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늪 빠진 국내 조선업계…수주잔량 11년 만에 최저

e산업 / 김슬기 / 2016-03-21 13: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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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슬기 기자] 한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10%를 책임졌던 조선업이 장기 침체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수주 잔량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잔량은 2,844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3월 초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 기간 3,263CGT에 비해 14.7%나 감소한 수치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2,900CGT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48월 말 2,924CGT 이후 116개월 만에 최초다.

조선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8년 한국 수주잔량이 7,000CGT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그에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대형 3사의 월별 수주잔량 추이를 분석하면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울산, 군산 조선소 및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경우는 작년 8월초(7월말) 1,021CGT를 기점으로 매달 하락 추세를 보이다 12월에는 1,000CGT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 초 다시 급락해 8825,000 CGT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지난해 7883CGT를 기점으로 하락이 계속돼 3월 현재 844CGT에 머물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작년 5551CGT에서 올해 35081,000CGT까지 감소했다.
이런 수주잔량의 감소는 미래 조선소를 가동할 수 있는 일감이 그만큼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현재 조선업체들이 2년 치 이하의 수주 잔량을 확보해놓고 있다며 최소 3년 치 이상은 돼야 안정성을 갖출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발주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서 건조 완료된 선박은 오더북(수주잔량)에서 속속 삭제돼 나가니 일감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호황기 때 월 1,000CGT를 넘나들던 전 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작년 월평균 288CGT로 급격히 하락했고 올해는 그보다도 더 감소해 1~2월 사이 104CGT(33)에 머물렀다. 이는 작년 동기간 528CGT(25)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올 들어 수주한 선박은 단 6척뿐이다. 지난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형 유조선과 LPG 운반선 등 5척을 수주했고 현대미포조선이 소형 유조선 1척의 계약을 따냈다.
이 같은 수주가뭄과 수주 잔량 감소 현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컨테이너선은 작년 대형선들이 많이 발주됨으로써 한동안 소식이 없을 것이며 유조선은 유가 등 변수가 많아 발주 결정이 쉽게 나지 않는 것으로 업계 일각은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 추진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엄정평가자구노력신속집행 등 3대 원칙에 따라 전년 대비 44% 증가한 229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올해 역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시행하며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이전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에 있다.
지난 1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의 목표는 퇴출이 아니라 부실기업의 경쟁력을 복구 회생시키는 것에 있다스스로 살아나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기업을 살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등 주요경쟁국이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한 공급측면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산업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게끔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는 각오다.
법정관리 위기를 넘고 중형조선사로 변신한 STX조선해양이 조선 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예다.
과거 STX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업계 빅4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3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 받았고 8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또 여기에 930여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에 있다.
현재 STX조선해양은 구조조정을 통해 해양플랜트와 대형선박 등의 수주를 중단하고 5~7만 톤급의 탱커선과 소형 가스운반선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 영업이익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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