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는 오수유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쓰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속을 따뜻하게 하고 뱃속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하여 통증을 없애는 효능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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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유는 암세포가 더 커지기 전에 분열하지 못하도록 하여 결국 암세포를 죽게 하는 효능이 있다. |
배고픔으로 고생하던 인류의 역사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비만을 걱정하게 된 시대로 주위에 눈길 한번 돌리기만 하면 맛있는 음식이 우리를 항상 유혹한다. 그래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할 정도이다.
하지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풍부한 먹거리와는 달리 아직도 배고픔과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삶 자체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 음식을 눈으로만 즐기지 몸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음식을 들기만 하면 배가 아프고 탈이 나고 몸이 나빠진다면 군침을 돋우는 음식은 가히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병원에서는 위염이니 장염이나 등등 각종 위장계통의 질환 이름을 붙이기는 하지만 속 시원하게 증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평생을 두고 고생하는 사람들도 주위에는 많다. 그래서 어느 병원 이름에는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문구를 넣기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먹고 자주 속에 탈이 나는 증상의 원인의 하나로 위장이 허하고 찬 것을 든다. 조금 찬 음식을 든다든지, 배를 차갑게 한다든가 하면 어김없이 복통이나 설사를 겪어야 하는 고통이 따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더운 날에도 차가운 냉면도 차가운 냉커피도 심지어 냉장된 우유마저도 쉽게 마시지 못한다.
이런 경우 한의사들은 속을 따뜻하게 해주면 증상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흔히 오수유(吳茱萸)라는 한약재를 사용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오수유탕이 바로 이런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일 것이다.
오수유탕은 오수유를 주약재로 하고 여기에 인삼과 생강 대추를 더한 처방이다. 보통 속이 허하고 차서 음식만 들면 토하거나 설사하고 머리가 차갑게 아프며 손발이 찬 사람들에게 특효가 있는 처방이다.
또 속이 허하고 찬 것이 원인이 되어 몹시 손발이 차고 맥이 약한 사람들에게 처방하는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이나 새벽이면 꼭 설사를 하게 되는 속이 찬 사람들에게 활용하는 사신환이라는 처방도 바로 오수유가 주약이 된다.
오수유(Evodia officinalis)는 쌍떡잎 식물인 운향과에 속하는 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원래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동의보감에는 경주에만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지방이 자생지인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오수유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쓰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오수유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뱃속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하여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몸에 차가운 기운이 쌓여서 나타나게 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는 배가 차갑고 쥐어짜는 듯한 모든 통증과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 및 토하고 설사하거나 심지어 손발에 쥐가 나는 정도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담을 없애고 몸 안에 있는 온갖 노폐물이나 몽우리 등을 없앨 수 있다고 언급되어 있다.
원래 오수유는 중국 오나라에서 자생하였다. 중국 전국시대에 오(吳)나라는 초(楚)나라에게 수유(茱萸)를 조공으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초나라 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의사가 이를 자기 정원에 심게 되었고 훗날 초나라 왕이 속이 차가워지면서 몹시 아프게 되었는데 모든 약에도 효과가 없던 병세가 바로 수유를 달여서 복용케 하자 증상이 사라졌다. 이에 초나라 왕은 수유를 오나라에서 가져온 귀한 약재라 하여 오수유라고 부르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실제 오수유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실험에서 오수유를 10% 알코올로 추출한 다음 정맥주사하였더니 강력한 진통제인 아미노피린과 거의 같은 정도로 통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진통효과는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를 억제하여 일어나게 되며 대개 2시간 반 정도 지속된다. 여기에 오수유는 생강과 같이 복용하는 경우 구토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오수유는 혈압을 내리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오수유를 달인 물이나 농축액을 정맥주사하거나 마시게 되면 혈압을 3시간 정도 내리는 것으로 실험결과 나타났다. 더욱이 혈압을 내리면서도 심장 뛰는 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혈관은 확장시키는 않는 결과도 보였다.
오래 전부터 위장질환의 치료에 사용된 오수유는 실제 실험에서도 위장의 기능을 촉진하고 스트레스성 위궤양을 억제하는 효과에 소염 및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의 기능도 촉진하여 저농도에서는 소장을 흥분시키고 고농도에서는 소장의 경련을 억제하였다. 심한 설사를 유발시킨 동물에서도 오수유를 달인 물을 마시게 하면 정상적인 위장의 운동을 회복하게 하여 설사를 멈추고 반대로 장의 운동이 느려진 경우에는 정상적인 장의 운동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오수유는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이나 여름철 설사의 주범인 콜레라균 그리고 기계충을 일으키는 두부백선균 및 기타 무좀균이나 다른 곰팡이균에 대해서도 강력한 항균작용을 보인다.
최근 오수유는 비만 치료와 관련된 연구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오수유는 비만을 일으킨 실험동물에서 몸 중심의 온도를 1도 정도 내리는 효능이 있다. 반면에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반응으로 몸 안에서의 지방 연소가 촉진되어 피부표면의 온도는 즉각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는 체온을 올려 추위를 덜 타게 만드는 효과와 동시에 지방 연소로 체중을 줄어들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오수유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통하여 지방세포가 되기 전의 세포가 지방세포로 변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결국 오수유는 체중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한약재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실험동물에서는 오수유를 먹인 쥐는 똑 같은 음식을 먹은 쥐에 비하여 체중이 늘지 않고 오히려 지방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항암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오수유의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오수유는 암세포가 더 커지기 전에 분열하지 못하도록 하여 결국 암세포를 죽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 우리 몸의 방어 기전을 도와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오수유는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도 탁월하다. 오수유는 일반적으로 염증이 발생했을 때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차단하며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많아지는 것도 억제한다.
날씨가 이젠 제법 서늘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더위로 고생하면서 시원한 것이 좋더니 사람은 간사해서인지 따뜻한 곳이 그립기도 하다. 평소 속도 차고 몸도 차고 혹 마음도 차다면 오수유 가볍게 달여서 따뜻한 차를 음미하는 것은 어떨까. 위장병도 고치고 암세포도 없애고 비만도 벗어나고 염증도 없애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어디 술 한 잔이나 커피 한 잔하고 비교하겠는가.
◆ 송봉근 프로필
- 송봉근 교수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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