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세로토닌 베타엔도르핀’ 촉진...활력과 진통작용

People / 송봉근 교수 / 2014-02-22 22: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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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일요주간=송봉근 교수]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알려진 뉴욕의 한 가운데에는 센트럴파크라고 하는 공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의 하나에서 이처럼 넓고 큰 땅을 거의 자연 그대로 두어 조성한 이 공원은 뉴욕에 사는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이 공원에는 많은 인물들의 동상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긍지와 역사를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공원 입구를 들어서서 걷다 보면 바로 콜럼버스의 동상을 만나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는 바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다. 콜럼버스는 1492년 두 달간의 항해 끝에 오늘날의 서인도제도에 도착하였다. 이후 세 번의 항해를 더하긴 하였지만 그는 오늘날의 미국 땅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가 발견한 땅이 인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도 깨닫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오늘날 미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업적으로 지금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동상으로 서있는 것이다.

세계 역사상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그의 신대륙 발견도 사실은 중국과 인도의 풍요한 자원을 얻고자 하는 유럽 사람들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 후추는 열매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된 전통의 향신료로 쓰인다. 지금도 세계 향신료 시장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후추라 한다.

유럽과 동양의 통로였던 콘스탄티노플이 터키의 침입으로 막히게 되면서 유럽의 경제적 생명줄이었던 향료의 수입이 어렵게 되었다. 몇 백 년 동안 단순히 고기만 구워먹던 유럽 사람들에게 인도나 인도네시아산 후추는 이제까지 음식문화를 바꾸는 매우 값비싼 향신료였다.

특히 후추는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서 검은 황금이라 불릴 정도로 금이나 은보다도 더 비싼 값으로 구입해야만 했던 물품이기도 하였다. 여기에 비단이나 면직물과 보석 등도 유럽 사람들에게는 매우 값진 물건이었다.

따라서 유럽은 이 물건들을 얻기 위해 막혀버린 동쪽으로가 아닌 서쪽으로 돌아서 인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믿었고, 콜럼버스는 긴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콜럼버스는 후추를 얻기 위해서 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후추(Piper nigram)는 후추과에 속하는 상록덩굴식물의 나무이다. 이 나무는 여름에 꽃이 피었다가 가을이 되면 작고 둥근 열매를 맺는다. 바로 이 열매를 잘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이 향신료로 쓰이는 후추이다.

후추는 열매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된 전통의 향신료로 쓰인다. 지금도 세계 향신료 시장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후추라 한다. 원래 후추는 인도 남부가 원산이다. 유럽에서는 기원전 400년 경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서 전래되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후추가 불로장생을 가져다준다거나 정력을 높여주는 약으로 믿었다. 특히 요즘처럼 냉장시설이 없었던 중세 유럽에서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유럽 사람들에게 상하지 않은 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한 고기를 자주 먹게 되면 몸이 약해져서 병이 들게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후추는 이런 상한 고기의 독이나 나쁜 냄새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은 후추를 구하는데 값비싼 돈을 들여야 했던 것이다.

후추는 육조시대에 인도에서 바로 전해지거나 아니면 한나라때 서역의 호(胡)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장건을 통해서 중국으로 전해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후추를 호초(胡椒)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고려 때에는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후추는 매우 값비싼 향신료였다. 그래서 서민들은 대부분 초피나무의 열매를 향신료로 사용하였고, 대신 귀중한 후추는 한약재로 이용되었다. 후추에 대하여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매우 따뜻하고 매우면서 독이 없는데 주로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음식을 잘 소화시켜 기를 아래로 내리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후추는 가래를 삭히고 내장기관에 풍기와 냉기를 없애며 곽란 증상과 배가 심하게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아울러 설사와 모든 음식의 독을 없앤다고 말하고 있다. 본초강목이라는 서적에서도 후추는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속이 찬 증상을 없애며 헛배가 부르면서 뱃속이 차갑게 뭉쳐진 증상을 없애주고 치아가 열이 나면서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 처방에서도 생강에 후추를 조금 넣은 다음 달여 마시면 위장질환으로 음식을 토하고 구역질하는 증상에 사용한다. 후추와 녹두를 1:3의 분량으로 넣고 갈아서 환으로 만든 다음 복용하게 되면 토사곽란에 좋은 처방이 된다.

심지어 몽골지역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동상에 걸렸을 때 후추를 술에 1주일 정도 담갔다가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지네에 물렸을 때도 후추가루를 상처부위에 싸매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유럽에서도 후추를 오래도록 다양한 질환에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후추는 변비나 설사는 물론이고, 귀가 아픈 증상이나 궤양, 탈장, 소화불량이 있을 때 사용해 왔다. 또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목이 쉬거나 벌레에 불리거나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거나 치아가 아프거나 심지어 심장병이나 기관지질환에도 사용해 왔다. 인도의 전통의학에서는 후추를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하는 증상에 상비약으로 사용한다.

후추는 실험적으로 경련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후추에 들어있는 성분 중의 하나인 피페린을 심하게 경련성 쇼크를 일으킨 동물에 투여하면 경련을 멎게 하여 사망하는 비율을 크게 낮춘다. 이런 작용은 거의 간질발작을 멈추는 약과 거의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또 후추는 개의 회충을 없애는 작용을 하고 과실에 발생하는 초파리의 유충을 없애주는 작용을 한다.

아울러 후추는 담즙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작용을 돕기도 하고, 위장의 통증을 없애는 진통작용을 보인다. 후추의 성분인 피페린을 투여하면 몸에서 각종 영양분이나 비타민 등이 빨리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피페린은 몸의 대사를 높여 체온을 높이고 지방의 분해를 촉진한다. 세로토닌과 베타 엔도르핀의 생성을 돕기도 한다. 따라서 기분이 좋아지고 통증을 줄일 수도 있다.

후추에는 항산화 효능도 있고 항암 효과도 보고된다. 또 피부의 백반증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여기에 후추는 맥박은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혈압은 상승시키는 효능이 있다. 물론 한 사람에게 약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듯이 후추에는 사프롤이라는 성분이 아주 미량 들어 있는데 이를 아주 다량으로 투여하게 되면 암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또 후추는 위장에 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후추와 비슷한 약재로 필징가(?澄茄)라는 한약이 있다. 필징가는 후추와 같은 동속 식물인 산계초 (Piper cubeba)의 열매이다. 생김새는 후추와 비슷하다. 동의보감에 필징가는 후추와 같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는데 소화를 도와 기를 아래로 내리고 곽란설사와 복통 및 아랫배가 차고 아픈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필징가를 자주 복용하면 몸에서 향기가 난다고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후추든 필징가든 향신료로 또는 한약재로 소화기능을 돕는 약효는 다른 약재에 비하여 뚜렷하다. 그렇다면 오늘 오랜만에 중세 유럽의 귀족이 그랬던 것처럼 잘 익은 스테이크에 후추가루 뿌려 놓고 격조 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기 맛도 좋게 하려니와 중세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들인 후추를 쉽게 새삼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 사는 기쁨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귀족은 후추를 구하느라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겠지만 지금은 단돈 얼마면 쉽게 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니 세월의 차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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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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