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조합 비리 중심엔 '막강 권력' 조합장 군림..."조합장 선거, 농협개혁 출발점 돼야"

사회 / 박은미 / 2015-03-02 16:30:35
  • 카카오톡 보내기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농·축협조합의 조합장들이 교육지원사업비 부당지출, 조합자녀 장학금혜택, 특정인 채용비위, 특정업체 공사계약 몰아주기 등 위반행위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역의 절대 권력으로 군립한 조합장들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는 내부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해 9~10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과 지역 농·축협조합 11곳에 대해 감사를 벌여 위반행위 180건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농식품부 감사 결과 지역의 한 A축협은 교육지원사업비 예산을 전용해 2년간 명절 선물로 하나로마트 교환권 9억 6,000여만 원 어치나 과도하게 구입했다가 적발됐다.

농식품부는 교육지원사업비 등 영농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현금이나 상품권 형태로 지원할 수 없어 해당 축협에 '기관주의' 조치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B축협은 장학금 지급대상이 아닌 조합원 자녀에게 1,808만 원을 지원했다가 적발됐으며 C축협은 회의비 예산으로 3년간 야유회에 1,081만 원을 썼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D축협은 농사를 포기해 조합원에 대한 정책자금 1억 6,000여만 원을 회수하지 않았고 E축협은 임직원에게 생활안전자금 대출한도인 2,000만 원을 훨씬 넘는 1억 4,000여만 원을 빌려줬다.

F축협은 일반경쟁에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쪼개 수의계약하는 방식으로 4억 1,250만 원을 특정업체에 몰아줬다가 적발됐다.

또한 인사규정에도 없는 응시자격요건을 허위로 만들어 단 3일간의 채용공고를 낸 뒤 특정인을 5급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채용공고조차 없이 특정인을 7급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안건을 인사위원회에서 특 상정·의결해 직원을 뽑기도 했다.

G축협은 조합원 실태조사과정에서 장기간 폐업 등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어진 137명에 대해 탈퇴처리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는 등 조합장 선거의 유권자인 조합원 명단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도 해외출장비용 등으로 써야 할 '국외여행 준비금'을 일당체제비로 활용, 2011~2014년 경비 7억 3,000여만 원을 과다 지출했으며 축산물공판장 당직근무인원을 불필요하게 많이 운영해 연간 3,645만~5,465만 원의 당직비를 낭비했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농·축협조합의 비리백태가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지역의 권력'인 조합장들을 견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오는 11일 치뤄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전국에 걸쳐 불법행위가 기승하며 혼탁 양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공정 선거를 위한 감시 및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이 재량껏 활용 가능한 돈은 홍보활동비, 경조사비 등 연간 10억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합장의 권한은 이처럼 막강하지만 이에 대한 견제는 취약하다는 것.

이처럼 일선 조합장이 1억 원 상당의 고연봉과 10억 상당의 예산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현직 조합장 선거가 부정선거로 얼룩질 소지 또한 다분하다.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2일 이사나 감사가 조합장의 측근들로 채워져 거수기 역할을 하다 보니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책임감도 부족하다며 조합장 선거 때 이사나 감사를 같이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재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합장 선거는 그동안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고 공명선거를 통해 농민이 주인 되는 농협으로 거듭나는 지속적인 협동조합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농촌지역에서는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릴 만큼 농민들의 영농, 교육, 문화 등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럼에도 조합장은 선거에 당선되면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뒷전인 채 재선, 삼선의 꿈만 키우기에 급급해 농민들의 지탄과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 의장은 정부가 유권자인 농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장은 "지난해 국회는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악함으로써 후보자와 유권자인 농민들을 완전히 격리시켜 놓았다"며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 및 단체가 초청하는 대담토론회마저 금지시킴으로써 후보자의 정책을 농민들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극도로 제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이번 조합장 선거가 농협개혁의 출발점이 되기위해 <좋은 농협 만들기 전국운동본부>와 함께 투명한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후보자 서약운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조합장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추락한 가운데 다가오는 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농협개혁의 출발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