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택 위원장 “문화재를 경제논리로 풀면 역사가 사라진다”

Interview / 박은미 / 2016-08-31 10: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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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상선역 유치위원회 서은택 위원장
▲ 행주상선역 유치위원회 서은택 위원장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진주대첩·한산도대첩·행주대첩’ 이는 누구나 학창시절 때 배운 왜란 3대 대첩이다. ‘진한행주’라는 암기 팁까지 동원해 외운 필수암기 사항 아닌가. 아낙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날랐다 하여 ‘행주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그 역사의 현장인 행주산성을 직접 가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는데도 말이다. “행주산성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초·중·고등학교의 주요 소풍 코스일 정도로 지역의 명소였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유적지다. 그런데 지금은 고양시 지역민의 발길조차 뜸해지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관광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조국을 위해 헌신한 조상들의 넋이 서려있는 이 곳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행주산성역 유치위원회 서은택 위원장의 얘기다. 그는 역사적, 환경적 가치가 높은 행주산성이 후손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돈도 기술도 아닌 바로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역사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주산성은 우리조상의 애국심을 반추하는 공간이자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유적지로 교육과 환경의 의미가 공존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일요주간>은 행주산성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민의 휴식처로 재탄생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서은택 위원장을 만나 행주산성의 역사적 의의와 발전방향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행주산성, 천혜의 자연 품은 호국유적지
역사적 가치가 경제논리보다 우선돼야”


다음은 서은택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행주산성의 발전을 위해 발로 뛰게 된 계기는?
▲ 저는 행주산성의 작은 마을인 송동마을 태어나 유년생활을 보냈다. 조상대대로 이 마을에서 살아왔고, 현재도 살고 있다. 25년간의 행정직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 후 옛 추억을 되새기며 지역의 명소들을 찾아 여행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행주산성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니 숲만 울창해져 있었다. 관광객도 여가시설도 없이 나무만 빼곡히 우거져 있더라. 제가 어렸을 적 행주산성은 고양시 소재 학교의 필수적인 소풍장소였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던 곳이었다. 웅장한 시설이 들어선 주변지역과 달리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인 행주산성의 모습을 보고 과거의 생명력을 되찾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연보존이 잘된 천혜의 관광 자원이자 호국역사가 살아 숨 쉬는 행주산성이 빛을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사장되어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기 때문이다. 행주산성과 고양시 주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민으로서 직접 나서 당국에 제안을 해 올바른 발전 방향을 마련 할 것이다. 고양시민들과 자연부락에 거주하시며 그간 고향을 지켜 오신 지역 어르신들의 소망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소명처럼 임하고 있다.

- 행주산성 주변에는 합정동 하늘공원, 파주아울렛, 일산호수공원 등 대표적인 서울근교 랜드 마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후광효과를 누릴 만도 한데 오히려 주변지역에 비해 발전이 뒤쳐진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그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행주산성 둘레길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50여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됐었다. 지난 2012년 김포대교·일산대교 개통의 영향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되며 행주대교와 행주산성 주변의 군부대가 철수됐다. 수십년 동안 민간인이 출입 할 수 없는 통제구역이었던 행주산성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다. 그 후 행주산성 둘레길과 한강하구에 위치하고 있는 장항동 습지까지 연결된 걷기 및 자전거 길의 관광 코스가 개발됐으며, 지난 4월에는 호국역사를 기리기 위해 평화공원이 조성됐다. 하지만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도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사실들을 모른다. 심지어 행주산성이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 밖에도 정부에서 일산·파주 주변을 묶어 신도시로 급속하게 개발 하다 보니 같은 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부분도 있다. 이러한 지역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행주산성역 신설이 시급하다.


