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에요’“참 귀엽게 생겼군요. 키우는데 귀찮지 않아요?”‘왜요? 냄새가 나니 목욕도 시키고 향수도 뿌려 주고요, 털 고르기 위해 미용실에도 데려 가야죠, 병이 나면 동물병원에가 치료도 받아야죠, 간식도 주어야죠’ 밤이면 칭얼대며 침상으로 파고들어 실례를 할 때 도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한참 동안이나 강아지 자랑이나 하듯 묻지도 않는 말까지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강아지 입에다 뽀뽀까지 하는 것이었다.“그런 귀찮은 개는 뭐 하러 키웁니까?”‘저는요 개를 너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걸 다 감수 한답니다.’“거 참 , 여간 정성이 아니십니다 그려”
평소에 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는 둘째 딸 아이가 애완용 개 한 마리 키우자고 했을 때 반대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 동창 B라는 친구를 만났다. 컬컬한 막걸리 타입 같은 솔성 좋은 친구다.‘참 자네 개 한 마리 키우지 않을 랑가? 우리 집 발발이가 또 새끼를 낳아 이웃에게 그냥 갔다 키우라고 해도 키울 사람이 없어 버릴 수 도 없고 고민이구만. 자네 개 안 키우지? 잘됐네. 시골집이라 놓아 키워도 괜찮을 거야.’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거절할 수도 없어 못이기는 척 덜렁 받아왔다. 처음에는 밥찌꺼기도 안 먹고 생선이나 고기류만 먹는 입 가진 놈이 되어 음식점에 갈 때면 먹다 남은 고기 부스러기를 싸와 귀여운 막둥이란 놈 과자 꼼 쳐 주듯 했다.
어쩌다가 대청 문이 조금만 열리기만 하면 흙 묻은 발로 안방까지 들어와 더럽히기 일쑤며 개털을 날리고 말썽만 부려 도로 갖다 주라는 아내의 성화에 한동안 경을 쳤다.
내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첫째 이유로는 아무 데나 실례를 하는 통에 이른 아침 채소밭에 가기가 가장 곤욕스럽고, 둘째로는 사람 한 몫의 밥을 매끼니 마나 챙겨 주는 일이며, 셋째로는 말썽 피운다 하여 묶어 키워야 하니 죄인의 목을 조이는 것 같아 싫다.
놓아 키운 지 서너 달이 지난 요놈은 겁이 많아 대문 밖에 나갈 줄도 모른다. 낯선 사람이 오면 제법 컹~컹 짖어 대며 밥값을 한다. 팬더곰처럼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수놓아져 귀여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제법 길이 들어 아무거나 잘 먹고 지정된 장소에 볼 일도 보며 출 퇴근 길이면 꼭 나와 반기는 통에 나도 몰래 정이 들었다.
미처 눈에 안 보이면 허전하여 “똘똘아?”라고 불러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서야만 마음이 놓인다. 뉴욕 부유층이 키우는 ‘비너비어’라는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한 달 비용이 자그마치 9천불, 한화로 천만 원 대라니. 사람도 누릴 수 없는 호화스런 지상 천국에 살고 있는 셈이니 개 팔자 상팔자다.
생활이 좋아진 탓인지 밀폐된 좁은 아파트 안에서 개를 키우는 집이 부쩍 늘고 있다. 논,밭 팔아 어렵게 대학을 보내 잘된 아들네 집에 함께 살게 된 홀아버지가 갑자기 행방을 감추었다. ‘3번아? 6번은 떠난다.’란 아버지가 쓴 쪽지를 본 아들이 백방으로 찾아 나섰다.
동네 경로당 아버지 친구를 만나 쪽지를 보이니 ‘이제 보니 불효자구만!1번은 자네 부인이고, 2번은 자네 아들,3번은 자네고, 4번이 강아지,5번은 주방 아줌마, 자네 아버지는 강아지 보다 못한 6번이야! 쯧쯧쯧! 우리 늙은이는 개만도 못한 신세여.’ 요즘 젊은 며느리가 노부모를 자기 집 강아지만도 못하게 경시한다는 웃지 못 할 꽁트다.
개를 키우는 서양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우리를 야만인이라고 비난한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쌀을 거둬 가는 통에 굶주림에 영양실조로 폐병환자가 많았는데 천주교 신부님들이 개를 키워 병든 이를 개고기로 병을 고쳐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일화가 있다.
남원 오수의 의견(義犬)처럼 개는 주인을 위해 충성하고 죽어서도 고기를 남겨 헌신 하는 좋은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개를 키우다가 형편이 어렵다거나 다산을 감당 못해 산야에 내다버려 들개가 되어 떼를 지어 다니면서 광견병이나 기생충 감염 등 사회적인 불안요소의 사각지대가 숨어 있어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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