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쟁] CIA, 정보망 총동원 북한-알 카에다 접촉 행적 추적

정치 / 이 영 작가 / 2016-04-25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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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23)
알 카에다

9월 18일 동부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적도의 태양은 불처럼 타올랐다. 피부가 벌겋게 익을 것 같은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한국의 초가을 날씨처럼 느껴졌다. 한때 영국 식민지이었던 케냐는 영어가 공용어이며 영국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보통의 원주민들은 낮잠을 즐겨 거리는 오가는 이 없이 한산했다. 나이로비 시내 빅토리아 42번가의 미 대사관 3층 지역연구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지역연구 실장은 CIA 동부 아프리카 지역의 거점장인 로버트 밥이었다.
서양인 치고는 다소 작은 키에 앞머리가 벗겨지고 딸기코처럼 묵직하게 코가 달린 중년의 사내였다.
“예, 밥입니다. 누구시라구? 아~ 제너럴 타쿠마!”
케냐 정보부장 타쿠마 장군의 전화였다.
“오후 회의가 3시에 계획되어 있지만, 타쿠마 장군이 오신다면 장군을 먼저 만나야죠.”

얼마 전 버지니아 랭글리 CIA 본부에서 하달된 지령을 타쿠마 케냐정보부장에게 의뢰한 건이 있었다.
CIA 본부에서 추적중인 북한 정찰총국 박만춘 소장준장이 타명 여권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의 행적을 추적 중이었다.
수십 년 간 정보외교전에서 잔뼈가 굵은 밥 실장은 무언가 잡히는 감이 있었다. 매달 비공식으로 지원해 주는 업무 협조비 3천 달러의 효과가 가끔은 미국의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로 돌아왔다.
나이로비는 동부 아프리카의 교통의 중심지로 서방 무역의 교두보였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들었다.
그 틈새로 ‘아프리카 공산연맹 민족민주전선’과 ‘알 카에다’ 등의 활동들에 대한 상호 연합활동 등의 일들이 어두운 골목의 허름한 빌딩에서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오후 2시 30분.
빅토리아 42번가의 8층 진회색 건물 벽면에는 대형 성조기가 늘어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건물 앞에 검정색 세단 승용차가 멈추었다. 자살 폭탄 테러 방지를 위해 1차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놓은 장소이고, 그 뒤로 굵은 쇠기둥인 직경 30cm 정도의 쇠파이프가 땅속 밑으로 꺼지면서 세 번째 철문이 열리고 있었다.
1층 로비에 사무실 비서인 현지 아프리카의 젊은 여성이 서양식 정장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엘리베이터 앞으로 안내를 했다.
짙은 검은색 피부에 배가 나오고 선글라스를 낀 케냐 정보부장의 손에는 노란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3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있던 밥 실장이 반갑게 악수와 포옹을 하며 깊은 신뢰와 우정의 인사를 나누었다.

타쿠마 장군은 응접실로 안내되었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그 동안의 개인적 안부를 묻고 답했다.
사이다에 얼음을 띄워 마시는 걸 좋아하는 타쿠마 장군이 세븐업 한잔을 시원스레 들이킨 후, 유리잔을 내려놓으며 가지고 온 노란 서류봉투를 밥 실장에게 내밀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우선순위 첩보는 알 카에다와 북한 관련 무기 밀매 동향이었다.
알 카에다 조직에 대한 정보는 특A로 취급되어 사안이 발생하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즉각 적색 라인으로 랭글리 CIA 본부로 보고한다.
밥 실장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봉투를 열었다. 봉투 상단엔 ‘탑 시크릿’이란 영문 표시가 찍혀 있었다.
‘알 카에다 조직원/북한 특수요원과 접촉 결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밥 실장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며 양미간에 주름살이 더 깊게 파였고, 마른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북한의 정체불명의 인원과 알 카에다 접선은 심각한 관심을 유발했다.

