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앞둔 사형수들 자살.노환 등으로 잇따라 숨져…매년 사형 미집행 늘어

사회 / 이민식 / 2016-02-12 0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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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현(44)과 윤계상(31)이 주연한 영화‘집행자’의 한장면. ⓒNewsis
[일요주간=이민식 기자] 지난 1997년 이후 19년 째 사형 미집행으로 인해 한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사형수들이 1년에 평균 1.6명꼴로 사형을 면제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형 집행 대기 상태로 복역 중 갑자기 사망한 사형수가 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형수가 자연감소하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1명이 병사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해당 사형수는 강간 살인죄를 저질러 1996년 사형 선고를 받은 A씨로 지난 3월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빚 독촉에 쫓겨 5촌 당숙 등을 살해해 1999년 형을 확정 받은 사형수 B씨는 지난 10월 자살로 사망했다.

이처럼 사형 미집행으로 사망한 사형수가 2명 더 추가됨에 따라 지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사·자살· 노환 등의 이유로 숨져 교수형을 면한 사형수는 모두 10명이 됐다. 그동안 사형 미집행으로 숨진 사형수는 2006년 1명, 2007년 2명, 2009년 4명, 2011년 1명이 있었다.

특별사면으로 형량이 줄어든 19명을 포함하면 지난 18년 간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을 면한 사형수는 모두 2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사형 미집행으로 1년에 평균 1.6명이 사형을 면제받고 있는 것.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난 1997년 이후 19년 째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제엠네스티(사형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 단체)의 규정에 의해서는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형이 미집행되고 있는 있음에도 감형 자연사 등으로 사형수는 2007년 64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집계된 사형수 (2015년 말 기준)는 총 57명(군 사형수 3명 제외)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지난해 9월 7~11일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회원의 9%인 1,426명이 참가한 가운데 응답자의 53%(752명)가 사형제도 존치에 찬성했다. 반면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변호사는 47%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사형제도 존치에 찬성한 변호사들은 사형제도가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의에 부합한다', '흉악범에 대한 유효한 억제책이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반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변호사들은 '오판 및 남용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반인도적 제도'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6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사형제도 현상을 유엔기관이 정리한 서적의 출판 기념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심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사형에 처해질 우려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사형제도 폐지를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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