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에 투신한 신한생명 지점장, 산재 인정..."업무와 자살 상당인과관계"

사회 / 이수근 기자 / 2015-04-14 16: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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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수근 기자] 과도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보험사 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말단 직원부터 임원까지 직책을 가리지 않고 자살사고가 발생하면서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른바 '자살 트라우마'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 압박 스트레스로 투신해 사망한 보험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는 판결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14일 신한생명에 종사하던 전모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지급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씨는 1992년 신한생명에 입사해 지점과 본사 등에서 근무한 후 2013년 1월 지방 한 지점의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인근에 경쟁 보험사가 들어서면서 지점 실적은 크게 악화됐고 전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전씨가 부임한 이후 석 달 동안 해당 지점의 영업실적은 27% 감소했고 소속 보험설계사도 17%나 줄었다.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급기야 본사에서는 지점을 축소해 다른 지점과 통폐합하겠다고 통보했다.

전씨는 설계사를 새로 뽑아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지만 면접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당했다.

결국 전씨는 2013년 3월말 빌딩 6층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시신의 호주머니에는 유서 대신 지점 통폐합에 따른 직원 인사이동 문서 등이 들어 있었다.

전씨를 잃은 부인은 "남편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죽음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법적공방에 들어갔고 재판부는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전씨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이 지속되며 정상적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망인이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로 실적목표 달성을 보고하며 실적 하락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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