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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이수홓 |
도립국악원이나 전북대 평생교육원은 버스를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다. 도립국악원은 한 번 타면 5분이나 10분을 걸어야 하고, 전북대 평생교육원은 한번타고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립국악원은 환승을 하면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한 번은 전북대학교 앞에서 환승을 하고 보니 같은 반에서 판소리를 배우는 여자 세 명이 있었다. 도립국악원 승강장에서 함께 내렸다. 처음 내린 곳이라 그들을 따라갔다. 길이 아닌 울타리를 넘어가는 것이었다.
다음에 또 환승을 해서 같은 반 Y반장을 만났다. 전처럼 울타리 길로 가기에 거기는 개구멍이라면서 정상적으로 가는 정문으로 들어갔다. 가면서 생각하니 '당신은 개 같은 사람’이라고 한 말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교실에서 반장을 만났다. “보세요! 제가 빨리 왔잖아요?” 구멍이라고 한 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일 따지면 실언을 했노라고 정중히 사과를 하려고 했다.
말은 어린아이 때 배워서 평생을 사용하니 하기 쉬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말 잘하기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 님은 자칭 말을 잘한다고 한 분이다.
그의 자서전을 보니 그분도 본래 잘 한 것이 아니고 웅변을 배웠다는 것을 알았다. 말을 잘한다는 기준이 달변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실없는 소리를 안 하고 식언(食言)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분도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없겠다.
여섯 살 손녀 은수(殷秀)와 세 살 은오(殷晤 27개월)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만난다. 큰손녀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손녀는 말을 정말 잘한다. 말을 빨리 배워서 잘하기도 하려니와 실없는 소리나 식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외출복을 입고 나가면 “할아버지 어디가?” “모임에 간다.” “친구 만나러 가?” 라고 한다. 다음에는 무슨 말이 나오나 싶어 할아버지 어디 가느냐고 하기에 친구 만나러간다고 했더니 “모임 가?”라고 해서 한바탕 웃고 뽀뽀를 해 주었다.
할머니가 ‘어디가세요?’라고 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대로 했다. 정말 말을 잘한 것이다. 나도 지금 은오와 같이 말을 배울 때처럼 바른 말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특히 남의 험담을 하지 말아야겠다. 칭찬의 말을 많이 해야겠다.
나는 1998년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부터 ‘군자치기언이과기행’(君子恥其言而過其行=군자는 자기의 말이 행동보다 지나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이라는 공자님 말씀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실천하지 못할 말은 아예 안하는 것이 좋다. 옛날에 친했던 사람 중에 “언제 한번 만납시다.” 라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만나고 싶으면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점심때 만나자고 하면 되지 않느냐 그 말이다. 그런데 다음에 또 만났을 때도 “언제 한 번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이렇게 다짐을 하고 나니 작자 미상의 시조 한 수가 떠오른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말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할 것이니, 말로서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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