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논란' 문재인의 승부수 "나를 소환하라!" 맞불, 속셈은?

정치 / 김진영 / 2013-10-15 08: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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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DJ 탄압, 노무현의 그림자까지
▲문재인 민주당 의원.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이 대화록 사초실종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손을 떠나 검찰에게로 공이 넘어갔지만 때 이른 중간수사발표와 더불어 ‘문재인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을 양상해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문재인 의원이 들고 나온 카드는 ‘셀프소환’ 요청이었다. 성명서 안에는 ‘책임자’로서의 결연함도 엿보였다.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DJ 때리기, 채동욱 사건 2탄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51대 49로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의원을 두고 정치검찰과 공안정국의 피해자로 볼 것인지, 사초실종과 영토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당사자로 책임을 물을 것인지 여론이 휩쓸리고 있다.

‘셀프소환’에 담겨진 속내

대화록 사초실종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검찰팀이 지난 2일 돌연 중간발표를 감행했고 이어 소환 대상자로 지목된 참여정부 인사들이 한데 뭉쳐 ‘(진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내 놓겠다’던 참여정부 비서실장, 문재인 의원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성명서에 담긴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검찰에 대한 비판, 그리고 셀프소환 요청이다.

먼저 문 의원은 검찰에 대해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2009년 ‘정치검찰’”이라고 평하며 “묵묵히 수사에만 전념,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내 몬 가해자를 검찰로 지목하고, 제 2의 피해자로 자신을 지목하고 있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의 중간수사발표에서 나온 핵심 내용인, 초안의 삭제 및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도 “e지원 시스템 때문에 e지원 속에 남아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했다. 지난 4일 “대화록은 있고 NLL포기는 없다”는 다소 모호한 발언에서 진일보한 적극적인 답변이자 반박인 셈이다.

그러면서 “e지원 사본에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는 최종본이 국가기록원 문서관리시스템에는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노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성명서 발표 하루 전인 9일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박성수 변호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검찰의 수사 영역으로 일임한 것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이동형 작가는 “문재인 의원 입장에서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시기나 내용면에서 ‘삭제’나 ‘복구’라는 단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에 충분히 탄압이나 왜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또 성명서를 통해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면서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냈다. 그간 NLL 논란의 중심에 서서 공식적인 발언을 삼가면서 두문불출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 의원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지난 1년 여간 여당과의 소모적인 정쟁을 이어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이 문 의원을 향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마레커뮤니케이션즈 이재관 대표는 “사실 이 문제는 작년 대선 때부터 불거져 온 것이고 1년을 끌고 있는 사안인데 당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바로잡았으면 야권에서도 지금처럼 곤혹스러운 입장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시에) 친노가 나서서 명확히 입장정리를 해줬어야 했는데 민주당에서도 친노 입장만 지켜보다가 국민들의 궁금증만 키운 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성명 내용과 관련, “검찰이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인데 정치권에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다만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예전 노무현 탄압처럼 야권 탄압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에게 드리운 두 그림자

역사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흐르면서 반복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번 NLL 논란 역시도 역사의 한 흐름에 편승해 과거 두 명의 인물이 겹쳐진다는 것이 친노 인사들의 이번 성명에 대해 내놓은 의견이다.

먼저 참여정부 출신의 민주당 김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현재 문재인 의원의 상황에 빗대었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최근 일련에 벌어지는 사건이 박정희 대통령이 경쟁을 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주 모질게 정치탄압을 했던 70년대 상황, 그게 다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한테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면서 “대단히 촌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규정한다”고 언급했다.

문 의원의 생각도 같으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책임론에 대한 정면 돌파로 해석하면 좋을지에 대한 물음에는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문재인 의원의 생각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지만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 의원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아주 극소수의 분들이 제기하는데, 그분들은 늘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해온 분들이라서 별로 가치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지난 4일 같은당 김영환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굉장히 어려워졌고 어떻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사실 같은 것들을 규명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일정한 자기 의사표시가 있어야 될 필요가 있다”면서 “당에 대해선 역시 (대화록) 공개를 주장함으로써 당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 것에 대해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김현 의원이 제기한 김대중과 문재인의 평행선은, 1971년 대선에서 만난 두 후보(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는 53.2%와 45.3%로, 7.9%p 차이를 기록하며 박정희 후보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을 차지하게 되나 이후 정통성에 문제가 제기되자 김대중 후보에 대해 끊임없는 탄압을 이어온 데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후 자서전을 통해 “나는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 전문가들은 공정하게 선거를 치렀으면 내가 약 100만 표 정도는 앞섰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정보부의 선거 부정 공작과 지역감정 조장에 졌다”는 말로 당시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바로 참여정부의 수장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문재인 의원의 뿌리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에 기인하고 또 이번 NLL 논란 역시도 참여정부에 닿아있는 만큼 비서실장으로서 친노 세력의 핵심 인물로 여겨지는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울타리인 셈이다.

또한 참여정부 이후 MB 정권으로,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정부로 새누리당이 집권여당 자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대선 때 51대 49로 나타났듯 여전한 49%의 야권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는 데 따른 ‘문재인 때리기’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채동욱 찍어내기 2탄이라는 의견을 개진하며 ‘문재인 찍어내기’의 근거로서 대선 득표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나 진영 장관 문제나 이런 것들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라면서 “남 탓 또는 야권의 분열, 국면 전환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등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줄줄이 후퇴 수순을 밟고 있으며 추석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타고 있는 점에서 당분간 ‘NLL 블랙홀’은 모든 정쟁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추모 4주기까지 지낸 2013년 현실 속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그래도 문재인이 책임져라

NLL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월, 문재인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열람을 제의하며 “기록 열람 결과, 노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라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문재인 책임론은 문 의원 스스로를 옭아맨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자승자박(自繩自縛), 곧 여당의 책임론 부각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문 의원의 ‘셀프소환’ 발표 다음날인 11일 김태흠 새누리당 대변인이 MBN 시사데이트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한 발언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문 의원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핵심을 비켜가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켜왔다”고 책임론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아마 본인을 소환하려는 부분을 정치 쟁점화 해 막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성명서 내용에 대해서도 “핑계만 있을 뿐 책임지려고 하는 부분이 없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말미에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 위원장을 지냈으면 사과를 하고 책임질 부분은 져야 하는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후보다운 발언”이었다면서 “다시한번 높게 평가한다”고 평했다. 특히 ‘셀프소환’ 요청에 관해서는 “그런 의지를 표현해야한다”고 언급한 뒤 “사람이 명확하게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답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대화록 열람을 강제적 당론으로 정한 것이 유감스럽다면서 “어디에도 노 대통령이 포기했다는 내용은 없으며 새누리당에서 정치적 공세로 몰아가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NLL 논란을 ‘정쟁의 늪’으로 묘사하면서 일체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이동형 작가는 “민주당이 맞불작전으로 크게 나가든지 아예 대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에서는 문재인 때리기를 하면 할수록 친노와 비노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구도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의원이나 친노에서 (그동안) 대응을 못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한번씩 대응하는 것도 계속 실패해, 정쟁만 쌓여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예 민주당이 무시하고 나가는 편이 (정쟁을 해결하는 데) 가장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레커뮤니케이션즈 이재관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친노 세력에 끌려 다니면 안철수 신당에 밀릴 수 있다”면서 민주당 내 지방선거 공천 후보들의 안철수 신당으로의 탈당을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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