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 “세상의 윤활유 같은 정치인으로서 인생 2막 열고 싶다”

Interview / 조승유 / 2015-11-19 15: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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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초대석] 법부법인 저스티스 김형태 변호사가 꿈꾸는 세상 “20여 년 약자의 대변인으로 고단한 삶에 희망 불어넣줘”
“화려한 모습의 정치인보다는 성실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 김형태 변호사
[일요주간=조승유 기자] 가을 가뭄에 애타는 농심의 간절한 기도 때문일까. 회답이라도 하듯 새벽부터 반가운 빗줄기가 세차다. 오랜 가뭄 끝이라 그런지 이제 긴 여정을 끝내고 고향집에 돌아온 나그네의 정겨운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아마 오늘 만나는 사람도 그런 가뭄에 단비처럼 긴 여정의 안식처 같은 그런 포근한 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20여년을 대전 시민의 대변인으로서 고단한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이며 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가 꿈꾸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형태 변호사와 일문일답.

- 현재 법무법인 저스티스의 대표변호사로서 법률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
▲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0~7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직업군이 없어 몇 가지 직업에 한정되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군으로 문과를 나올 경우 예능계를 제외하면 판검사, 공무원, 사무직, 선생님 정도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공부를 잘하면 판검사나 공무원이 되겠다고 고시 공부하게 되는데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물론 이 과를 선택하면 약간 다양하였겠지만 좋은 직업이라고 해서 선택한 것뿐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 법률을 공부하다보니 법률이란 사회 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변호사로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 ‘법이란 근엄한 교장선생님의 얼굴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변호인과 법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이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대단히 중요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이것이 법을 보는 나의 견해다. 그래서 변호사로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다만 요즘 변호사들이 많이 늘어나는데 이처럼 늘어나는 변호사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러한 윤활유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 마디 해야겠다. 요즘 변호사들도 여전히 변호사라면 의례 소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어려움으로 인해 변호사들이 현재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래에 조만간 다양한 곳으로 진출해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을 오용할 소지도 물론 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유머의 대상 중 등장하는 빈도수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변호사들이 법을 오용해 사회의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것이 바로 변호사 과잉이 만든 역작용이다. 우리도 현재 그러한 부작용을 약간 겪고 있는데 우리사회가 변호사의 일에 대해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개선되도록 질책해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변호사는 그리 전망이 좋은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법의 역할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법의 오용과 남용이 많아질 것이다. 그 안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있지만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리 환영받지 못할 직업이 될 것임 이 분명하다. 다만 법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작용을 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미래의 법은 사람들을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갈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요사이 거론되고 있는 복지정책이나 노동개혁 모두 법률로 만들어져 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아도 분명하다. 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말하고 싶다. 악마적인 면과 동시에 천사적인 면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법이 항상 정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법이 정의에 가깝게 가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 많은 분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대변하고 계신데 변호인으로서 특별히 기억나는 보람 있는 일이 있다면.
▲ 사실 사람들은 변호사가 승소하면 변호사 자신이 굉장히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승소한 당사자만 좋을 뿐이다. 변호사는 무죄가 되거나 승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승소하거나 무죄가 되어도 그다지 좋은 줄 모른다. 그저 ‘겨우 일을 마쳤구나’라는 생각만 든다. 따라서 특별히 보람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잘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아마 당사자들은 좋아하고 보람 있는 것이라고 여길 사건이 있는지 모르지만. 다만 변호사로서 마음이 아픈 경우가 훨씬 많고 그런 기억 밖에는 없다.

형사사건 중에 칠십이 된 노인분이 사기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억울해서 항소를 했는데 진행 중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나 역시 무죄를 확신하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1심에서 받아주질 않았다. 그 억울함 때문에 그분은 돌아가신 것이다. 그 외에 기억을 하라고 하면 여러가지 있지만 나쁜 기억 밖에는 없다. 사실 변호사를 오래했지만 변호사를 오래 할수록 느는 것은 법에 대한 불만이다. 잘못된 법에서 느끼는 분노, 법이 결코 정의만이 아니라는 사실, 법관들의 현실에 대한 무감각, 결국 법조계가 기득권층이며 그것도 극우에 가까운 보수층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 이런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 충청인으로서 대전 사랑이 남다르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사회복지활동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 대전에서 태어나지 않을 뿐이지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대전 사람이다. 충남 논산 강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만 다니고 2학년 때부터 대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후 대학시절, 군대시절 등을 빼놓고는 대전에서 살았으니 분명히 대전 사람이다. 아마도 죽을 때에도 대전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대전 사람이 대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말이 되겠는가? 사실 서울에서 잠시 대학을 다닐 때에 주위 친구들이 내 말투를 듣고 충청도 사람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말투 지금까지도 그대로다.