알 카에다 조직원 명부는 이미 미 CIA에서 케냐 국가보안정보국으로 통보된 상태였지만, 알 카에다의 간부급 조직원들은 보통 차명이나 위조여권 등을 여러 개 사용함으로 실질적인 동선을 잡기가 어려웠다.
“장군, 알 카에다 동부아프리카 책임자하고 북한 고위급 접촉이 사실이오?”
“나도 믿어지지가 않아서 다시 확인을 한 사실이오.”
“북한이 왜 지금 상황에서 알 카에다와 접촉을….”
밥 실장은 서둘러 보좌관을 호출하여 본 내용을 분석관에게 검토 확인한 후 CIA본부로 긴급 발송할 것을 지시했다. 추가적인 첩보 수집을 위해 현지 CIA가 깔아놓은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접촉 목적과 행적 추적이 시작되었다. 케냐는 북한 무역대표부만 활동하기 때문에 북한의 특수부대 고위급 인사가 방문한 사실만으로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3일 후, 나이로비 외곽 호텔 파라다이스.
폭포가 자연스레 흘러내리고 열대식물이 풍성하게 정돈된 아름다운 정원이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호텔 1층 커피숍에 터번을 두른 무슬림 사내와 동양인의 만남이 포착되었다. 북한의 케냐 나이로비 무역대표부에서 그 동안 공들여 엮어놓은 ‘이슬람민족공산연맹’ 간부를 통해 알 카에다 중간 간부 사내와 일면식을 하는 자리였다.

북한 측 대표의 비공식 직함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비로봉무역회사 사장 박만춘으로 되어 있었고, 실질적 직책은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대외협력국장 박만수 소장이었다. 그와 함께 동행 한 인물은 총정치국 소속 조무근 대좌였다. 그의 명함에는 평양 유경호텔 홍보이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 역시 별도 직책과 직함으로 열흘 전 이집트 오라스콤 그룹 초청으로 카이로를 경유하여 나이로비로 입국했다.
전 세계 정보망을 주무르는 CIA도 가장 비밀스런 조직인 알 카에다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기란 어려웠다. 그들이 왜 북한 특수부대 고위인사를 만날까? 미 CIA는 곤혹스러웠다. 지금 북한과 전쟁 중 그들이 왜 또 알 카에다 일급 수배자 실력자를 만날까? 랭글리본부의 전등이 24시간 불을 밝혔다.

그 후로 이틀 뒤 나이로비를 출발한 미쓰비시 흰색 파제로 3대와 트럭 3대가 아스팔트가 듬성듬성 깨진 나이로비 외곽의 포장도로를 빠져나와 울퉁불퉁한 황토먼지 날리는 길로 접어들었다. 맨 앞차에 탄 알 카에다 작전부장 카침이 일행과 탔고, 두 번째 차에는 북한 정찰총국 박만수 소장과 총정치국 조무근 대좌가 함께 타고 있었다. 차 안의 짐칸에는 검은색 커다란 여행가방과 작은 가방 2개가 보였다. 이들은 현지 중동 상인들처럼 터번을 두르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중동인 같이 보이게 했다. 맨 첫 번째 차는 이들을 경호하는 알 카에다 무장경호원 4명이 AK소총과 RPG-7로켓포를 휴대한 채 타고 있으며 그 뒤의 트럭에는 생필품, 의약품이 실려 있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알 카에다 아프리카 훈련캠프는 소말리아 최대 군벌 압둘 장군의 비호아래 비밀기지로 사용하는 곳이다.
수도 모가디슈 북방 40km 지점에 과거 이탈리아 주둔군 사령부가 있던 발라드가 알 카에다 아프리카 훈련장이었다.
박 소장은 이 훈련 캠프에 은신중인 알 카에다의 최고실력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만나 최종 담판을 짓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죽은 오사마 빈 라덴의 후계자인 그는 미국 측에서 찾고 있는 1급 수배자였다. 그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었지만, 아프리카 민주공산연맹의 간부가 증명하는 신원보증과 미화 100만 달러를 제공하고 또 핵무기에 대한 상호간 정보교환을 하여 공동으로 대미항전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자동차 행렬은 소말리아 제2의 도시 키스마유를 지나 북상했다. 미 국가안보국 NSA 첩보위성이 이들 차량 무리들을 계속 추적하며 군벌 간 무선교신 내용 그리고 가끔씩 켜지는 위성전화기의 내용을 전부 감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통신보안에 극도로 예민해 나름대로 현지 부족 사투리와 암호 숫자를 이용하기에 암호해독반은 곤란을 겪고 있었다.
CIA 중동아프리카 담당국에서도 북한 요원들과 알 카에다가 연계된 목적과 행동을 추적하는 TF팀이 구성되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밤새 차량은 북으로 달렸고 동이 터오면서 푸르디 푸른 인도양 바다위로 집체만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푸른 파도가 유리알처럼 투명한 색채로 아침 태양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폭격과 총격으로 부서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건물들이 아침 햇살을 맞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났다.
몇 시간을 넓은 바다에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북으로 달리다보니 하얀색 건물들이 평평한 대지에 하얀 광목처럼 펼쳐져 깔려있는 도시가 나타났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였다. 해안을 끼고 있는 국제 공항은 비행기 폐기처리장처럼 날개가 꺾이고 총탄 자욱이 벌집처럼 뚫린 비행기 잔해들이 쌓여 있었다.
도시로 들어서면서 AK47 소총을 창밖으로 빼어든 경호 차량이 선두로 나서 차량들을 안내했다.

