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체계' 대혁신…회복적 ‘수정주의’로

e산업 / 이상현 변호사 기자 / 2013-08-21 13: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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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상현 변호사, 위민형벌 ‘형사조정’제도 ‘전통적 刑法’ 성찰, 범죄예방 사회복귀 연착륙 산물
조정절차에 의해 결과를 사건처리 또는 판결에 반영

[일요주간=이상현 변호사] ● 형사조정제도의 탄생 배경

전통적 형사사법체계는 형벌이라는 부가를 통해 범죄의 예방효과와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꾀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형사사법의 기대 효과에 의문이 적극 제기된다. 형벌 수단을 통해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도 오히려 범죄율과 재범률 등이 줄지 않았으며, 엄벌만이 능사이지 않아 비효율적 범죄들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에 대해 통찰하고 형집행의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형사제재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한 시대적 반응의 귀결로서 전통적 형사사법을 보완하는 회복적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형사조정제도는 바로 이러한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형사사건을 조정에 의뢰하고 그 결과를 사건처리 또는 판결에 반영하는 일체의 절차를 형사조정이라 한다. 여기서 조정(調停)이란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사건 당사자를 중개하고 쌍방의 주장을 절충하여 화해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화해(和解)는 분쟁의 당사자가 양보하여 분쟁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당사자가 직접 분쟁해결에 나서지 않고 제3자에게 맡기는 중재(仲裁)와 구별된다.

▲ @Newsis

조정과 중재는 재판 절차 없이 분쟁 당사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여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법률적으로는 구별된다. 즉, 중재는 제3자의 판단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당사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 반면 조정은 제3자의 조정안에 대해 분쟁 당사자들이 승낙하면 화해가 이루어지지만 그 조정안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어 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형사조정제도의 태동은 때늦은 감이 적지 않다. 이미 활성화된 민사조정제도를 보면 확연이 알 수 있다. 민사 사건에서는 조정제도가 법제화되어 시행되어 왔고, 최종 판결에 이르기 전에 조정절차를 통하여 당사자 사이의 조정으로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때는 일부 법원에서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경향이 심해진 탓에 사건 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이 볼멘소리와 지적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민사조정 제도는 판결로 가기 전에 양 당사자가 양보하여 화해하고 종국적으로 해결함으로 인하여 상호 관계 개선 및 소송에 따른 비용 소모를 제어하는 등 상당한 이로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만큼은 요지부동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전 형사범들의 실제 현실은 어떠하였는지? 곰씹어볼 필요가 있다. 형사 재판과 그에 이르는 수사 과정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화해를 모색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법 규정과 절차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사소한 피해가 생긴 범죄 사유에서조차 형사 처벌 절차가 법원까지 속행됨으로 인해 과잉 처벌과 이에 따른 전과자 양산 등 사회적 폐단이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양 당사자 간 화해를 도모하는 제도가 고려되었고, 그 결과 구체적인 조정 제도가 법규 또는 지침화 되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형사조정위원회’신설, 조정회부 성립율 꾸준한 증가
민사소송법 연계 규정이나 '특별법 제정' 효력 높여야


● 형사조정! 구체적 절차는?

검찰은 2007년 1월 1일부터 ‘형사조정제도’를 시행하면서 동년 5월 1일부터 대검지침인 ‘고소 사건 형사 조정 실무운용 지침’에 따라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의뢰하여 부수적으로 형사조정을 운용하여 왔다.

그러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범죄피해자보호법상 순수한 피해자 지원 단체임을 감안하여 그 설립 목적에 맞게 본연의 임무인 피해자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형사조정 기능을 폐지하였다.
이후 각 검찰청에서는 신설되는 형사조정위원회에서 형사 조정을 시행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여 2009년 11월 10일부터 시행된 대검예규 제493호 ‘형사조정실무운용지침’에 따라 ‘형사조정위원회’를 신설하고 각 검찰청별로 형사조정위원들을 선발하여 형사조정 업무에 임하고 있다.

일례로, 광주지방검찰청의 연도별 형사조정건수에 대하여 살펴보면, 2008년도 조정회부 207건 성립율 39.%(82건), 2008년도 조정회부 218건 성립율 34.4%(75건), 2009년도 조정회부 293건 성립율 40.6%(113건), 2010년도에는 10월 30일 기준으로 162건 성립율 42% 등 조정회부 건수와 성립율에 있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 형사 조정! 어떻게 진행하나?

지역 검찰청 별로 형사 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십 명의 형사 조정위원들을 선별하여 임기 2년으로 그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2010년도부터 광주지방검찰청의 형사 조정위원으로 선발되어 매월 1일 2건 정도의 형사 조정에 임하고 있다.

