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여신 중심 우리은행, 부실채권 증가하는데 관리능력은 하락

e금융 / 박현군 / 2013-11-11 13: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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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재벌 경영난에 은행 기초체력 ‘빨간불’ 우리은행, 회수 불확실 여신 5조 3000억 원, 과연 문제없나?
은행 관계자 “은행의 규모에 비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


▲ 이순우 우리은행장 @Newsis
[일요주간=박현군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연이은 부실에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기준 은행권 고정이하 여신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5조 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총 여신 177조 5,000억 원 대비 2.99%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음은 국민은행이 3조 9,000억 원의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은행 내 연체 등으로 자칫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의미한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만약 현금 회수가 불가능하더라도 담보 물건 등이 잡혀 있어서 최악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회사 가능한 고정여신과 그렇지 않은 여신으로 나뉜다.

결국 고정이하여신이 높을수록 은행의 부실도 올라가게 된다. 이런 점에서 고정이하여신은 다른 말로 부실채권이라 불리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정이하여신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7개 시중은행에서 총 15조 1,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총 여신 815조 7,000억 원의 1.85%에 해당되는 수치다.

우리은행 고정비율 가장 높아

시중은행별로 살펴보면 고정비율여신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의 경우 고정비율여신이 총 5조 3,000억 원으로 7개 시중은행의 고정비율여신 15조 1,000억 원의 35%에 달했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부실 확대는 대림그룹, 성동조선, 효성그룹 등 주채무 계열 재벌기업들의 잇따른 경영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해 기준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주 채무계열 기업들은 모두 11개 그룹에 1,735개의 계열사에 달한다.

이 중 한화, 효성, CJ, SK 등은 오너가 검찰수사 혹은 수감 중인 오너리스크에 휘말려 있으며, 대림, 코오롱, 성동조선 등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LS그룹은 한국수력원자력 비리에 휘말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또 포스코와 두산그룹도 올해 초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결국 우리은행 주채무 계열 그룹들 중 확실히 안전한 재벌그룹은 삼성그룹과 LG그룹만 있는 셈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한국타이어와 하이트진로를 주 채무기업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이 높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기업 상대 대출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은행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다른 은행들에 비해 수치상 높게 나타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채무 계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금호산업, 대우건설 등에도 상당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해들어 매 분기마다 늘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 1/4분기에 3조 5,000억 원이었던 것이 2/4분기에는 5조 1,000억 원으로 45.7%가 늘어났고 다시 3분기에는 3.9%가 늘어나 5조 3,000억 원의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은행의 규모에 비해 이 정도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이다. 그리고 고정이하여신이라고 모두 고정비율여신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여신관리 면에서 우리은행은 국민은행과 대비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총 여신 규모가 203조 2,000억 원으로 시중 7개 은행 중 가장 많다.

반면 고정이하여신은 총 3조 9,000억 원으로 우리은행보다 1조 4,000억 원 가량 적으며, 그 비율도 1.93%에 불과하다.

이는 국민은행의 철저한 여신관리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민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주채무 계열 재벌그룹은 KT와 신세계만 있는 상황이다.

KT는 현재 이석채 회장의 사퇴 등으로 시끄럽기는 하지만 사실상 준 공기업인데다 사업망 자체가 전국 전화 전신망 등 국가 기간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부실 위험성은 크지 않다.

은행들 NPL커버리지 비율 급락

또한 문제는 우리은행의 고정비율여신 관리능력이 우려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커버리지 비율이 지난 9월말 기준 89.9%를 기록했다.

커버리지비율이란 은행들이 부실 채권이 높더라도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면 부실리스크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유지와 사업지속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전제로 고정이하여신을 대손충당금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고정비율여신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커버리지비율 100%다. 즉 커버리지비율이 100% 이상이면 고정비율여신을 감당할 수준이 되고 100% 미만이면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이를 지표상으로만 해석하자면 우리은행이 고정비율여신 규모가 은행의 여신 관리능력에 비해 10.1% 초과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영상황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그러나 은행의 여신관리 경영능력은 커버리지 비율 130%를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에게 여신관리를 가장 보수적으로 하도록 지도한 결과 시중은행들의 NPL커버리지 비율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보자면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지도를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가장 충실히 따른 결과가 지표하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신은 리스크가 있는 것인 만큼 보수적 관리가 필수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은행들의 방만한 경영형태로 숨겨져 왔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타 시중은행들, 부실채권 관리능력 하락추세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우리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보유 비율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은행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 총 여신부문에서 우리은행보다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여신은 낮기 때문이다.

또 NPL커버리지 비율도 우리은행에 비해 100%를 넘어 우리은행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도 안정권 커트라인인 130%에 훨씬 못 미치는 111.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도 우리은행과 더불어 자산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켜진 셈이다.

또 신한, 하나 외환, SC, 시티 등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일단 이들 은행들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 비해 고정이하여신의 규모와 비율이 높지만은 않다.

이들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를 모두 합쳐도 5조9000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 시티은행을 제외할 경우 그 규모는 우리은행과 비슷한 수준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의 NLP커버리지 비율도 130%를 넘거나 근접해 있어서 일단 여신관리능력의 안정성은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로 외환은행만 NLP커버리지 비율이 124.7%를 기록했을 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모두 140%대를 기록했으며 시티은행과 SC은행도 130%를 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은행들의 여신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NLP커버리지 비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신한은행은 170%에 달했고 국민은행도 161.2%에 이르렀다. 우리은행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 역시 148.6%를 기록해 안정권인 130% 이상을 달성했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보수적 관리 지도 방침에 따른 지표상 현상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실제로 고정이하여신 절대금액의 증가를 보면 실제로 은행들의 체력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1분기 우리은행을 제외한 고정이하여신 증가율은 국민은행이 30.0%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하나은행이 23.1%, 외환은행이 22.2%를 넘어서 그 다음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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