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너’ 정준양·이석채 사퇴종용 진실은?

e산업 / 이희원 / 2013-09-03 1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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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민영화 공기업 포스코·KT 인사파동 시나리오
사임종용‧행사 참석 리스트 배제되자 ‘퇴진설’ 증폭
KT “지금은 때가 아니다. 주파수 경쟁으로 명예 회복할 것”
중국 간 철강 산업 경쟁 민감한 포스코 “확대해석 말아야”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최근 포스코 정준양 회장과 KT이석채 회장의 ‘퇴진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 재계 및 정관계 안팎에서 진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이른바 ‘성공적인 민영화’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아직까지 ‘국민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씁쓸하다. 지분을 매각하며 ‘민영화’를 했다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가 거론되는 등 인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KT와 포스코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기에 CEO에 대한 임면권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청와대 측에서 KT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퇴진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두 회장이 함께 청와대 행사 초대 명단에서 제외되며 이들의 거취 문제에 대한 소문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과 이 회장의 낙마를 원하는 세력의 움직임 탓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 실적부진과 인사파동 논란으로 퇴임설에 휩싸인 KT이석채 회장 ⓒNewsis

청와대 수석 사퇴 종용

지난 29일, 한 언론사 보도로 불거진 KT 이석채 회장의 ‘퇴진설’이 재계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퇴진설’의 근원지가 증권사 찌라시가 아닌 청와대 조원동 수석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김행 부 대변인은 “(조 수석에게)확인한 결과 이(석채)회장에게 퇴진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강력하게 부인하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 회장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명단에서 제외되며 ‘조기 사임’설은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가 이 회장의 후임으로 KT 출신 인사들 외에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국회의원 등을 지낸 인물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이 회장의 ‘퇴진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KT측은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면서 명확한 입장은 회피하는 상태다. 이 회장의 거취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MB 정권 당시 임명된 이 회장은 청와대 등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KT는 국민연금이 8.6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정부 지분은 없다. 이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중수 전임 사장이 중도 낙마하면서 KT 사장에 취임했고 2009년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2012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이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고 항변한 것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돈다. 주파수 경매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미도 되지만 주파수 경매에 성공하면 집권 연장의 명분이 생길 거라고 본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2일 주파수 경매에서 KT가 성황리에 접수하자 이 회장의 입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KT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월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7월 월별 적자는 141억 원으로 지난 2분기 당시 당기 순이익은 1,33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8%가 줄어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주파수 배분 실패로 LTE(롱텀에볼루션)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됐고 여기에 문어발식 사업확장까지 KT의 발목을 잡으면서 ‘방만한 사업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에 관련업계는 이번 청와대 최측근의 ‘조기 사임’ 언급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당시 포스코 정준양 회장 등과 함께 배제된 점도 들며 결국 정권 교체 후 ‘MB’의 낙하산을 내보낸 자리에 새로운 낙하산이 자리를 잡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증권 성준원 연구원은 “KT의 3분기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으로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 하더라도 내년도 영업이익이 1조4,700억 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 된다”고 설명했다.


▲ 퇴진설에 휩싸인 포스코 정준양 회장ⓒNewsis


초대받지 못한 자


KT와 함께 ‘민영화한 공기업’인 포스코는 2000년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민간 기업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2009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한 차례 연임 이후 오는 2015년 임기가 끝난다.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 정 회장의 ‘퇴임설’이 제기된 것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첫 날인 27일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최 국빈만찬 리스트에서 정 회장이 제외되면서 부터다. 특히 이날 리스트에는 ‘퇴임설’에 휩싸인 KT 이 회장도 참석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중소기업 위주로 국빈만찬에 초청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1991년 중국에 진출한 포스코가 2012년 기준 49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점을 볼 때 불참 배경에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11개 공기업집단을 제외한 51개의 대기업 집단 중 재계서열 전체 6위인 포스코를 제외했다는 것은 의외의 결정이 아니냐는 게 업계 분석이다.

포스코 입장에서 세계적인 철강 산업의 불황 속, 저가 공세로 나서고 있는 중국의 철강사들의 진입으로 매출 신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국과는 예민한 관계이기에 더욱 민감한 사항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그리고 중국의 1위 철강기업인 바오스틸(Baosteel)에 이어 굳건히 3위의 자리를 지켰던 포스코는 2011년 4위, 이듬해인 지난해 5위로 추락했다.

일단 포스코는 확대해석은 경계하는 눈치다. 포스코 측 관계자는 “(정 회장이)다른 행사 일정으로 중국으로 하루 늦게 출국했고 28일 경제사절단 전원이 참석하는 조찬과 오찬에는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회장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은 2기 체제에 돌입했으며 정권이 교체되면 이와 함께 회장이 바뀌던 포스코의 전례와는 달리 여전히 회장직을 수행중이다.

정권 교체 시나리오 ‘제물’

그렇다면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놓고 정부가 개입할 권한은 과연 있나. 물론 이들 두 기업은 법적으로는 민영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정권의 개입이 의무화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현재 이들 기업은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두 기업의 산업이 통신과 철강 산업으로 국가 간판 산업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며 뚜렷한 대주주가 없고 외국인의 지분이 절반에 가깝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손 떼기를 주장하고 주주들만의 인사권을 행사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애매한 형국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삼성과 같은 순수 민간기업과는 다를뿐더러 민영화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기업의 이미지가 잔존해 있다. 결국 이런 사유로 정권의 입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부분 개입은 인정해야한다는 게 업계 주된 판단이다. 현실성이 약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말이다. 다만 2015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것을 뒤집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바로 측근 인사를 배정한다면 이는 이전 정권인 MB의 낙하산 인사와 다를 것이 없지 않겠냐는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KT와 포스코의 수장이 모두 퇴임설에 휩싸이자 눈독을 들이는 주변 인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수장이 변경될 경우 임원진은 물론 계열사까지 물갈이 하는 경우가 파다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들 민영화된 기업들을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무늬만 민간기업’이라는 두 기업을 놓고 박근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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