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국가장학금, 찔끔 늘려선 해결책 안돼”

Interview / 김진영 / 2013-10-14 08:17:37
  • 카카오톡 보내기
사회로 나오는 출발선 같아야 선의의 경쟁도 가능
▲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녀 한명을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3억 원을 웃돈다고 한다(2012년 기준, 총 3억896만4천원). 이 3억 원이란 돈의 대다수는 사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로 할애된다는 불편한 진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을, 또는 그 부모를 옭아매는 新 지옥이나 다름 아니다. 특히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은 곧, 아버지의 부가 아들의 학벌을 결정짓고 이로 인해 사회적 지위까지 양분하는 새로운 신분제도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받으며 살아갈 당연한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가정으로 떠맡기고 있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꿈과 도전의식으로 가득 차 있어야할 청춘은 알바에 내몰리고 빚에 쫓겨,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겨야만 한다. 이에 <일요주간>에서는 지난호(419호)에 이어 우리나라의 등록금문제와 함께 교육의 공공성 확립 의미에 대해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1년에 두 번 날아오는 등록금 고지서는 부모님에겐 한숨의 시작이자 허리띠를 한 칸 줄여야만 하는 출발선이 되며, 형편이 어려운 청년에게는 군대나 휴학을 생각해야하는 고민거리로 남는다. 납부기한도 일주일을 채 주지 않고 카드나 분할납부도 불가능하다. 단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등록금 부담이 심화되자 ‘반값등록금’을 향한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갔고, 이에 정부는 국가장학금제도와 든든학자금(ICL) 등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라에서 직접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등록금을 저금리로 빌려준 뒤 취업 후에 갚으라고 하는, 두 제도의 취지 자체는 분명 등록금 부담 완화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학생과 가정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든든한 방패막이는 되어주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안진걸 사무처장은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라 먼저 국가장학금을 들여다보면, 정부에서 직접 소득분위별로 차등 지급하는 Ⅰ유형과 대학별 자체 노력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원하는 Ⅱ유형으로 나뉘는데, 공통적으로 소득 8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6,801만 원 이하) 지원(신청)이 가능하다. 또 성적에서는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100점 만점에 80점(B학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추가조건이 붙는다.

여기에 더해 Ⅱ유형의 경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43개교) 및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미참여 대학(21개교)의 신입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정부의 의도는 부실대학 척결과 동시에 학생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조건부 인 셈이다.

▲ 장학재단 국가장학금

안진걸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결정적으로 국가장학금 제도는 성적기준으로 인해 평점 B 미만은 한 푼도 안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대학생의 25~30% 가량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저소득층을 도와주겠다면서, 상대적으로 상대평가제 하에서 성적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에게도 성적기준을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자시절 공약사항에는 이 점이 받아들여져 성적기준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도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안 사무처장은 “한국장학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2013년 2학기 국가장학금 시행 내용을 보면 성적 기준을 기존의 기준(평점 B학점 이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2012년 2학기부터 많은 대학들이 상대평가제 하의 B학점 미만 강제배정 비율을 25%에서 30%로 확대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기준을 적용하면 국가장학금을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는 대학생들이 각 대학 기준으로 최소 30%에 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적 기준을 없애게 되면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하는 기준이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학생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문제는 상대평가제라는 점인데, 모든 과목에서 B를 맞아도 한 과목만 C+을 받으면 평점이 B 미만이 되기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이 정말 출석도 좋지 않고 수업태도도 불성실한 학생들에게는 C가 아니라 D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서 든든학자금도 처음에는 B 이상만 신청하도록 했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지금은 C 이상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하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이 낮기 때문에 성적 기준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학점 기준 뿐만 아니라 현실성이 결여된 연간 최대지원금액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기초생활수급권자를 포함해 소득 1분위까지는 1년에 최대 4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2013년도 전국 173개 4년제 대학교의 평균 등록금이 667만 8,000원이고 이 중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교의 평균 등록금이 733만 9,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등록금인 2~300만 원에 더해 생활비까지 오롯이 빚이나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집에는 소득 하위 80%(소득 1-2분위)까지 국가장학금을 통해 등록금을 전액 무상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내년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는 “연간 등록금만 천만원이 넘고 여기에 교육비와 생활비를 포함하면 2~3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국가장학금 기준액 450만원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짚으며 “특히 기초생활수급권이나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소득 1,2분위 대학생들부터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실제 등록금의 100%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우선 대출을 받은 뒤 소득이 생기는 시점부터 갚아나가는 제도인 든든학자금제도 역시 학생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이자율을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든든학자금은 반값등록금을 피해나가기 위해 MB 정부 때 도입된 것으로, 금리도 현재 2.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무이자로 해주면서 왜 우리는 안해주냐는,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하며 “학자금대출은 반값등록금을 위해 보조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무이자로 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등록금 문제로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이 10명 중 3명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얼마 전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등록금 부담에 치여 저임금 아르바이트에 내몰리지만 높은 기숙사비로 인한 이중고가 겹치면서 청년들의 앞길을 더욱 시름하게 한다는 것이다.

