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민 “장애인 자립 반드시 필요…전자스크랩으로 일자리 창출 나서”

Interview / 김슬기 / 2016-03-21 13: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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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초대석] 장애인새마을협회 경기지부 박흥민 회장
[일요주간=김슬기 기자] 지난 2014년 장애인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9%, 여성 장애인은 22.1%로 집계된 바 있다. 미국 등 여타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꽤 높은 수치다. 즉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보장 수준이 낮아 취업 필요성이 그만큼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고용 시장은 장애인에게 매몰차기 그지없다. 경제활동참가율에 비해 높은 실업률, 열악한 근로 환경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말 장애인 실업률은 남성 5.8%, 여성 9.3%로 전체 인구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전체 장애인 경제 활동 인구 중 66%가 단순노무, 공장 노동, 청소 등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작년 12월엔 국내 굴지 기업 계열사가 정규직으로 채용한 장애인을 한 달 만에 내치려한 일도 발생해 장애인 고용 시장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낸 바 있다. 장애인은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근로 의지가 충만한 장애인들을 이처럼 매섭게 내치고 있는 고용 여건 속에서 오히려 내 주머니 털어 이들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 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장애인새마을운동협회 경기지부 박흥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회장은 구리서 ‘게푸앤석세스’라는 자원 재활용 기업을 운영하며 초반엔 장애 학생 장학금 및 무료급식비·장애우 병원비 등 개인적 지원 활동을 펼치다 좀 더 폭넓은 자립체계를 만들기 위해 협회에 가입해 장애인들의 일터 마련에 적극 몰두하고 있다. 부담금을 납부하고서라도 채용을 꺼리는 기업들이 만연한 현실 속에 그는 자신의 회사에 장애우를 고용하면서 그들의 자립을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과거 사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서 3차례나 사기를 당하며 좌절하던 당시 태릉서 장애인 역도 연맹 일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어려움을 해쳐나가던 그 시절 추억 때문이다. 단순 의지나 말 뿐이 아닌 그들 바로 곁에서 함께 지내온 시간이 있기에 누구보다 장애를 겪는 이들의 고충을 여실히 이해하고 있는 박 회장은 현재 재활용 사업을 기반으로 자립장 설립을 계획하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전국 500개 자립장에 수많은 인력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자스크랩으로 사업 확장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장애우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슴이 벅차 있다.

<일요주간>은 일시적 원조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게끔 장애인 자립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장애인새마을협회 박흥민 회장을 만나 장애우 터전 마련에 대한 지원 활동과 의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태릉서 장애인 역도 연맹 일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적 있어…장애 가진 이들의 사회적 고충 충분히 절감”
“양주에 장애인 자립장 계획…향후 500개 확대 소망”


- 장애인새마을운동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 근면 자조 협동 바탕 위에 나눔, 배려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제2 새마을 운동인 ‘새마음운동’을 새롭게 전개하고자하는 취지서 설립이 됐다. 이런 새마음운동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높여 계층 간 갈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긴 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각종 대안을 제시하곤 있지만 그에 대한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따라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새마음운동이야말로 국가 전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새마음운동을 세대 계층을 막론하고 장애인들도 솔선 전개할 수 있게끔 자립 터전을 만들어 주자는 게 결국 협회의 궁극적 목표다.

- 특히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장애인들 대부분이 고용 과정에서 심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에 기사에도 보도가 됐는데 무려 90%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고 하지 않은가. 특히 중증은 구직이 정말 힘들다. 애초 지원조건 중 신체조건을 극히 제한하고 있어서 면접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걸 극복하고 어렵게 취업이 된다 해도 그 속에서도 고용차별을 당하기 일쑤다.

임금 같은 경우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기본급 자체를 비장애인보다 낮게 지급받는 사례가 많다. 교육훈련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받는 교육, 훈련 등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하는 거다. 또 갑자기 원하지 않는 직무에 배치 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장애를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되거나 아예 느닷없이 쫓겨나는 일도 많으니 상황이 참 안타깝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자립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장애인새마을운동협회가 지난해 11월 본격 설립됐다. 그리고 나는 경기지부를 맡아 활동을 진행하게 됐는데 마침 개인적으로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이를 활용해 장애우 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현재 사무소를 두 곳 운영 중인데 그 중 양주에 협회 취지에 맞는 자립장을 설립할 계획에 있다. 물론 재활용 일이란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품목도 여러 가지고 앉아서 일을 하게 한다거나 여건들을 수월하게 만들어 5명에서 10명 규모로 시작해 그 분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터전을 점차적으로 확대해볼 생각이다.

이밖에도 현재 장애인들의 쉼터 제공 및 병원비 지원, 여러 복지 단체 등에 후원 활동, 중증 장애인 학생들 학비와 급식비 지원을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새마을운동협회를 비롯해 박 회장은 국비 지원 없이 사비로 이 같은 일을 진행하고 있다)

- 협회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 96년도부터 개인적으로 성당이나 장애인 단체를 통해 소소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개인이 돕는 것도 효과가 일시적인지라 점차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차에 지인 분 소개로 협회에 가입하게 됐고 처음에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게 됐다. 장애인 분들 병원가실 때 차량을 확보하고 그분들이 취업 활동을 원활히 하게끔 조력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분들의 터전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보다 큰 도움이 된다 싶었고 결국 자립장 설립까지 계획하게 된 거다.