도시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부 해변의 별장처럼 흰색 건물들이 아름답게 건축되어져 있었으나 대부분이 총탄에 의해 벽들은 구멍이 뚫려있거나 부서져 있는 집이 많았다.
과거에 이탈리아 식민지 국가로서 지중해 이탈리아식 건물 양식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대로변을 달리다가 어느 모퉁이 흰색 5층 건물 앞에 차량 행렬이 멈추었다. 예전엔 호텔 건물로 쓰던 것을 지금은 압둘 장군 군벌 사령부로 쓰고 있는 건물이라 했다. 일행 모두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중간 중간에 AK 소총을 든 무장 경비원들을 지나쳐 2층에서 기다리는 압둘 장군과 악수를 한 박만수 소장은 수행보좌관이 가지고 온 검은색 가방을 책상 위로 올렸다.
뚜껑을 열어젖히자 푸른빛이 반짝이며 잉크 냄새가 확 품어져 나오는 달러 뭉치가 한 가득 들어 있었다. 1백만 달러다. 박 소장 일행이 알 카에다를 연계해주고 그에 따른 경호 및 안내 지원에 대한 댓가로 소말리아 군벌 압둘 장군에게 주는 돈이다. 압둘 장군은 흰 치아를 내보이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소장 일행이 가지고 온 100달러짜리는 위폐 감식기에 넣어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위조지폐 슈퍼노트 알파였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나온 북한 측 일행과 알 카에다 요원들은 소말리아 사령부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자그마한 3층 흰색 건물로 들어섰다. 경호원들이 앞뒤로 붙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지하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바꿔 지하로 한 층을 더 내려간 뒤 지하통로를 따라 수평으로 이동했다. 300m 정도를 걸어가자 넓은 지하광장이 나타났다. 벽면에 걸린 희미한 석유등 아래 경비병들이 서 있고 한쪽으로는 터번을 쓰고 앉아 있던 사내가 일어서며 환대했다.
알 카에다 조직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였다. 하루에도 자신의 거처를 서너 번씩 이동하는 그는 발라드 캠프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허름하고 습기가 차 가끔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지하실 안은 평온하고 안전해보였다.

박만수 소장과 조무근 대좌가 인사를 하고는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주저앉았다. 먼저 협조지원금으로 가져온 큰 트렁크 두 개를 가져오게 해서 직접 열어 볼 수 있게 번호 열쇠를 맞추어서 내밀었다. 뚜껑이 열리자 2백만 달러의 현찰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 번째 선물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었다. 핵개발 프로그램인 우라늄 농축기술과 고폭실험 등 다양한 기술지원 문 제가 논의되고 추후 핵 탄두를 제공하기로 했다. 평소 그가 공헌한데로 오사마 빈 라덴의 피살에 따라 그는 반드시 핵폭탄으로 미국을 응징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박 소장과 알 카에다 작전국장은 모종의 테러를 협의한 후 상호 만족한 상태에서 헤어졌다.

9월의 따가운 태양 아래 건조한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 분수대는 물줄기를 하늘을 향해 미사일처럼 뻗쳐 올렸다.
대통령 긴급보고 사인등에 불이 들어오고 10분 뒤 미 대통령과 DNI국가정보국장 그리고 CIA국장과 NTCT대테러센터국장,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마주 앉았다. 케냐 정보부장으로부터 받은 최근 알 카에다 연락책과 북한 정찰총국 작전국장의 접촉과 그 일행들이 자동차로 케냐의 국경을 넘어 알 카에다의 최고위급 간부를 만난 내용이 보고되고 있었다.
CIA 인간정보 수집능력과 정보 분석 종합 판단력은 예리했다.
북한이 알 카에다와 연계해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려는 의도를 간파했다. 답은 핵 테러였다. 알 카에다가 그토록 손에 넣고 싶어 하던 마지막 무기의 행방에 미 수뇌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세기의 깡패국가 북한이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인 알 카에다와 연합해서 미국을 공격할 시에는 9·11테러 이상의 피해와 희생자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거인국 미국은 당황스러워졌다. 오사마 빈 라덴 암살에 따른 무지막지한 핵폭탄 테러가 백악관을 잠 못 들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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