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발표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승계 작업에 불을 지폈다.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인 ‘롯데제과’ 주식을 연달아 사들여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1.49%포인트로 줄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계열사 이모션 상장을 앞당겨 자녀들이 나눠 가질 사업 분야에 대한 재편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받을 준비가 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그들 스스로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춘 재원임을 증명하여 경영승계의 당위성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 지분 확보 등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향후 기업의 불안한 미래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동주, 롯데의 모태 ‘롯데제과’ 주식 한달새 3번 연속 매입
이재용, 삼성SDS 상장으로 실탄 확보했으나 불법승계 논란
정의선, 이노션 상장 앞당겨 승계준비 및 공정거래법 피해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지분경쟁으로 해석하며 롯데 후계구도 분쟁을 다시금 거론했다.
본래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장남인 신 부회장이 승계할 것이란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연달아 사들이면서 후계구도를 위한 지분경쟁 가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각각 310주, 260주 등 롯데제과 주식 570주를 사들였다. 지난달 25일 롯데제과 주식 550주가량을 사들인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으로 올해만 들어 여섯 번째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제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롯데제과 주식 매입은 지난해 6월 신동빈 회장이 먼저 시작했다.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를 합병하면서 상호출자관계 해소를 위해 롯데쇼핑이 보유했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다량 매입한 것. 이로 인해 신동빈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이 4.88%에서 5.34%로 높아졌다.
1.4%포인트 차가 유지돼 온 두 형제 주식의 격차가 벌어지자 신 부회장도 올해만 여섯번째 주식을 매입하며 추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86%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다시 1.49%포인트로 줄었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격차(1.36%)로 되돌아 가기위해 신 부회장의 추가매입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은 롯데제과뿐 아니라 롯데그룹 내 핵심계열사 지분율 대부분에서 형제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 어느 한쪽에서 조금만 주식을 사도 경영권 경쟁과 맞물려 관심을 모르고 있다. 나아가 향후 그룹내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 차이가 그룹의 지배구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 부회장의 주식매입이 지난해 6월 신 회장이 지분을 늘린 이후 시작됐다는 점에서 신 부회장의 그룹지배력 강화포석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5대그룹으로 손꼽히는 롯데의 3세들에게 제과업체인 ‘롯데제과’의 주식에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상징성이 갖는 의미가 크다. 또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고리의 핵심부문으로 통한다. 또한 신격호 총괄화장이 롯데제과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붓을 정도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본인 명의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롯데제과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병고에 경영권 승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측은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 없이 정상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재계에서는 ‘이재용의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의 병고가 4년 만에 다시 발생한데다 73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회복은 힘들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일고 있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경영현안을 챙기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의 핵심 의사 결정을 주도해왔던 ‘이 회장의 공백기’가 이 부회장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앞서 삼성SDS가 연내 상장 방침을 밝힌 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후계구도가 더욱 힘이 실린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의 ICT 서비스 기업으로 삼성그룹의 시스템 운영 및 컨설팅, 시스템 통합, IT아웃소싱 등의 주요사업을 수행하는 ‘삼성의 전산망’으로 불린다.
삼성그룹 계열사 간 사업 재편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삼성SNS를 합병한 삼성SDS가 지난 8일 연내상장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 지분을 가진 삼성SDS가 계열사와의 사업조정을 통해 덩치를 키우기에 나선 것이라며 이러한 그룹 차원의 계열사 간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삼성SDS를 상장 시 오는 시세차익으로 이 부회장이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S 주가의 장외 거래가격은 지난 7일 기준 14만 5,000원이였지만 상장 발표 직후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하겠다고 밝힌 지난 8일 당일에는 주가는 하루만에 50% 오른 22만 원선까지 급등했고 지난 22일 기준 삼성SDS의 주가는 20만 5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S 상장 시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1조 원을 웃도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SDS를 이 부회장의 ‘돈줄’이라 부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는데 있어 약 4~5조 원의 상속 증여세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SDS의 상장이 이 부회장의 증여세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S의 상장은 표면적으로는 해외사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본 확보, 내부적으로 삼성그룹 내 이 회장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두 가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최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팀장급 핵심 인사들이 삼성전자로 전진배치된 것도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받을 준비가 됐는지 경영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때 내부거래비율이 70%대에 육박할 정도의 일감몰아주기로 고속성장을 해왔던 삼성SDS가 삼성SNS와의 지분 합병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으로 지분의 양을 더 확보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것은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재벌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 결정은 기본적으로 회사 자체의 경영판단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법률적 판단은 종결됐으나 사회적 논란은 끝나지 않은 만큼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이 얻게 된 천문학적 액수의 이득과 관련하여 사회적 승인을 얻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했다.
로이터는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구주조정 등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다”며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이 부회장이 다년간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그가 최고결정권자로 일해 본 경험이 없고 아버지와 같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최근 2분기 연속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이 그룹 3세 승계 문제가 삼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현대자동차 광고 계열사 이노션은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전담 부서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16년 쯤 상장이 예정돼 있던 이노션은 상장시기를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벗어나는 동시에 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삼성SDS의 상장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시세차익을 거둔 이재용 부회장의 전처를 밟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서둘러 지분율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내년 2월부터 적용될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그룹 총수와 특수 관계인 지분은 30% 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정 부회장은 이노션의 지분 40%를 매각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공정거래법을 피하기 위한 지분율 낮추기 작업에 진행했다. 이어 정 회장의 삼녀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는 보유 중이던 현대차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이는 현대차 그룹의 경영구조 개편을 위한 교통정리 작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그룹은 주력사업인 자동차와 철강 등은 정 부회장이 맡고 이노션은 장녀 정성이 고문, 현대커머셜은 차녀 정명이 고문, 해비치호텔앤리조트는 삼녀 정윤이 전무가 물려받는 방향으로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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