- 장애인을 돕게 된 남다른 사연이 있다고 들었다.
▲ 사업을 하다 3차례나 사기를 당해 좌절하던 시기 태릉에서 장애인 역도 연맹 일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지낸 적이 있었다. 마침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회장직을 그만두고 거기다 역도연맹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연맹 지원이 급격히 줄다보니 그들도 사정이 좋지 않았었다. 그간 운동만 한데다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그들보다 좀 더 활동하기 수월한 내가 나서서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됐던 거다. 결국 그렇게 한동안 그들과 함께 한 식구로 동고동락하면서 지냈다.

그 과정 속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장애나 고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절실히 알게 됐고 또 자립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몸소 느끼게 됐다. 결국 지금 자립장 설립과 같이 회사 체계를 갖추려고 하는 것도 다 그 같은 경험에서 나온 거다. 단순히 막연히 돕는 게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끔 그 기반을 닦고 거기에 정당한 임금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는 걸 깨달았다.

- 지금 운영 중인 회사에서도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 그렇다. 하지만 거래처와 일을 진행하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이 있다라는 걸 자주 절감한다. 근로자 한 사람으로서 일하고 정당히 임금을 받겠다는 건데 거래하는 회사들마다 장애인들 데려다 도와달라는 걸로, 그냥 억지를 부리는 걸로 여기더라.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단체를 통해 사업을 한다고 하면 꺼려하는 회사가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런 편견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 자격증이라든지 (장애인) 직원들이 능력을 내보일 만한 수단을 강구하게끔 지원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나도 옆에서 자격증 3개나 땄다. (웃음)

- 회사 소개 좀 해 달라.
▲ ‘게푸앤석세스’라는 재활용 회사다. 폐기물을 투명하게 처리해 환경을 보존하고 이를 후세에 온전히 둘려주자는 마인드로 친환경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본사는 의정부, 사업소는 구리와 양주에 위치해 있으며 2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게푸앤석세스라는 회사는 작년 4월에 본격 개업하긴 했지만 재활용사업은 지난 1996년부터 삼성물산, SK건설, 롯데건설 등 많은 기업들과 일을 하며 운영해왔다. 각종 특수금속, 알루미늄, 금, 은, 동, 니켈 등과 전산장비 및 통신장비 등의 전자스크랩을 취급, 고가 매입해 건설현장이나 공장철거현장에 있는 각종 폐기물을 운반, 처리하고 있다. 특히 전자스크랩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에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 20대 시절엔 주점을 크게 운영했었다. 이 업종에 뛰어든 건 정말 우연찮은 계기였다. 단골손님 중 하나가 고철사업을 하면서 수입 중 30~40%를 기부하는 걸 봤다. 처음엔 고철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그럴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3~4배나 더 많이 버는 게 아니던가. 그렇게 호기심이 가던 와중 그 분과 한 달 가량을 동행하며 같이 업무를 본 적이 있었다. 중증은 아니었지만 사고로 다리가 조금 불편하였었는데 그 때문인지 같은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계셨다. 특히 보통이들이 꺼리는 나병 환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걸 봤다. 당시엔 그것은 내게 큰 충격이었고 그저 호기심 대상이었던 그 분이 점차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당을 다닌 것도, 봉사를 하게 된 것도 다 그 분의 권유에서 시작이 된 거다. 결국 그 분 소개로 재활용 사업에도 뛰어들게 됐고 나도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그 과정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라는 걸 알게 됐다.

- ‘게푸앤석세스’가 사회 환원에도 힘쓰는 걸로 안다. 해왔던 몇 가지 활동 소개 부탁한다.
▲ 2003년 국제휠체어 마라톤대회 후원을 시작으로 환원 활동을 점차적으로 넓혀갔다. 그해 제11회 대구 농아인 체육대회를 후원한 적이 있으며 디너쇼를 통해 경북의 소외계층 및 장애인들을 위한 후원금 기부 활동에 나선 적이 있다. 또 장애인과 함께 중국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도 진행한 바 있으며 나병 환자를 위해 소록도로 봉사 활동을 나간 적도 있다. 이런 경험에 힘입어 그 다음해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후원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장애인 재소자 영치금 보내기 운동, 시설 아동 및 장애인 돕기 사랑의 열린음악회 진행, 장애인 학생 멘토 맺어주기 행사인 사랑의 끈 연결 운동, 장애인 합동결혼식 등을 진행해 왔다. 물론 환원이라고 하기엔 아직 작은 규모라 나열하기 부끄럽지만 이런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조금이나마 장애인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러면서 점차 범위도 넓혀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런 후원활동으로 박 회장은 2014년도에 국회보사위원장 표창장을 수상한 바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 앞서도 말했듯 장애인을 돕자하면 많이들 꺼린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복지 개념 틀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다. 내 것을 나눠 쓰면서 무조건 지원하자는 게 아니라 장애인도 충분히 한 몫을 하는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함께 사회에 참여시키자 라는 거다. 결국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들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그런 기반이 형성되게끔 자립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얘기하고 싶다.

이 때문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전자스크랩 자립장을 확장하는 게 회사 목표가 됐다. 현재 큰돈을 들여 공장을 설립해놨는데 물건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그런 곳들이 많다. 그런 곳들과 협약을 맺어 나가려고 한다. 우리는 그간 영업을 통해 물건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상호간의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렇게 한 개 한 개 늘려나가다 보면 언젠가 (자립장) 500개를 설립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밖에도 개인적으로는 장애 학생들의 특기를 키워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게끔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현재는 내가 할 수 있는 여건 내에서 작게 기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주변 지인으로 알고 지내는 교수님이나 변호사 분들의 조언을 얻어 계속 그 범위를 넓혀가려 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진정으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가 또 다음에 다른 어떤 이에게 나눔을 행할 것이고 그 나눔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되리라 믿는다. 그런 마음으로 현재 지원 활동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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