▲ 행주산성역 유치위원회는 지난해 7월 행주산성역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민 25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고양시에 전달했다.
- 행주산성역 유치 운동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들었다. 그간의 과정이 궁금하다.
▲ 2년 전 대곡∼소사 구간의 복선전철 개통소식을 듣고 이제 행주산성의 교통문제도 해결 되겠구나 반색했다. 그런데 해당 지하철 노선이 행주산성의 입구 근처를 통과하는데도 불구하고 행주산성역 신설이 제외 됐다.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해 고양시과 관계기관인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등에 행주산성역 신설의 타당성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수차례 제출했다. 고양시민의 교통편의와 수도권 호국역사유적지인 행주산성의 이미지 제고, 방문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역사 신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건설비용 대비 주변 인프라와 수요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야 했다. 이에 시민운동을 펼쳐 2,500여명 주민들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하고 재차 건의했다. 결국 시는 당초 고시했던 노선을 변경해 행주산성 역을 수정 노선에 포함시켰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조성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역 신설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 행주산성역이 신설되면 주변 인프라가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대곡~소사 구간의 복선전철이 2020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개통이 완료되면 지하철 1호선과 4호선과 연결돼 경기 서부 교통망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행주산성역이 신설된다면 행주산성의 접근성이 해결돼 당연히 장기적 관광수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고양시의 유서 깊은 호국 역사문화를 선도하고 지역민과의 화합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고양시가 관광도시가 되는데 일조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인접 지역에 추진 중인 강매동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와의 연계성 강화로 지역경제 활성에 기여할 것이다. 또 국제인천공항과의 근접성을 바탕으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황후 사적지 관광을 비롯해 한류관광사업도 호황을 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주산성 주변에는 맛집이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칼국수, 민물매운탕, 장어집부터 특히 임금님이 드셨다는 웅어가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웅어를 관리하는 관리소 까지 따로 두어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웅어는 한강하구인 고양시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별미다. 서울 근교 주민들은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행주산성에 들러 천혜의 자연을 보며 힐링도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행주산성역 유치 운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지역민들 반응은 당연히 매우 좋다. 지역민들도 행주산성역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역의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하여 전달해 주시기도 하고 서명운동을 하며 끼니를 거르는 위원회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밥을 차려주시기도 했다. 바지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 짚어 넣어 주시는 그런 분들도 있었다. 안 받을 수도 없고 받기엔 송구스런 그 돈을 받으며 더 경건한 마음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 행주산성은 고양지명 600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아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표적인 호국의 성지다.
- 행주산성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 행주산성은 고양지명 600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 임진왜란이라는 풍전등화의 국난을 맞아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표적인 호국의 성지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산에 위치해 있으며 지정면적은 361,171㎡ 둘레는 약 1000m다. 강단의 돌출된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산성산부를 에워싼 소규모의 내성과 북쪽으로 전개된 작은 골짜기를 에워싼 외성의 이중구조를 한 지역이다. 특히 1593년(선조26) 권율장군의 전적지로서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으로 유명하며 현재 성 안에는 1603년에 세운 대첩비가 있다. 1970년에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벌여 권율을 모시는 충장사를 건립하고 정자문도 세웠다.

- 행주산성 주변의 절경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나.
▲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발길이 허용되지 않았던 행주산성은 본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뛰어난 비경이 많지만 그중 두 가지만 뽑자면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자전거 산책길의 야경과 행주산성 둘레길을 소개하고 싶다. 한강변에 위치한 행주산성은 울창한 수목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며 도심 가까이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성 아래는 한강과 창릉천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강변북로와 제2자유로, 신공항고속도로 등이 지나고 있어 시원한 풍광과 환상적인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고양시와 서울을 함께 관망할 수 있는 장소로 일몰 후 한강변을 따라 알록달록한 야간 차량불빛이 어우러져 국내 최고의 환상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자전거족들의 산책로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와 더불어 행주산성의 보존된 아름다운 생태 숲을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둘레길도 추천한다. 도보중심의 둘레길이 현재 행주산성 역사공원에서 출발, 반환지점 (3.7km)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되고 있으며 둘레길이 산성의 중턱으로 개설되어 있어 산책코스로 좋다.

- 행주산성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뜻 깊은 체험행사를 가졌다고 들었다.
▲ 지난 3일 행주산성 충훈정에서 초등학생 4~6학년 20여명과 함께 ‘제1회 여름방학 국궁체험교실’을 열었다.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인 국궁을 알리고, 나아가 역사문화체험의 기회를 만들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우리나라 활의 역사와 문화예절 강의를 들은 후 직접 활쏘기 연습을 하며 재미를 느끼는 학생들을 보니 역시 주몽의 후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불렸다. 올림픽마다 대한민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하면 세계에 위상을 떨쳤지 않는가. 이번 첫 번째 시범행사를 시작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호국의 역사가 흐르는 이곳 행주산성에서 전통무예인 궁극 체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미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지키고 참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교육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시대의 경제적인 논리만을 앞세워 우리가 가꿔야할 문화재들을 방치해 사장된다면 결국 우리 조상의 역사가 사라지고 왜곡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단체뿐만 아니라 국민 한명 한명도 우리의 역사,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견학하고 머리속에 간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주산성역의 신설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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