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형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한중일 평화의 밀알 될 것”

Interview / 황경진 / 2014-08-18 1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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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터뷰] 임진형 선교사 척박한 땅 2만평에 노숙자 등 소외된 계층 갱생 사업 추진
한중일 평화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에 무궁화 동산 조성 계획
▲ 임형진 선교사
[일요주간=황경진 기자]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문제아 등의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그들과 함께 황폐한 땅에서 땀 흘려 옥토로 개발하고, 노동의 기쁨과 정신 육체 영적 교육과 훈련을 통해 꿈을 심고 열매를 거두어 새로운 삶을 찾게 하겠습니다.”

그 동안의 선교사로서의 삶을 접고 올해 은퇴한 임진형 선교사(70)는 2년 전부터 이같은 계획을 추진했다. 임 선교사는 24년 전 기독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일본으로 건너가 복음을 전파하고 7개의 교회를 설립했다. 20년 전 부터는 노숙자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자활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월 대장암 선고를 받은 것. 3월과 6월 두 차례의 대수술 끝에 회복 중에 있다. 고령인데다 암 수술까지 받아 심신이 지쳐있지만 그는 은퇴 이 후 또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다.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등 소외계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크게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고자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임 선교사는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품고 지난 1990년 10월 15일, 일본으로 건너가 7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올해 70세인 그는 교단의 지침대로 목사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 선교사는 은퇴 후 자신의 삶이 아닌, 20년 전 동경교회를 개척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나눠줬던 노숙자들을 상대로 또다시 고된 삶을 선택했다. 그는 비영리법인 NPO를 설립해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을 설립했다. 이스라엘의 집단 공동체인 ‘키부츠(Kibbutz)’ 운동처럼 순수한 공동생활 양태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약자를 도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2만여 평의 땅에 노숙자와 알코올 중독자, 형무소 출소자들을 위한 농촌 개발을 꿈꾸고 있다. 노동을 통한 삶의 의욕 고취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돌봄을 기본적인 사업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 공헌에도 일조 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선교사는 “노동의 참의미인 보람과 기쁨을 깨닫게 하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켜 노숙자 개인의 삶을 향상 시키며 가정과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도록 도와 줄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노숙자 사역을 한 그는 왜 노숙자 갱생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는지 물었다.
“노숙자들을 변화시키기란 굉장히 어려워요. 다른 사람보다 몇 배 힘이 듭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들을 공동체로 만들어 함께 밭을 일구고 노동을 하고 교육을 시켜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노동을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할 때, 무기력한 노숙자들이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다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노숙자 갱생 외에도 노인 호스피스 활동, 청소년 상담전화도 운영할 계획이다.
노인 호스피스 활동의 경우 고독한 노년기를 맞이하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돌봄 서비스를 행함으로써 사회에서 소외감을 안고 살아가지 않도록 한다는 게 그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외국인이 많이 살지 않는 후지노미아 시는 배타적입니다. 시 농사과에서 왜 일본에서 농사를 지으려 하냐고 이유를 묻더군요. 그래서 울릉도에 있는 나물을 여기 땅에다 심고 싶습니다. 은퇴 후 노숙자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동북아시아 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임 선교사의 진심이 받아들여진 것일까. 결국 후지노미아 시 농사과 관계자들을 설득한 끝에, 후지산 밑에 버려진 120평 땅을 얻게 됐다.

그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에서 땀 흘려 일하기 시작했다. 현지 교인, 가족과 함께 울릉도에 있는 명이 나물을 가져와서 심고 농사를 짓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프로젝트가 지인들을 통해서 소문이 나면서 땅을 무상으로 기부해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인근에서 건설업을 하는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사장은 중풍이 와서 반신불수가 된 채 일도 못하는 상태였어요. 제 이야기를 듣더니, 땅 3,000평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건설업을 하는 사장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 부인이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동북아시아 평화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많이 공감해주었습니다. 나중엔 그분은 7,000평의 땅을 제공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임 선교사의 열정이 일본인들을 감동시켜 1만평의 땅을 확보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꿈

임 선교사는 그 척박하고 황량한 땅에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그곳에 김치공장을 만들어, 외국 학생들이 와서 김치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한옥 집에서 밥도 짓고 체험하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된장, 고추장 공장도 세울 겁니다.”

현재 후지산 밑에 있는 2만평(현재 1만평 부지 확보)의 대지 위에 건물과 공장을 세우기 위한 작업만이 남아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일본 사람들의 도움으로 땅은 확보했지만 이제 남은 것은 그 위에 건물을 세워야 하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집 프로젝트는) 한·일 관계 개선의 오작교가 될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힘껏 사업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곳에 한국의 무궁화도 심을 계획입니다.”

임 선교사는 현재 한중일 관계에 대해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도와줘선 안 되는 나쁜 나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신앙인으로서 그렇게 보질 않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싸워서 이기면 다 같이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선한 양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세미나를 열 계획입니다.”

그는 또 동북아시아 평화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에 무궁화 꽃길을 조성하는 ‘무궁화 동산’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 3월부터 무궁화 3,000그루를 심고, 향후 중국 매화와 일본 벚꽃도 함께 심을 계획이다.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동안, 일본 시부야에 있는 국제청소년회관에서 한중일 대학생을 각각 30명씩 초청해 사역자 양육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한다”면서 “그들의 비전을 토론하고 동북아시아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캠프를 만들 계획입니다. 한 개인의 꿈이 아닌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증진을 위해 ‘동북아시아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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