니라 정규직 노조조차 파업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여름휴가 기간에도 정몽구 회장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전시에 가까운 불안한 상황을 드러냈다.
현대기아차가 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외부 관계자들은 노조 측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되는 패턴이 반복되자 노조가 파업에 따른 이익을 버리지 못하고 이를 반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이를 용인하고 수용하는 등으로 대응해온 사측 역시 책임감이 있다는 게 업계 지론이다.
최근 사측은 이에 강경한 대응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손실액은 1,500억 원 상당이며 생산 차질 대수는 7,000여대로 막대한 손해를 피할 수 없다”면서 “잦은 파업은 결국 해외 공장 가동률을 높여 국내 생산 감소분을 만큼을 메워야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불패신화
아직까진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1위라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잇단 리콜‧화재‧누수 등으로 현대차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2%(△1,316억 원)줄어든 2조4,60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인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내수 부진은 물론 글로벌 이미지 추락에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안타깝게도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과 동남아 제2의 자동차 수출국가인 태국이 홍수에 휩쓸리면서 확보했던 포지션을 한 순간에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엔저 정책도 현대기아차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상반기를 포함한 올해 7월까지의 미국 시장 실적은 도요타와 같은 일본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다. 미국과 일본 브랜드를 포함한 주요 7개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현대차만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0.3% 감소했다. 타 브랜드들의 경우 낮게는 2.0%부터 높게는 12.9%에 이르기까지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수불패‘로 불렸던 현대차의 국내 강세 이미지도 사라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활성화로 국내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대비 19%가량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70%대에서 등락 중이긴 하지만 전과 다른 추세에 바짝 긴장할 만하다. 최근 불거진 싼타페 누수 논란에 현대차 측이 무상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등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잦은 인력 교체 품질 저하로 이어져
내수부진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무분별한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생산 품질 저하다. 파업 등으로 공장을 중단하는 것보다 생산라인을 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예정돼 있던 83,000대의 생산이 날아가 1조7,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참고로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4년을 제외한 22년 동안은 계속 파업이 이뤄졌는데 이를 계산하면 120만대의 생산에 해당하는 13조3,730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이처럼 강성 노조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현대차에서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7시간이다. 타 해외 브랜드의 경우 포드는 20.6시간, 닛산은 18.7시간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인력 편성 효율성은 해외 공장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이는 전적으로 노조를 탓하는 시각도 크지만 사실 현대차의 품질 저하는 회사 측의 책임이 더 크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완성차와 같이 심도 있는 작업에 무분별한 촉탁직이나 초단기 계약직,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투입하면 분명 불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 사측이 2010년 이후 노동자들을 부당징계하고 그 자리에 일용직을 투입해 다량의 불량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촉탁계약직이 투입되면서 전환배치를 목적으로 숙련된 비정규직을 공정 이동시킨 것도 모두 불량의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고질적 병폐는 파업으로 시작해 내수시장의 불안,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현대기아차 정몽구號(호)의 위기로 이어졌다. 위기를 맞은 현대기아차가 사태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정몽구 회장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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