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공대원들의 기습에 미군 정예 공정기동여단은 급소를 맞은 거인처럼 비틀거렸다"

정치 / 이 영 작가 / 2016-01-29 1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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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15)
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15)

8월 27일 삿포로 동북쪽 후라노

미제 82공정단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무인공격기 프레데터는 아침부터 히다카산맥을 따라 비행했다. 다이세쓰산, 토카치산, 토라야무시 산 등.
2,000m가 넘는 고산지대를 2대가 교차하며 돌아쳤다. 얼마 후 대형 공격기 아파치헬기가 날아들었다. 산등성을 당장이라도 토막 낼 듯이 웅웅거리며 날았다. 푸른 산은 말없이 바라만보고 있었다. 북 특공대원들은 빈대처럼 바위틈과 이미 파놓은 땅 속으로 숨어들었다. 헛스윙을 하는 거인처럼 아파치헬기는 간헐적으로 70mm 로켓탄을 발사하면서 지상을 위협했다.

특공대는 낮에는 은거지에서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사를 교육받다가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이들은 검은 흙을 얼굴에 문질러 위장했다. 검은 무리는 어둠과 함께 서서히 목표 침투 대기지점으로 기동을 했다. 초저녁 시간이 가장 스피드를 내기 좋은 시간이었다. 특공대는 잰 걸음으로 뛰다시피 하산해 내려갔다. 폭풍 전야처럼 산 아래는 고요했다. 임시 주둔지엔 제82공정사단 제1기동여단의 본부가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침묵 속에 주둔하고 있었다. 고재팔 대위는 목표지역의 불빛을 가리키며 다시 한 번 대원들의 임무를 상기시켰다.

“야, 이보라. 공격 2반장 김 상사는 낮에 정찰한 대로 놈들의 지휘탑인 둥그런 안테나를 때리고, 깃발이 걸린 본부를 깨버리는 거야.
그리고 차력이 저격수 동무는 앞으로 나서는 간부급들을 처단하라우. 금철이는 먼저 기동하는 장갑차를 발사관으로 깨라.
나하고 연락수는 2공격반을 따르며 지원한다. 이상 질문 있는가?”
고재팔 대위가 조원들을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장군님을 위해 우리 모두 총폭탄이 되자.”

그의 임무 지시 확인이 끝나자 이들은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찌르레기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려 왔다. 정신 나간 풀벌레들이 겁 없이 일제히 풍악을 울리듯 요란스레 울어댔다. 조장은 박금철 중사와 신차력 하사를 척후로 내세우며 지시했다.
“놈들의 매복에 신경을 곤두세우라, 금철이가 앞장서서 양키놈들 냄새를 코를 높이 들고 잘 맡아보라. 노린내가 난다 말이지, 출발.”

고재팔 대위는 박 중사의 등을 툭툭 치며 앞으로 내세웠다. 살금살금 기어가다시피 그들은 2시간 이상을 접근해 들어갔다. 밤 12시가 넘었다. 희미한 야전텐트 등불들이 텐트 사이로 삐져나왔다. 고재팔 대위가 손을 흔들자 각 임무별로 흩어졌다. 다시 30분을 한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전방을 관찰했다.
3단 가시철망과 검은 텐트들, 바퀴가 12개나 달린 장갑차 그리고 서치라이트가 돌아가는 높은 망루 중간 중간 모래주머니로 쌓아놓은 참호가 보였다.
이들은 조장의 신호에 따라 낮은 포복으로 접근했다.
제2공격반 장애물 담당 최 중사는 젖은 수건을 가시철망에 대고 하나씩 잘라냈다. 철망 사이로 조명지뢰 철선이 거미줄처럼 엮여져 어른거렸다.

3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하늘로 폭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구쳤다.
기지 반대쪽에서도 불꽃이 올랐다. 타격대의 대대적인 기습으로 미군 정예 공정기동여단은 급소를 맞은 거인처럼 비틀거렸다. 망루 서치라이트가 불꽃이 튀는 쪽으로 돌리는 순간, 신차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 단발의 뭉툭한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터졌다.

서치라이트는 한방에 깨져 버리고 사방은 다시 칠흑 같은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거인처럼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던 장갑차의 기관총이 터지기 시작했다. 둔탁한 소리를 내는 중기관총은 시간차를 두며 공기를 울렸다.
발사관사수 박금철 중사의 눈동자가 야광처럼 빛났다.
심호흡을 자신의 호흡방식으로 깊이 들여 마셨다 뱉었다. 스~읍 숨이 멈추는 그 순간 팔뚝만한 불꽃이 소리를 내며 전방으로 날아갔다.
뜨거운 바람이 뒤로 빠지며 나뭇가지를 흔들자 신차력은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뜨거운 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검은 왕거미 장갑차는 들썩하며 지상으로 튀었다 떨어지고는 기절하듯 잠잠해져버렸다. 멍하니 고개를 처박고 있던 신차력의 뒤통수를 박 중사가 후려쳤다.
“차력이 정신 차리고 뛰라, 진지 변경해야지.”

두 사람은 동시에 두 바퀴를 구른 뒤 일어서서 어둠 속으로 줄행랑을 쳤다. 불과 10여 초 후 어디선가 붉은 로켓탄이 날아와서 그들이 엎드려 있던 자리에서 작열하며 터졌다. 미군 캠프는 카운터펀치를 맞고 링 위에 쓰러진 거인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새벽 02시. 하늘로 푸른 불꽃이 엑스자로 올랐다. 도주 신호였다. 조장 고 대위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왔다.
“야, 따르라. 뛰라.”

초저녁에 봐놓았던 1차 집결지는 능선 너머의 작은 교량이었다. 이들의 도주속도는 들개보다 빨랐다. 퇴각하는 적을 섬멸하려는 듯이 미군 기동타격대의 총소리가 뒤통수를 계속 따라왔다.
고재팔 대위의 공격조는 산 능선을 넘어 어둠 속으로 뛰어 달아났다.
어디선가 바람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파치헬기의 소리였다. 야간 적외선 열 추적 장비를 장착한 이 공격헬기는 스크린 상에 붉은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물체를 쫒았다.

로켓포가 작열했다. 검은 망토를 걸친 베트맨처럼 사정없이 쏘아대며 미친 듯이 몰아쳤다. 고재팔 대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야. 화승총 발사관 남으라.”
신차력도 함께 남아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화승총사수 김유만 상사는 호흡을 조절하듯 긴 숨을 수차례 쉬면서 가슴을 쓸었다. 박 중사가 그의 허리를 감싸며 안았다. 신차력은 배낭을 멘 채 벌렁 누워서 소총으로 하늘을 겨냥했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멀리서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헬리콥터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미사일은 불꽃을 뿜어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하나, 둘, 삼, 넷, 다섯, 꽝! 회오리처럼 돌아 오르던 불덩어리가 검은 헬기를 관통하며 불꽃을 토해냈다.
“야, 저보라 차력이 봤지. 미제 썅 간나새끼들.”
김유만 상사는 자랑스러운 듯이 신차력을 쳐다보고는 곧장 조장이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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