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흔히, 싸우는 것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반드시 싸워야할 때마저 무턱대고 참는 등 싸우지 않았다면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치거나 아예 죽을 수도 있으니.
이는 거짓말 역시 마찬가지.
즉,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 할 때마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 자신의 역할을 더 이상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잠깐의 거짓말로 목숨을 구한 갈릴레이와는 달리, 끝내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몹시 고통스럽게 불에 타죽은 코페르니쿠스처럼.
또, 흔히 참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만, 참지 말아야할 때마저 무턱대고 참았다가는 역시 사람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역시,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그 밖의 경우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인데, 따라서 어떤 경우든지 그에 적절한, 즉,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아예 잃게 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치거나 아예 죽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할 수 기회조차 없을 것이니.
그렇다면 무턱대고 습관대로 말하거나 행동하기보다는, 혹은, 누구인가에게 배운 대로 말하거나 행동하기보다는 때, 즉, 자신의 현실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생각을 하고, 그에 어울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외면하거나, 참거나, 무시하거나,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등으로.
물론, 비록 자신의 역할은 못한다고 해도,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면, 혹은, 무턱대고 참거나 싸운다면 당장은 매우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세상에는 자신의 역할보다 돈이나 명예를, 혹은, 자신조차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정의나 진리 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워낙 많이 있다 보니 뭇사람들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역할을 못한다면 당장의 좋은 결과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적만 잔뜩 만든다면 당장의 만족감이나 승리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장은 더할 수 없이 좋다고 해도, 머지않아 늘 적만 만나게 될 수도 있건만.
2
군인은 밥을 안 먹으면 자신의 역할, 즉,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심지어 아예 할 수 없으며, 잠을 못자거나 똥을 못 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까닭에, 군인이란 밥도 나라를 위해서 먹으며, 잠도 나라를 위해서 자고, 또, 똥도 나라를 위해서 싸는 등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말과 행동조차 나라를 위해서 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처럼 사람의 모든 말이나 행동은 사람의 역할에 따라서 그 품격이 달라진다.
즉,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위한 말과 행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란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은 물론, 거짓말도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하며, 심지어 욕 등의 폭언 역시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한다고 이해하면 되는데, 더구나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온통 관심이 자신의 역할에만 있다 보니 더욱 이렇게 될 수밖에.
‘어떻게 하면 내 역할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등으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서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지 전혀 상관없이, 대한의 군인이었던 그에게는 침략자를, 그것도 침략자의 괴수 중의 한 명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처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였으니.
그러니 한 나라의 총리를 죽이는 엄청난 행위를 하고도, 또,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렇듯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반면, 자신의 역할을 안 하는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안 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된다.
비록 매우 멋있게 보이거나 매우 좋은 듯 보인다고 해도.
심지어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더할 수 없이 착하다고 해도.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법 등 사회적인 통념이나 사람들의 통념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반면, 자신의 역할을 안 하는 사람은 더욱 온갖 통념에 구속을 받게 된다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것이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과 자신의 역할을 안 하는 사람과의 가장 대표적인 차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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