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초피나무, 강력한 향균·만성위염 효능·이뇨작용 탁월

칼럼 / 송봉근 교수 / 2013-12-20 1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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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요즘 여기 저기 김장 담느라 분주한 일손인 모양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이 요즘 약간 뜸해진 것도 이를 반영하거니와 예약을 해놓고도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는 김장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사실 빨갛게 담근 새로운 김장 김치를 앞에 두면 다른 반찬은 거의 손에 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음식 문화에 김치는 거의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하긴 누구에게나 물어봐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한 가지만 꼽으라 하면 대부분은 김치를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빨갛게 담근 김치를 우리 식탁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은 것은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원래 남미가 원산지인 고추가 유럽을 돌아 일본에서 다시 우리나라로 처음 들어 온 것이 임진왜란 전후이고, 비로소 김치를 오늘날처럼 빨갛게 담그기 시작한 것은 거의 구한말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매운 고춧가루로 범벅이 된 먹음직스러운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 어딜 가나 김치만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우리 민족에게 빨갛게 담근 김치에 대한 절대 미각을 느끼는 유전자는 거의 한 세대도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왜 우리 민족은 그렇게 김치 없으면 흡사 젖 뗀 아이들처럼 허전해하고 식욕이 떨어지는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 민족처럼 땀 뻘뻘 흘려가며 혀 호호 불어가면서도 매운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한 민족은 많지 않다. 아마도 매콤하고 쌉쌀한 맛에 대한 전통적인 유전자가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우리 민족은 오랜 시절부터 매콤한 맛에 길들여져 왔다. 문헌을 보면 김치가 등장한 삼국시대부터 고추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매운 맛을 내는 초피나무 열매의 가루를 섞어서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는 산 중턱이나 산골짜기에서 높이 3-5미터로 자라는 운향과의 낙엽관목이다. 잎자루 밑에 가시가 있고 가을이 되면 붉게 작은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를 입에 넣고 씹으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맵고 톡 쏘는 맛이 매우 강하다.

물론 진한 향기도 있다. 이 초피나무를 지역에 따라서는 제피 또는 젠피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추어탕을 끓일 때 사용하는 향신료가 바로 초피나무의 열매이다. 한의학에서는 촉초(蜀椒)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하여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초피나무의 열매가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매우며 약간의 독이 있는데, 몸 안을 따뜻하게 하고 피부의 죽은 살이나 사지가 차고 저린 증상을 없애주며, 몸 안이 차갑거나 몸 속의 각종 벌레독이나 생선독을 없애준다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치통에도 효과가 있으며, 양기를 높이어 성기가 차고 축축한 증상도 개선시켜 주며 아울러 허리나 무릎이 차고 시리거나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설명한다.

초피나무 자체는 성질이 차갑고 맛은 쓰지만 독이 없어 몸이 붓는 증상에 효과가 있다. 그래서 소변을 시원하게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부종을 치료한다. 또한 초피나무의 잎은 연할 때는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뜨거운 성질이 있어서 배가 뒤틀고 가슴으로 치밀어 오는 증상이나 뱃속의 몽우리가 치밀어 올리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에 효과가있다고 동의보감에서는 설명한다.

실제 초피나무는 추어탕이나 매운탕을 끓일 때 비린 냄새를 없애주는 향신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김치를 덜 시게 하거나 아니면 잘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 곧잘 사용하게 된다. 중국에서도 사천이나 귀주 요리 또는 티벳의 음식에서는 이 초피나무의 열매를 향신료로 이용한다고 한다.

또 옛 기록에 보면 초피나무의 껍질을 벗겨 짓찧은 다음 개울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중독되어 힘을 잃게 되는 것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초피나무 근처에는 모기나 파리 같은 곤충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초피나무와 거의 형제쯤 되는 나무로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가 있다. 이 둘은 생김새나 열매가 비슷하여 몹시 혼동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봄날 일찍 꽃이 피며 어린 잎을 식용으로 먹는 나무는 초피나무이며, 여름이 되어서야 꽃이 피는 나무는 산초나무이다.

또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보고 나는데 비하여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를 모두 산초나무로 분류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초피나무를 촉초라 하고 분디나무라고 불리는 산초나무를 진초(秦椒) 라고 구분하였다.

그러나 사실 촉초나 진초 모두 자생하는 지역의 이름을 붙이고 천초(川椒)라는 명칭은 촉초나 진초의 이명으로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실제 구분에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초는 성질이 초피나무에 비하여 약간 덜 뜨겁고 맛은 역시 매우며 독성이 약간 있다고 동의보감은 설명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신경계질환이나 몸이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초피나무는 항균효과가 강하다. 탄저균이나 용혈성연쇄상구균 및 황색포도상구균이나 폐렴균 또는 디프테리아균 등 염증을 일으키거나 감염을 일으키는 무서운 세균들에 대하여 초피나무를 물에 4배로 희석하였더니 균을 거의 모두 사멸시키는 효능을 보였다.

그래서 한때는 초피나무에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특별한 성분이 있을 거라는 관심이 모아지기도 하였다. 또 다른 동물실험에서는 초피나무를 달여 아주 적은 양을 투여하였더니 신진대사가 촉진되는 결과를 보였고 다량을 투여한 결과 생식선의 발육이 촉진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또한 임상적으로 노인들이 몸이 허약하고 허리나 다리가 약하고 치아가 부실한 증상에 초피나무의 열매를 가루로 내어 복용하기도 한다. 손발이나 관절이 저리고 아픈 증상에도 초피나무 열매를 가루로 먹기도 한다.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만성 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초피나무 열매가 효과가 있다. 이뇨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장 질환으로 부종이 심한 경우에도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가을 추석에 성묘하러 갔다가 산소 근처에 초피나무가 여럿 자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열매를 몇 개 따서 잎에 넣었더니 입안이 얼얼해지면서 입안 가득히 초피나무 열매 특유의 방향이 가득하였다.

한편으로 추석 음식으로 더부룩하고 내내 불편했던 속이 이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추석 연휴부터 이태까지 속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초피나무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년 다시 성묘를 가게 되면 초피나무 열매를 잘 따다가 집에 상비약으로 둬야 될 성 싶다.


송봉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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