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쌓은 공든탑 ‘신동빈 3년’에 흔들리는 이유는?

e산업 / 박은미 / 2014-08-11 1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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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신동빈의 롯데, 추락 어디까지? 신격호 회장 건강 악화설, 롯데 후계 정리 신호탄?
계열사 지분 사는 신동빈-신동주, 경영권 ‘난타전’
롯데 악재에 ‘포스트 신격호’ 신동빈 위기론 부상

▲ 최근 건강악화설에 휩싸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 악화가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나이는 올해로 93세. 신 회장은 알려진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고령화에 따른 건강 악화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4월 신 회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차례로 물러나며 그룹측은 ‘건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지난달 23일 롯데가 대대적인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작업을 통해 계열사 지분 정리에 들어간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염두 해 둔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이라는데 무게가 뒀다. 하지만 임직원 비리 문제가 터지고 숙원 사업도 불투명해지면서 경영권 승계 중심에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며 롯데그룹의 위기론마저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쌓아 올린 ‘공든탑’이 아들 신동빈 회장 체제 이후 크게 흔들리자 ‘신동빈호(號)’에 대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두문불출 신격호

1922년생으로 올해 93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계열사 대표의 업무 보고를 직접 받는 등 경영전면에 참여하며 건제함을 과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롯데로지스틱스과 롯데리아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며 신격호 회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격호 회장은 언론의 노출을 극도로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려왔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회장의 건강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5월 신격호 회장이 42번째로 열린 울산 둔기리 마을잔치에서 외부노출을 피한 것을 두고 ‘건강악화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해마다 진행하는 마을잔치에서 언론에 얼굴을 비췄던 신격호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 이날 신격호 회장과 면담을 마친 재계 인사들은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전했고 그룹측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신격호 회장은 롯데호텔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가벼운 넘어짐에도 골절상을 입은 것은 워낙 고령인 나이 탓에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한 제2롯데월드의 허용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상황에서도 임시 개장을 서두르는 배경을 두고 건강악화설과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신격호 회장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일본 경제주간지 ‘슈칸다이아몬드’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높이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영승계 비상
‘왕자의 난’ 불붙나

신격호 회장의 건강악화설이 나오고 있는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계열사 지분 정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경영승계를 둘러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지분경쟁으로 해석하며 롯데그룹 후계구도 분쟁을 다시금 거론했다.

지난 7월 22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의 15개가 넘는 계열사가 장외거래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작업에 나섰다. 이날 롯데 계열사 간 지분변동을 위해 들어간 돈만 2,500억원에 달한다.

순환출자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늘리거나 지배하기 위해 지분을 매매하는 것으로 편법 경영권 상속·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롯데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 - 롯데쇼핑 - 롯데알미늄 - 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고리 수만 51개에 달한다.

이 중 시장에서 주목하는 곳은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기업이자 그룹 내 51개 순환출자 고리 중 12개 고리의 핵심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본인 명의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롯데제과다.

이 롯데제과의 지분을 놓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식 매입은 지난해 6월 신동빈 회장이 먼저 시작했다. 롯데쇼핑이 보유했던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4.88%에서 5.34%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신동주 부회장도 한 달에 한번 꼴로 주식을 매입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643주, 9월 620주, 10월 577주, 12월 588주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도 1월 552주, 3월 568주, 4월 553주, 5월 570주, 6월 529주, 7월 492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도 3.89%에서 3.92%로 늘어났고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의 격차는 1.42%까지 줄었다.

특히 이들 형제는 롯데그룹의 핵심계열사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어 어느 한쪽에서 조금만 주식을 사도 경영권 경쟁과 맞물려 향후 그룹내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령을 앞두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일 뿐, 경영권을 위한 지분 경쟁 때문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신동빈의 롯데 위기론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을 시작으로 롯데홈쇼핑 세금탈루 및 납품 비리,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 불발 등으로 끊임없는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 롯데그룹의 내외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나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급기야 신동빈 회장은 지난 6월 말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임원들에게 질책을 쏟아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홈쇼핑 사건은 충격과 실망 그 자체”라며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 부정·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다시 한 번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신헌 롯데백화점 전 사장까지 연루된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는 ‘윤리경영과 부정 비리 척결’을 강조해왔던 신동빈 회장과 그룹의 대외 이미지에 최대 악재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임직원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언행이 그룹의 이미지와 신뢰를 손상시키고 회사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저층부 조기 개장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안전·방재·교통대책 미비를 이유로 불허해 사실상 기약이 없는 상태다. 최근 지하수 유출로 인해 인근 도로가 움푹 패이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제2롯데월드 주변 주민들이 항의도 거세다. 게다가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당하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몸집불리기를 통한 롯데그룹의 외형 확장에 주력하면서 정작 계열사의 내실을 다지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이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몸집을 키워오고 있지만 계열사들은 아직 미흡하다 보니 각종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 같은 악재를 쉽사리 털어낼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들로 신 회장의 리더십 위기설이 대두된 가운데 그가 어떠한 윤리경영과 내실경영으로 이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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