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시호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고 있다. |
[일요주간=김태혁 기자}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가 연일 법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4차 공판에서 최씨는 장씨의 증언을 모두 부인하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장씨가 설립했고 삼성 후원도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씨는 "영재센터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여러번 만나서 논의했지 않냐. 난 외국에 있었다"며 "김 전 차관이 삼성이 1차로 후원한 5억원을 모르는 것도 이해 안되고 그걸 떠벌리고 다녔다고 하는 것도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거듭된 혐의 부인에 결국 장씨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라"며 버럭 화를 냈다.
장씨가 "김 전 차관에게 얘기를 안들었으면 왜 날 혼냈냐"고 반박하자, 최씨는 "새벽에 내가 김 전 차관과 전화할 사람도 아니고 특히 대통령을 존경하고 모시는데 VIP하고 전화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맞섰다.
최씨는 "장씨가 영재센터를 끌고 나가고 싶어해 도와준 것이지 (사업) 결재는 말이 안 된다"며 "영재센터에 한 번인가 밖에 안 갔다"고 했고, 장씨는 "아니다. 여러번 왔다"고 말했다.
최씨가 재차 "사무실 짐도 장씨가 옮겼다"며 계속 부인하자, 장씨는 "제가 회장님 물건을 함부로 갖고 왔으면 화냈을 것"이라면서 "아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라"고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러자 최씨는 "내가 뭘 가리냐"며 "우리집에서 노트북 아래 A4 용지에 대기업들 만남이 적힌 걸 봤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는 최씨 지시로 영재센터 소개서를 작성했을 당시 대기업 회장 명단이 적힌 용지를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장씨는 또 '삼성 240억원'이 적힌 A4용지 한장을 봤다고 이날 새롭게 진술했다. 장씨는 "특검에서 말 안했는데 최씨가 영재센터 소개서를 만들라고 적어준 메모에 딸려온 종이 한장이 있었다"며 "삼성 240억, 한화 등 대기업 명단과 돈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재센터 소개서를 처음 만들 때 제가 파워포인트나 컴퓨터도 할 줄 몰랐고 기획서도 써본 적이 없었다"며 "(최씨가) 이사진 명단, 기획, 인프라 구축으로 소개서를 쓰라고 글씨를 써준 데 끼워져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보관해 둔 돈으로 자신의 딸과 손자를 키워달라고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만난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현금을 놔뒀다. 그 돈으로 (최 씨의 딸) 정유라(21)와 손자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장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은 검사를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최 씨가 장 씨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 씨가 못 알아듣자 최 씨가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글씨를 썼다고 한다.
최 씨는 ‘삼성동, 유연이, 유치원’이라고 쓴 뒤 장 씨가 못 알아보자 다시 ‘삼성동 2층방, 유주(최 씨 손자) 유치원’이라고 고쳐 썼다. 이마저 장 씨가 못 알아보자 최 씨는 검사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한 뒤, 검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새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그 돈 갖고 유연이(정유라 씨 개명 전 이름)와 유주를 키워라”고 장 씨에게 말했다.
장 씨는 ‘삼성동 2층이 어디냐’는 검찰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장 씨는 최 씨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빌라촌 등 박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머물 거처를 알아본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증언했다.
장 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최 씨는 장 씨에게 한남동의 고급 주거지인 유엔빌리지를 언급하며 “살 만하냐”고 물었다.
이에 장 씨가 “왜 그러느냐”고 되묻자, 최 씨는 “그 양반(박 전 대통령) 때문에”라고 답했다.
장 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으로부터 ‘유엔빌리지는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최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최 씨 측은 “내가 이사 가려고 알아본 건데 왜 사저와 연결시키느냐”며 반박했다.
이날 장 씨의 연이은 폭로에 매번 법정에서 마주쳐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이모와 조카는 처음으로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벌였다.
재판 내내 장 씨의 증언을 듣고 있던 최 씨는 변호인 반대신문 중 직접 발언권을 신청해 장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를 응시하며 대답하던 장 씨도 최 씨가 언성을 높이자 얼굴을 마주 보고 맞받아쳤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