사투리는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느린 말투는 역시 충청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대전사랑이라는 표현이 참 좋다. 하지만 막상 대전 사랑이 무엇인지라고 물어보면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러면 대전에서 오래 산 사람으로서 대전하면 떠 오른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이 바로 대전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 시절 대전천에서 놀았던 기억이다. 대전천은 여름에는 목욕탕이었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었다. 겨울이 되면 목척교 가까이에 둑을 쌓는다. 그래서 대전천의 물을 모아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정말 대전 사람이다.

사실 여름 한밤중에 동네(그 당시에 인동에서 살았으니 대전천은 보문교와 원동교 사이다) 사람들은 대전천으로 내려와 옷을 홀딱 벗고 목욕을 했다. 그 당시에는 전기불빛이 없어 대전천은 어두웠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었다. 물론 물도 깨끗했고 겨울철 스케이트장에는 어린 초등학생 뿐 아니라 대전에 있는 중고등학생들 모두가 모여 함께 놀면서 장난쳤는데 겨울철 한 때 참 즐거운 곳이었다. 그 당시에 남녀학생들이 함께 모여 놀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에 추운 겨울임에도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좀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학생들이 연애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때로 얼음이 녹는 늦은 겨울 깨진 얼음을 타고 논 기억 도 새롭다. 물론 물에 자주 빠졌지만.

사회복지활동에 대해서는 사랑의 열매라고 불리는 대전사회복지공동회 회장을 맡았고(2011. 3.~2014. 3.) 현재는 자살예방에 관련된 사회단체인 한국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참으로 많은 분들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실을 안 것이다. 음지에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어려운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별로 여유롭지 않은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하면서 평생 모은 정말 큰돈을 기부한 것,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또는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이름뿐인 회장이니 이사장이니 하는 것은 역할이 크게 보이지만 한 일이 별로 없어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회장할 당시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만 열심히 생각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그 마음 하나로 열심히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체 사회적 인 면에서 살펴볼 때에는 그 분들의 역할은 실질적인 큰 영향보다는 상징적인 또는 정신적인 영향으로서의 의미,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전체적인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라는 것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 최근 기고 글에서 ‘나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정치에서 찾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만약 정치인이 되신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
▲ 참 어려운 질문이다. 원래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란 자신이 어떠하든 좋게 보고 높게 평가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데 정치인으로서 내 미래의 모습은 어떨지 잘 모른다. 굳이 상상해 본다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 화려한 모습의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성실한 정치인, 열심히 하는 정치인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싶다.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좋은 정치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 앞으로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그리고 변호인 직종을 꿈꾸고 희망하는 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조언을 한다면.
▲ 정치를 하고 싶다고 선언한 이상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 치인이 되는 것이 꿈이지요. 그 자리에 어느 곳이든, 그 때가 어느 때이든 사람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 들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꿈이며 포부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좋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세상의 윤활유라고 할 수 있는 법을 조정하고 다루는 직업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지나치게 돈을 쫓다보면 변호사라는 직업은 선한 직업이 아 닌 악마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생각한다면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지 말라고 권한 다 하지만 세상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변호사라는 직업은 대단히 필요하고 유용하다 생각한다. 따라서 삶의 가치를 인간적인 것, 도덕적인 것, 정의의 실현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두고 있다면 변호사는 정말 이것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편안한 삶을 바란다면 선생님, 교수, 급여생활자가 좋을 것 같고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공무원 정도가 좋겠다. 그리고 돈을 벌기를 원한다면 사업가, 의사, 연예인, 운동선수 등등 특별한 직업을 가져야 된다 생각한다. 돈도 벌면서 편안하고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 는 직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운 좋은 변호사가 이러한 직업에 가깝긴 하지만 극소수 선택된 사람만이 이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직업과 대동소이하다. 다른 직업 역시 선택된 사람들은 이처럼 돈도 벌고 편안하며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차창가로 세찬 빗줄기의 여운이 가득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 당파싸움에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정치인들, 아우성치는 서민들의 고달픈 목소리,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 그의 소신 있는 당당함과 함께 변화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만들고자하는 의지는 이시대가 원하는 선구자의 길로써 많은 사람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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