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물과 동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People / 박봉원 칼럼니스트 / 2014-02-27 22: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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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원의 '어떻게 살 것인가(9)' [일요주간/연재=박봉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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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역할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다.
부모에게는 아들, 혹은, 딸로서의 역할을 하며, 결혼 뒤에는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또, 자식을 얻으면 아비, 혹은, 어미라는 역할을 하니.
또, 친구들에게는 친구라는 역할을 하며, 이성에게는 남자라는 역할이나 여자라는 역할을 하고, 나이에 따라서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인 등의 역할을 한다.
배역에 따라 사장으로, 군인으로, 혹은, 깡패 등으로 계속해서 변신하는 배우처럼,
그리고 버스나 택시, 혹은, 기차를 탔을 때는 승객이라는 역할을 하며, 어디로인가 여행을 떠났을 때는 여행객이라는 역할을 하고, 또, 직장에서는 직장인 등의 종업원이라는 역할을, 학교에서는 학생이라는 역할을 하는 사람.
그밖에도 사람이 하는 역할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는데, 뿐만 아니라,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최소한 서너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사람이며 남자, 혹은, 여자인 동시에, 아들, 혹은, 딸인 동시에, 누구인가의 형이나 언니, 혹은, 동생 등으로.
사람이며 남자, 혹은, 여자인 동시에, 직장인, 혹은, 사업가인 동시에, 누구인가의 친구 등으로.
비록, 사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더구나 그에 앞서, 이 세상에 생물로서도 존재하고 있으며, 동물로서도 존재하고 있는 사람.
그러니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생물과 동물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알고 보면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한 순간에도 매우 여러 가지의 역할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가는 때로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 있는 것이 현실.
‘아무개의 아내는 있고, 아무개의 엄마는 있는데, 정작 나는 없다’ 등으로 푸념을 잔뜩 늘어놓는 결코 적지 않은 주부들처럼.
혹은,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 등의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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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를 잔뜩 늘어놓으면서 남을 몹시 단순하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매우 많이 있다.
즉, 겨우 한두 가지 단편적인 역할만이 사람의 역할 전체인 듯 말하는 사람들이.
‘돈만 많이 벌면 된다’, 혹은, ‘정의를 위해 살아야한다’ 등으로.
분명히 사람이란 결코 한두 가지의 단편적인 역할만 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며, 이미 늘 한꺼번에 서너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듯, 이들은 집요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그 터무니없는 말도 자꾸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점 세뇌되기 매우 쉽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겠지’, 혹은, 그 정확한 뜻도 모르는 채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지’ 등으로.
더구나 그들의 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도 결코 적지 않게 있으며, 그중에는 부모나 교수 등 자신의 여러 가지 형태의 지위를 적절하게 악용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게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고 그들의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사람으로서의 역할처럼 사람의 역할 중에는 죽을 때까지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말대로 한다면 사람은 한두 가지의 단편적인 역할은 잘 할 수 있어도, 결코 자신의 역할을 필요한 만큼 골고루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친구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등 대인관계에는 몹시 열등한 우등생이나 그저 돈만 잘 벌뿐, 아버지로서나 남편으로서는 빵점인 가장, 혹은, 친구라는 역할을 하기에 바빠 아내나 어미라는 역할은 아예 포기하다시피 한 여자처럼.

그에 앞서, 자신이 골고루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사실조차 아예 깨닫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가족 등 주변사람들이 계속해서 가르쳐준다고 해도.
특히, 어릴 때부터 남을 단순하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면 더욱.
따라서 사람을 단순화하려는 사람들의 말에 무턱대고 귀를 기울였다가는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되기 매우 쉽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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