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 바람…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People / 서지홍 칼럼니스트 / 2014-05-13 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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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홍 시사칼럼> ‘부모님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Newsis
[일요주간=서지홍 칼럼니스트] 벌써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4주를 맞고 있다.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지만 아직도 그곳 팽목항에는 자식의 얼굴을 보지 못한 실종자 부모들이 오늘인가, 내일인가 하며 자식을 기다리며 먼 바다를 쳐다보고 있을 부모님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곳 새월호가 침몰한 바다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몇 번의 비가 더 내려야 그 깊은 바다 속에서 나와 엄마 품으로 오려나? 모두가 기다리는데 시신이 올라올 때마다 내 자식인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내 자식이 아니면 아직도 물속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갑갑할까? 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남의 자식이면 같은 부모입장에서 또 눈물을 쏟아야 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길어야 할까?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이 가수가 되겠다고 연습 삼아 불렀던 노래, ‘거위의 꿈’을 들으면서 가수의 꿈도 펼쳐 보지 못하고 떠난 그 여린 여학생을 생각하면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월호 추모곡으로 내놓은 곡은 “내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아침엔 종달새가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볼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의 가사 일부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에 더욱 슬픔을 더해 주는 노래다. 그래, 이 노래 가사처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잃어버린 꿈 펼쳐보고 못난 어른들을 한 없이 원망해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최고의 조선소가 널려 있는데 고물 배를….

하루도 쉬지 않고 검푸른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피지도 못하고 쓰러진 동생 같고, 자식 같은 젊은 영혼을 끌어내다가 어느 50대 잠수부가 순직을 하고 수십 명의 잠수부들이 잠수병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

이제 대형 사고가 터지면 외국에서는 또 한국인가? 하고 의아심을 갖게 하는 이 국가적인 수치를 어른들은 알까? 얽히고설킨 부조리 속에 물욕에 휘말린 단체나 정치권에서는 그 부정한 돈으로 자식을 유학 보내고, 가난하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던 우리네 서민들의 자식들이 모처럼 수학여행 길에 수백 명이 돌아올 수 없는 하늘 길로 떠나고 말았으니 이 일을 어찌 할꼬?

사고가 일어나기 얼마 전 들은 이야기지만, 어느 외국인의 농담 중, 미국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 직감적으로 테러를 떠올렸고, 일본에서는 땅이 흔들리면 지진을 떠올렸으며, 한국에서는 부실공사가 떠오른다는 농담이 있다. 오래전 성수대교가 그랬고, 삼풍백화점이 그랬으며 불과 석 달 전, 경주리조트 참사가 그랬다.

이번에도 낡아빠진 고물 배를 운행하면서 생긴 일이 아닌가. 어느 것 하나 바로잡힌 게 없는 온통 부실투성이다. 대한민국을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까? 조선(造船)왕국을 자랑하며 최고의 조선소가 널려 있는데 돈벌이하기에 바빠 고물 배를 들여와서 운행수명을 연장해 주고, 객실 증설을 허가해준 관리기관 사람들과 해당 법으로 편리를 봐준 정치권의 책임이 없을까?

왜 이런 사고가 똑같이 일어나고 있을까? 물론 국가기관이 잘못했고, 부정을 보고도 눈감아 준 당국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 어른들의 의식도 바꿔야 한다. 어느 모 일간지 외국인이 한국의 식당에서 본 모습을 기획기사로 소개했다.

식당 종업원에게 막말을 예사로 했고, 아이들이 식당을 뛰어다녀도 제지하지 않으며, 담뱃재를 밥그릇에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되려고 하면 남을 배려하는 문화와 책임감, 질서 의식이 필수적인데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책임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부재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려 온 날들이 극심한 이기주의를 남겼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외는 밥을 굶던지 헐벗었던지 관여하지 않은 나라, 껍데기만 멀쩡하지 속속들이 곪아 터져 있는 모든 관료사회의 관피아들이 구석구석에서 서로 끈끈한 인맥으로 얽혀 음성적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결국 세월호처럼 대한민국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부정한 돈을 벌어 대개 상류층 자녀들은 미국이나 유럽 쪽에 유학을 보내고 또 그들이 귀국해서는 상류층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관료사회에서 관행처럼 부정이 만연되는 사례의 정부를 한정된 숫자의 수사기관에서 다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관료도 국민도 의식을 바꾸는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

도처에, 도박처럼 번져간 돈의 노예가 되어

딸을 잃어버린 어느 아버지의 애틋한 육성을 글로서 표현한 세계일보의 기사다.

“꼭 껴안아도 따뜻해지지 않는 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찢어져.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네 친구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못하겠어. 너를 가슴에 묻은 엄마, 두 오빠, 그리고 이 아빠 모두 상처는 깊어가겠지만 그래도 힘을 내보려고 해. 그러니 그곳에서는 아픈 기억 모두 잊고 편히 쉬렴. 사랑하는 딸아! 17년 동안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줘서 고마워. 가슴 찢어지도록 보고 싶다. 그리고 미안하다.”

어버이날 푼푼이 모은 용돈으로 선물을 사고 감사 편지를 쓰던 딸을 그는 잊을 수 없다. 가족을 웃게 해주고, 학급에서 반장을 도맡아 해 가슴을 뿌듯하게 해 주었기에 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그는 “딸이 더는 아프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날 아직도 아들딸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진도를 다시 찾았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는데 찾지도 못하면 안 되잖아요. 딸을 찾은 우리는 가슴에라도 묻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부모들은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 나라를 우리가 바로잡아야 자식들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아직도 30여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부모들의 가슴에는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달자는 제안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닥쳤을 때, 반드시 영웅이 나와 나라를 구하고 어려움을 타개했다는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나 있는 것일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영웅이 없다. 영웅은 의리가 있어야 하고 용감해야 하는데 이 나라 위정자들은 의리도 없고, 용감하지도 않았다.

그저 돈이나 챙길 궁리를 하는 위정자들이 득실대는 판국에 300명이 넘는 아까운 생명들을 수장시키면서 부정한 돈을 받아 자식 유학을 보내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라니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다.

정치가 문제다. 교육이 문제다. 그렇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동안 도박처럼 번져간 돈의 노예가 되어 언제 부턴가 너도 나도 돈이면 다 통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곧 지방선거가 닥쳐온다. 온갖 공약들 중에 어느 날 갑자기 ‘안전’을 내세우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동안 수없는 선거를 치렀지만 한 번도 안전이야기는 없었는데 갑자기 시장, 도지사들이 ‘안전’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진작 안전을 생각하지, 이제 와서 안전을 내세우는 2등 인생들, 국민만 보고 가겠다던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어린 학생들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 모두 고쳐야 한다. 나와 내 가족만 아는 이기주의 자신만 편안하면 된다는 그릇된 자본주의 모두 바꿔야 한다.

이제 모두 잊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라. 불행한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 말고 너희들 동생 이제 태어나 방긋방긋 웃는 이 나라 어린이들에게 이런 불행이 닥치지 않게 보살펴 주렴, 아직도 우리 어른들은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바다에 침몰된 너희를 건지면서도 이권을 따지는 나라를 잊어버리고, 하늘에서 못 다한 노래도 부르고 아름다운 사랑도 하면서 어른들을 실컷 욕하려무나. 잘 가거라.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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