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부이다’

Interview / 정성수 칼럼니스트 / 2017-06-01 1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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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2017년 제8회 부부의 날에 부쳐’
▲ 정성수 시인
결혼이란 남자 여자가 한 지붕아래 사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창조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부부의 행복은 서로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들을 때
말없이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는 부부라면 금상첨화


● 부부란? 아주 가깝고도 먼 사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부이다. 촌수를 따진다고 해도 무촌이다. 부부를 무촌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까워서 촌수를 헤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촌이라는 말에는 피 한 방울이 섞이지 않는 남남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는 아주 가깝고도 먼 사이다.

자라온 환경과 배경이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된다. 그 남편과 아내가 보금자리를 꾸려 가는 것이 바로 가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란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한 지붕아래서 산다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창조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고 노력할 때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다.

부부의 날 위원회에 따르면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5월 21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은 1995년 5월 5일 어린이날 한 어린이가 방송에 나와 자기의 소원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사는 것이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남 창원의 ‘장미를 든 목사’로 알려진 권재도 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해체되어 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데 의의를 둔다. 아내와 남편이 평소에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서로에게 내 보일 수 있는 날이다.

부부는 반쪽의 두 개가 아니고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서약은 두 개의 물방울이 모여 한 개가 된다는 의미라고 ‘가정 행복 연구실’은 밝히고 있다. 결혼은 연습이 없다. 일생에 단 한 번의 실전이 있을 뿐이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를 봐야 하지만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감고 상대의 허물을 절반은 덮어 줘야 한다. 상대의 허물을 100% 인정한다는 것은 갑남을녀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권리를 반감하는 반면 의무를 배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견해차가 있는 두 사람이 맞춰 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믿음을 가지고 상대를 존중해 주면서 동화되어 가는 게 부부다.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줘야 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일이야 말로 부부가 부부다워지는 첫 걸음이자 기본이다.

서로에게 묶이는 것이 결혼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순간 상대에게 묶인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상대에게 묶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하지만 결혼은 눈을 뜨게 한다.

▲ 부부는 하나의 틀이자 구조로서 독립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일심동체이다.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각각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부부라는 공동체로 존재하며 각자의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 사회생활의 자유, 결혼생활의 자유


사회생활에서의 자유와 결혼생활에서의 자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회생활에서 자유는 자신의 모든생활에서 자유를 갈망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자유는 자신의 소중한 자유를 상대에게 바치는 것이다. 피차의 자유를 주장하기만 하고 상대에게 바칠 생각이 없는 사이라면 동거인은 될 수 있어도 부부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부부는 하나의 틀이자 구조로서 독립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일심동체이다.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각각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부부라는 공동체로 존재하며 각자의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간의 실수를 흡수하는 호수에 비유하여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부부는 일심동체이므로 주머니를 따로 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좋은 남편은 귀머거리가 되어야 하고 듣는 것도 골라서 들어야 한다. 좋은 아내는 소경이 되어야 하고 보는 것도 골라서 봐야 한다. 부부는 해묵은 골동품 같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남편의 인내는 아내에게 기쁨을 주고 남편을 듬직하게 생각한다. 아내의 인내는 남편의 기를 살리고 남편이 맘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부부 사랑은 참고 오래 뜸을 들인 후에 비로소 성숙해 진다는 뜻이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사는 동안 대화의 연속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 부부간의 대화는 자기의 감정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표시하는 것이다. 결국 부부는 참고 또 참는 길만이 최선이란 얘기다.

부부간의 사랑에는 시간과 연륜이 필요하다. 순간순간 충돌하고 오랜 세월을 걸쳐 얼었다 녹았다하면서 자라는 감정의 나무다. 즉 사랑을 열 때 부부로서의 존재감이 있는 것이지 사랑을 닫아버리면 그 순간 부부간의 관계는 금이 가거나 깨져버린다. 부부사이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어느 한 쪽이나 또는 양쪽이 상대에게 정신적 물질적인 공개를 하지 않는 데서 온다. 비밀은 비밀을 낳고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어리석은 것은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상대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원만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는 최소한의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는 기성품이 아니라 원료에 불과하다. 어떻게 요리를 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고 조그만 자극에도 필요 이상의 반응을 한다. 뿐만 아니라 초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곤한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 아를 포용하고 감싸줘야 하며 아내는 남편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그때 가정은 평화의 공간이자 행복의 둥지가 되는 것이다.

