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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좌)과 서청원 의원(우) ⓒNewsis | ||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그가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원조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대표, 전 한나라당 대표 서청원 의원이 10·30 재보선(경기 화성갑)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다시금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어느덧 7선이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취임 초기인 만큼 조심스러운 세력화 움직임이 일어왔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5선인 김무성 의원과 7선인 정몽준 의원이 주된 여권 중심축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던 터라 이 가운데서 ‘돌아온 서청원’의 역할이 어떤 위치에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의 15년 우정을 바탕으로 한 당-청 균형추의 중심에 선 ‘호위무사’ 서청원 의원이 여야 간 지루한 정쟁을 끝낼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율, 살아서 돌아온 ‘친박’
지난 10·30 재보선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현 정부의 심판론이기 보다는 야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이 경기 화성갑과 포항남·울릉 모두에서 큰 표차이로 민주당을 여유롭게 따돌렸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공천 때부터 화성에 쏠렸다. 6선의 커리어를 내세우는 서청원이 공천을 따내자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김한길 대표가 직접 손학규 모시기에 공을 들이면서 두 거물 간의 빅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학규 상임고문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애시 당초 판은 기울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62.6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금배지를 되찾았다.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에 선거구도 2곳에 불과한 작은 선거였으나 그 의미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민주당은 또다시 민심의 쓴 맛을 본 이상 하루라도 빨리 대선과 재보선의 아픔을 추스르고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야했으며 새누리당도 기세를 몰아 지방선거까지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판을 잘 짜야했기 때문이다.
10·30 재보선이 주는 의미는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서청원의 부활이다. 원조 친박인사로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청하던 인물이었다. 비록 ‘차떼기’ 사건과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 불명예를 안은 바 있으나 그는 여전히 여권 내 ‘실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15년 우정을 자랑하는 서청원 의원은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선에 공천하는데 힘을 보탰고,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꺾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청와대로 입성, 한나라당에 위기가 찾아오자 당시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로 ‘선거의 여왕’ 다운 업적을 일궈낸 후 ‘큰 빚을 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친이계에 밀려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하자 이른바 ‘친박연대’를 창당하는 등 박근혜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청하기도 했다.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 대표로서 비례대표 자리를 매관매직한 혐의로 징역을 산 후 출소하며 서 의원이 남긴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말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그간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국회로 돌아온 서청원 의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4일 당선 이후 첫 당 지도부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그는 “19대 국회에 ‘늦깍이’로 들어와 초선인데, 초선이기 때문에 최고 위원들과 여기 모든 의원께 한 수 배우겠다”면서 6선 답지 않은 겸손함을 내비췄고 이에 황우여 대표는 “당으로 하여금 새로운, 아주 밝고 힘찬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셨고 당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도 큰 메시지를 줬다”고 화답하며 그의 부활을 축하하기도 했다.
서청원 카드는 김무성 견제구?
서청원 의원의 국회 입성을 두고 여러 해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여권 내에서 세력화를 구축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등 실세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음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김 의원은 친박·탈박·복박으로 대표되는 인물로, 친이계는 물론 당내 비주류까지 끌어안으며 권세가 날로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취임 초기인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정권 안정화를 위해 이런 김무성 의원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만한 인물로 ‘원조 친박’ 서청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당권도전 등 그의 당 내외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선 이후 서 의원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당이 새롭게 결집하고 국민이 믿고 신뢰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변화하려면 누군가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서 의원에게) 어떤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가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당내 서청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노 의원은 “서 전 대표는 당내에서 어떤 의사만 집약되고 모아진다면 어떤 역할이 요청되더라도 본인은 정치적 역할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으나 김무성 의원과의 경쟁구도와 관련해서는 “본인이 역할을 찾겠다는 의미이지 당권 도전으로만 누구한테 대결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우정에 근거한 발언도 눈에 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같은 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 아침’에서 “서청원 전 대표가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대통령이 상당히 기뻐할 것도 사실”이라며 변치 않은 우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잘하고 또 당청 간에 화합할 수 있도록 이런 치어리더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친정체제 이런 건 아닐 것”이라며 “정권이 출범한지 8개월이 됐는데 무슨 계파놀음을 한다든지 대권 주자 행세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야당과의 힘겨루기로 인해 약해질 데로 약해진 여당의 목소리를 키울 카드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천우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 여·야가 함께 맞춰가야 하는데 그 보조를 맞출 인물에 서청원 의원은 적임자다. 정치적인 비중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은 딱 하나, 당대표 일 것”이라면서 “여야 정쟁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는 서청원 의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朴心 내려올 중심축, 균형과 견제 사이
서청원의 부활은 신뢰와 우정을 기반으로 당청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친 수직관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를 향한 여당의 견제 역할이 다소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 강창의 국회의장, 서청원 의원 등 ‘원로 트로이카’의 완성으로 명실공이 당·정·청 친정체제를 위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실제 서 의원도 당선소감에서 청와대를 향한 충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 의원은 선거 승리 요인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것이 이길 수 있는 요인이 됐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버팀목이 되고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이후 여야가 NLL과 국정원 사건 등 정쟁이 극한으로 치달았으나 청와대는 일정 거리두기를 이어갔던 행보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서청원 의원은 야당과도 대화가 잘 통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구애받지 않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인물이 바로 서 의원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소설 전문 황천우 작가는 “서청원 의원은 야당부터 시작해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다. 만약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험도 있고 돈독하게 풀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민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림수라고 볼 수 있는데, 서청원 의원에게 정치를 일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서청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역할의 미묘함에 있다. 당청의 균형을 이뤄내야 할 위치에 낙점된 서 의원이 한 끝 차이로 청와대에 치우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이와 관련, “지금 현재 박 대통령의 1인 지배 체제로 혼자서 모두 결정하고 있어 아무도 박 대통령한테 직언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을 좀 강하게 대통령에게 지적을 해서 이뤄질 수 있는 역할이 서청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균형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반면 오히려 당-청 간 균형추가 맞춰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황천우 작가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직언이 필요 없다. 서청원 전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은 서로 맞기 때문에 무턱대고 치고받고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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