안 사무처장은 반값등록금의 실현은 곧 청년들의 생존권과 결부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은 등록금 못지않게 주거비와 주거문제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문제나 저임금 아르바이트, 그리고 천문학적인 등록금이 모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저임금이 높고 시급이 비싸면 아르바이트로 충분히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니 더 강도 높은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대학을 다녔는데도 나중에는 실업이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야 하니 청년들은 굉장히 고달픈 시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일자리 부족도 심각하고 비정규직도 많고 정리해고도 심하고 최저임금도 얼마 안되고 산업재해도 만연하고 노동시간도 가장 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면서 “이것이 곧 출산율 꼴찌에 자살률 1위를 만든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안 사무처장은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은 무상으로 하거나 반값으로 하는 등 최대한 사회를 따뜻하고 두텁게 설계해서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교육의 문제부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사회진출의 출발선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와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173개 대학 중 사립이 80%를 차지하는 국내 고등교육의 현실에서 등록금 문제도 불거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교육보다 사회적 합의가 높은 것이 어디 있나. 반값등록금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획기적으로 드높이되 동시에 고등교육의 공공성도 담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즉 사립대에 대한 비정상적인 의존도를 탈피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며 국가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 비중에서 국공립대의 비중을 50%까지 늘려야 하며 그와 동시에 대학도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의 체제를 개편하고 교육의 질을 강화하는 방안이 아닌 시장논리로 일관하며 줄 세우기식 경쟁을 통해 대학을 퇴출시키는 지금의 구조개혁은 대부분의 학교들을 생존경쟁에 내몰고 필연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피해자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부실한 대학운영은 본부와 재단의 책임임에도 ‘부실대’라는 낙인과 학자금대출제한, 국가장학금 탈락 등 직접적인 피해의 당사자로 내몰리는 것은 학생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사무처장은 “교육 가지고 돈 받으면 안된다고 사회가 합의를 해야 한다. 교육은 국가가 도맡고 그렇게 해서 사회로 나오는 출발선은 공정하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 다음에 선의의 경쟁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의 따뜻한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열심히 돈을 벌어 국가에 기여하고, 세금도 정직하게 내고, 사회공동체로서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거참여율도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라며 “그런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끝으로 안진걸 사무처장은 정치권이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법안이 국가장학금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반드시 명목등록금(등록금 고지서상에 명시된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야당이 제출한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은 현재 여당의 반대로 인해 1년째 계류 중인 상황”이라고 주지하며 “예전에 비해서는 힘겹게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난 진전으로 볼 수는 있으나 이 역시도 국가장학금을 찔끔찔끔 늘려주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300만 대학생과 1000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 빨리, 더 많이 도와주고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