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 꼴불견, 속태(俗態)·악태(惡態)·추태(醜態)...당신의 에티켓은 몇점?

People / 육인숙 작가 / 2013-08-21 10: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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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인숙의 풍경소리(5)
▲ @Newsis
[일요주간=육인숙 작가] 광복절인 지난 15일에는 오랜만에 귀가 호사를 누린 날이었습니다. 서울시향의 광복 68주년 기념음악회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3층까지 메운 만좌(滿座)의 표정을 보니 모두 한 생각이지 싶어 흐뭇했습니다. 바로 그때 잠잠했던 까칠한 성격이 발끈하고 일어섰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의자를 톡톡 건드렸고, 앞에 앉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꼰 다리를 까딱거리기도 하고 다리를 뻗어 올렸다 내렸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귓전에서 맴도는 아름다운 선율을 마음속으로 불러 모으며 잊고 있었던 생각 한 가닥도 잡아들였습니다. 성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사회생활에서의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했는지, 나의 꼴불견은 어떤 것이며 에티켓은 몇 점이나 되는지 숙고했습니다.

조선 문인 옥소(玉所) 권섭(權燮)의 저서인 옥소고(玉所稿)에는 〈첨산삼연삼계(添刪三淵三戒)〉라는 글이 있습니다.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의 글을 보고 권섭 자신의 생각과 새로운 항목을 더하여 지은 글로, ‘삼연의 글에 첨가하여 삼가야 할 세 가지 계명’이라 풀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17세기 당시, 인간사의 꼴불견들을 상세히 기록함으로써 스스로 경계하려 했던 저자의 의도가 행간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권섭은 저속한 행태인 속태(俗態), 추악한 행태인 악태(惡態)에다 더럽고 지저분한 행태인 추태(醜態)를 추가하여 경계해야 할 행동들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모았습니다. 그 내용의 몇몇만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사람을 만나자마자 바로 이름을 묻는다, 병을 말한다, 조금 이롭지 않게 되면 자신의 궁한 운명을 한탄한다, 부채를 흔들며 거드름 피운다… 등을 당시의 속태라 했습니다. 특히 많은 악태 중에는 남의 집에 가서 문서를 뒤진다, 남이 숨기고 싶어 하는 일을 억지로 캐묻는다, 말끝마다 아무개 벼슬아치가 자신과 친하다고 말한다, 술이나 음식을 강권하거나 요구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장황하게 말하며 남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등등입니다. 마지막으로 콧구멍을 후벼 판다, 손으로 발가락을 문지르고 냄새를 맡는다, 남의 빈 벽에 제멋대로 침을 뱉는다, 아무 데고 오줌을 눈다, 종일 음담패설만 한다… 등을 추태라 적었습니다.

환경이 열악했던 옛날과 최첨단 문명사회인 오늘날의 문화차이에도 불고하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이의 꼴불견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다 오늘날의 속태, 악태, 추태를 더하여 보았습니다.

속태(俗態).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돌아다니며 하는 고성방가, 조용한 도서관이나 공공장소에서의 또각또각 무 개념의 구두소리나 슬리퍼 끄는 소리, 만원인 버스나 전철에서 다리를 꼬고 까딱거리며 큰소리로 통화하거나 흥얼거리는 태도, 말끝마다 씨발·졸라 혹은 좃나 하며 떠드는 거칠고 참람한 입담, 왜곡된 역사드라마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무지렁이로 만드는 역사의식 0% 방송사들의 시청률인기몰이, 진실에는 아랑곳없이 자기주장·자기학파·자기이권만이 우선인 단체나 학자들의 빈 수레만 요란한 면벽공심, 뒷동산에 오르며 초특가 명품등산복장으로 치장한 허영심 등.

악태(惡態).
어린이와 연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본능의 칼을 휘두르는 인간망종(亡種)의 광기,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가지고 장난치는 파렴치한들의 이기심, 입만 열었다 하면 망언이고 눈 가리고 아웅 했다하면 위법이며 부정인 몇몇 권세가들의 오만방자함, 꽁무니가 구려도 내 배 차고 내 주머니 채우면 양심도 죽 끓여 먹는 소위 졸부스타일의 물질만능주의, 국민의 정서와 알권리를 상대로 주판알 튕기기에 급급하며 나라를 좀 슬게 하는데 앞장서는 언론사들의 허장성세, 양심까지 버려 자연을 오염시키는 비도덕적 행위, 하늘 아래 사람 없고 땅 위에 사람 없는 안하무인격의 망동(妄動),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가정폭력 대물림 하는 인간말짜들의 드살, 날로 서슬이 오르고 시퍼레지는 인심세태(人心世態) 등.

추태(醜態).
술만 마셨다 하면 때와 장소 불문하고 해대는 무단방뇨·무단토악질에다 시비여하 막론하고 물고 늘어지는 주정, 대낮부터 인사불성 되어 대로에 큰대자로 뻗어 있는 무뢰한,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있는 대로 다리를 벌리고 앉는 사특함, 물불 못 가리고 아무데서나 쪽쪽거리고 비벼대고 더듬어대는 알음알음의 콩깍지들, 염치는 물에 타서 마시고 체면은 잘라먹은 나잇살과 그에 걸맞지 않은 차림새, 소위 교육열로 치부하는 허랑방탕한 이국에서의 치맛바람, 남들은 열심히 본분을 다하고 있을 때 뒷전으로 물러나 거들먹거리는 딴전 등입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의 꼴불견이 옛날보다 훨씬 더 중증입니다. 아무리 제 몸 제 돈 제 멋이 우선이고 자기만족시대라지만 품위를 잃은 자아존중감은 사회문화를 빠르게 저속화시킬 뿐입니다. 무엇이든 지나치고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어딘가 탈이 나고 흠이 생기는 것이 인간사이기 때문이니까요.
사람은 서로에게 거울입니다. 다른 사람이 행하는 추악한 행동은 바로 내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어떻고 사람들이 어떻다고 타박하기에 앞서 나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은 어떠한지 짚어가며 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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