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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하이브리드 디젤 엔진 내부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관계자 ⓒNewsis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한국완성차 업계 속 외투기업의 실체는 실로 암담한 모습이다. 완성차업계의 생태계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봉착하자 외국계 자본이 이들 업계를 흡수하는 한 축이 등장하는 구도가 이뤄졌다.
이에 정부는 ‘신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해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 매몰되면서 헐값 매각에 따른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이에 전문가 집단은 친환경자동차개발 등 의 필요성 등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지난호(417호)에 이어 <일요주간>은 자동차 전문가인 정명기 교수가 주장하는 한국완성차 업계 속 외투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정책의 필요성과 제도적 장치, 그리고 정부의 역할 등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정부 편협한 정책···성정동력산업 물적 토대 마모·잠재적 경쟁자 육성 ‘부작용’초래
새로운 생태계 적응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 필요
한국완성차업계는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이 형성한 재벌이 곧 산업조직을 형성해왔으며 그 다른 한 축을 외국계자본이 차지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재벌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줄 뿐 아니라 외국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력조차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미국의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제네럴 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에 막대한 구제 금융을 투입시켜 사실상 ‘국유화’조치를 취했으며 프랑스와 독일 역시 자국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한 구제 금융과 함께 수요관리 정책을 실시하는 행보를 이었다.
미국 등 강대국이 무리한 구제 금융을 취해서라도 이들을 살리려고 한 까닭은 바로 자국의 기술력 유출 방지 및 잠재적 경쟁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정명기 교수는 “(한국)정부가 추진한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은 곧 산업정책 가운데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해고 등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이를 사전적으로 혹은 사후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 교수가 말하는 ‘산업구조조정정책’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을 구성하는 두 가지는 산업구조조정정책과 산업조직정책으로 나뉜다. 이른바 국가의 고부가가치 상품생산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성장과 분배 및 환경 등의 질을 높이는 것을 ‘산업구조조정정책’이라 말한다.
앞서 1970~80년대까지 주요 자동차생산국들은 이 같이 자국 산업의 성장 촉진을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산업조직정책에 초점을 맞춘 반면 독일과 일본은 산업구조조정정책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왔다.
정 교수는 “세계 각국들이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된 1990년대를 맞이하자 기업환경 개선 및 규제완화 등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경쟁력정책’은) 이후 WTO체제하에서 전통적인 국내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허용범위가 극도로 축소됐기에 각 국가들은 자국의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립적 지원정책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후 1998년 외환위기를 맞자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강조됐다는 것. 여기서 한국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자유치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당시 한국정부는 부실위기에 빠진 기아와 대우, 쌍용 그리고 삼성차를 해외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면서 “결국 대우는 GM으로 삼성은 르노로 쌍용은 중국 상해기차가 인수하고 기아는 현대가 인수함으로써 2000년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외국계자본이 자동차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등장하는 구도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호에서도 언급했듯 정부가 추진한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의 문제점은 이른바 ‘헐값 매각’에 의한 국부 유출은 물론 신업 발생 등의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미명아래 ‘기업재건형 구조조정’이 아닌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 매몰된 실례를 드러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렇듯 편협한 정책으로 국부유출은 물론 성장동력산업의 물적 토대를 마모시키는 결과를 내놨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고용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뿐만 아니라 기술유출에 따른 잠재적 경쟁자를 육성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결국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국내기업은 독점지배력의 강화로 소비자 효용의 감소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했고 외자에 매각된 기업들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해 미래 성장잠재력조차 무너져 이는 국민경제의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세계시장 역행하는 한국 정부
그렇다면 정 교수가 주장하는 정부의 할 일은 무엇일까.
그는 “세계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무한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산업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은 대표적인 성숙산업으로 분류된 자동차산업에서 ‘친환경자동차 개발’이라는 기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결국 이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의 부활은 물론 도약의 기회를 삼을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줬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도 미국과 비슷하게 다양한 지원 정책을 수립해 추진해왔으며 이로서 부활의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산업정책의 중요성은 일본과 EU(유럽연합) 등 정책의 활용도에서도 눈에 띄게 드러났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산업정책을 추진했다는 것. 일본과 비슷한 정책을 내보인 게 바로 EU다.
이들 국가들은 자동차와 관련한 각국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주요 자동차 생산 국가이며 판매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은 환경 규제를 자국의 자동차산업 육성과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생태계 변화과정에서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수다.
예를 들면,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한 친환경적 고성능 엔진개발과 전장(전자장비개발)화에 따른 고부가치화를 위해 대규모 R&D(연구개발)투자가 정부와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의 협력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전 세계자동차산업시장은 자동차 산업 개편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만 한국은 ‘R&D투자’는 물론 새로운 교통시스템 구축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도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는 R&D 비용을 아끼지 않으며 국가 전체 R&D 지출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GM으로 한번 곤혹을 치른 미국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유럽 내 ‘클린 디젤차’의 증가다.
정 교수는 “한국정부는 지난 정권 당시 ‘2013년 그린 카(Green Car) 4대 강국 진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못했다”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린카란 자동차 배기가스로부터 클린한 환경을 보전하자는 하이브리드 카의 개발을 의미한다. 특히 디젤 차량을 이용한 ‘클린 디젤카’는 독일은 물론 유럽시장에서 대세로 떠올랐고 한국은 이에 역행하거나 발전하지 못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제적인 친환경차 개발 경쟁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쌍용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D투자 및 정책 전환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정책은 어떠했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정책은 이러한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는 여기서 쌍용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었던 하이브리드 엔진개발을 담당했던 쌍용차를 계속해서 해외매각으로 처리해버리는 정부의 정책적 선택지에서 과연 한국정부의 정책이 경쟁 국가들의 자동차산업정책보다 앞서간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효율 친환경 디젤엔진으로 국내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독일자동차업체들의 기술개발능력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정책을 언제까지 외면만 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자동차시장이) 기존의 생태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친환경 자동차 개발은 국가적으로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문제 대응이라는 측면과 업체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교수는 지금껏 일관되게 유지해온 자동차산업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과 함께 사후적으로 억제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완성차업계 속 외국계투자기업은 전형적인 지대추구적인 ‘채권회수형’구조조정정책으로 한국산업 전반에 대량해고, 국부유출, 기술유출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게 현실이다. 제도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다시 쌍용차 비극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는 “정부가 쌍용차 교훈을 살려 자동차산업정책의 방향을 소비자중심, 국민경제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호에서는 자동차 전문가인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와의 세 번째 시간으로 ‘노동연대의 글로벌화’에 대한 인터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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