조정 진행의 구체적 진행과정과 절차는 민사 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정 당일 보통 2건의 사건이 조정위원회로 회부되며, 조정회부는 검사 직권으로 하는 경우 또는 고소인, 피고소인 양 당사자의 조정회부신청 및 동의에 의한 경우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임금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거의 대부분 검사 직권으로 조정위원회에 회부되며, 금전 피해가 있는 사기, 횡령 사건 등 재산 범죄 사건에서도 피해 액수가 크지 않거나, 액수가 크더라도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 도출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검사 직권 또는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하여 회부된다.

보통 한 사건당 1시간 배정으로 진행되고, 오전 시간의 경우 10시 1건, 11시 1건을 한 팀의 형사조정위원회가 위원장 1명, 형사 조정 위원 1명, 검찰입회계장 1명 등으로 구성되어 형사 조정을 수행하게 된다. 같은 날 오후 2시 1건, 3시 1건 진행되는 형사 조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오전과 오후 각각 형사조정팀이 투입된다는 측면만 다르다.

사건이 양 당사자 사이에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게 되면 고소 사건의 경우 고소취하서, 합의만으로 처벌이 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에는 합의서, 임금체불 사건에는 진정취하서 등이 형사조정결정서와 조정결과보고서와 함께 작성된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각 해당 서류의 내용을 확인하고 자필 서명한 뒤 오른손 엄지 무인을 날인하며, 이후 해당 서류들은 사건 담당 검사의 주도하에 직접 관할한다.

그러나 조정이 결렬되면 조정결과보고서에 조정불성립으로 확인 작성되고, 불성립된 사건은 담당 검사가 원안대로 수사 과정으로 이행하여 최종 수사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 형사조정 효력과 추후 개선방안

여기에서 오해하지 않아야 할 것은 형사 조정의 성립으로 당사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거나, 형사조정결정문에 피해금액 배상이 적시되었지만 민사조정 확정에 따른 집행력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에는 합의가 이뤄지고 진정취하서가 제출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하여 기소를 하지 않는다.(불기소 처분)

하지만 사기 사건의 경우에는 혐의가 인정되나 합의가 이뤄진 경우, 단순한 양형 또는 기소 참작 사유로서 담당 검사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기소유예(예컨대, 사기 피해액이 겨우 단돈 일백원처럼 피해가 극히 경미한 경우 기소를 유예해주는 것)하거나 벌금형 등 형을 감경하여 구형을 할 수 있을 뿐 아예 무혐의로 처분하거나 기타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기 사건의 가해자가 조정에 응하여 형사조정결정서에 2개월 안에 얼마를 피해자에게 갚겠다고 명문화 하였다 하여, 민사 판결문처럼 피해자가 형사조정결정서를 근거로 피해자의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는 없다. 그러한 면에서 이는 단순 약정서 이상의 효력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는 딜레마 역시 상존한다.

다만, 형사조정 처리 기간(1~3개월 등 다양함) 내에 약정이 지켜지지 아니하면, 고소취하서 또는 합의서는 검사에게 최종 수리되지 않는바, 가해자가 자신의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그 합의된 조정 내용을 지키도록 압박하는 효력은 분명 있다 할 것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형사처벌 시간을 벌기 위하여 진정성 없게 조정에 응하는 일부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부담 없이 이용되는 단기적 책임 회피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형사 조정의 많은 긍정적 흡인력에도 불구하고, 법적 효력의 결핍으로 인해 형사조정이 사실상 반쪽 의미의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형사 조정이 보다 확실성 있고 안정성 있는 조정 모델로 담보되려면 단순히 가해자에게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서 조정에 임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법과의 연계 규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하여 형사조정도 민사 조정과 동일하게 확정력, 집행력 등을 부여하는 쪽으로의 진척이 바람직하다고 간주된다.

아울러 민사 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배제하게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입법부, 사법부, 법무부 등 상호간의 심도 깊은 논의와 그로 인한 접점이 강구되어야만 한다.

본인이 참여한 형사 조정으로,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해당 주민간의 상호간 의심과 불신으로 명예훼손 사건이 벌어져 형사조정에 회부된 사례이다. 고소를 한 입주자대표회장은 금전보상이 아닌 단지 명예회복 조치를 바랬고, 고소를 당한 주민은 자신들의 오해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내비췄던바, 상호간에 화해와 용서의 조치가 이뤄져 형사처벌 없이 아름답게 순조롭게 마무리 된 경우이다.

국가 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범죄자와 피해자 간의 합의를 반영하며, 분쟁의 원만한 해결과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꾀하는 회복적 사법의 이념에 그 토대를 두고 있는 형사조정제도!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사회의 화해와 갈등 봉합이라는 측면에서 형사 조정 제도는 분명 기여하는 바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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