▲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부부란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위해서 맺어진 관계지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맺어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실리를 내세우다 보면 부부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 편리 추구로 맺어진 관계 아니다


요즘 각방을 쓰는 부부가 늘고 있다. 남편은 코를 곯아도 눈치 볼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큰대(大) 자로 자건, 이불을 돌돌 말고 자건, 굴러다니며 자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어 좋다. 그뿐이 아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TV를 밤새 시청하거나 날이 샐 때까지 라디오를 켜놓아도 잔소리를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을 하고 싶으면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내 시간을 내 방식대로 관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반문한다.

어떤 아내는 방을 따로 쓰면 남편의 담배냄새, 코골이, 술을 마시고 들어 온 날은 술 냄새 마늘냄새를 맡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잦은 스킨십의 요구는 귀찮고 감당하기도 어려워 따로 방을 쓴다며 편해서 좋다고 한다.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물론 각 방을 쓴다고 해서 부부사이가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부부란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위해서 맺어진 관계지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맺어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실리를 내세우다 보면 부부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갈라설 자신이 없다면 부부가 한 방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불편한 마음이나 관계로 한방을 쓴다는 것은 불편하고 권태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방을 씀으로서 어느 순간 불편하고 권태로움에서 벗어난 자신을 발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에 젖을 수 있다. 요즘 회자되는 말로 50대 부부는 각 방서 자고 60대 이상의 부부는 서로 어디에서 자는 줄 모른다니 세상이 변하기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사이는 유리잔과 같다. 한 번 깨진 유리잔은 원상복구가 안 되듯이 서로에게 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기도 어렵지만 설령 아물었다고 할지라도 굳은살로 된 흉터가 남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가 깨어지면 그 순간 부부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 부부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까지도 함께 하는 관계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까지도 지켜봐야 한다. 늘 가까이 있기 때문에 무관심하고 소중함을 모른다. 그러나 함께 있음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 남편과 아내라는 부부다.

▲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핏줄을 이어간다는 것은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을 추구하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는 존경심


바람직한 부부의 상은 상대의 존재를 존중해 주는 존경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상대의 다른 점을 자기의 틀에 맞추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다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부 사이를 활기차고 원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수고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남편을 왕처럼 섬긴다면 아내는 여왕이 될 것이고 남편을 돈이나 벌어오는 하인으로 여긴다면 아내는 하인의 아내일 뿐이다. 훌륭하고 믿음직한 남편은 아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아내를 꽃처럼 생각한다면 남편은 향기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아내를 종처럼 다룬다면 남편은 종의 남편일 뿐이다.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우를 하느냐는 결국 자신이 귀해질 수도 있고 자신이 천해질 수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핏줄을 이어간다는 것은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을 추구하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불완전한 인간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행복을 위해서 많은 수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부는 서로를 격려하지만 행복을 모르는 부부는 서로 무시하며 서로를 공격한다. 이기심과 무관심이 가정의 행복을 앗아 간다.

부부관계란 나무를 가꾸고 키우는 것과 같다. 나무를 나무답게 키우기 위해서는 보토를 해 줘야하고 수형을 잡아줘야 한다. 때로는 물을 줘야하고 거름을 줘야 한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야 아름드리나무가 된다. 오래된 부부에게서 향기가 나는 것은 나무를 키우듯이 부부의 노력과 땀이 있기 때문이다. 향기가 없는 부부는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미움이 쌓이고 소통 부재의 결과가 된다.

부부는 동반자다. 인생길을 함께 가는 동안 둘이서 하나의 일을 수행함으로써 수고는 반으로 줄고 성과는 배로 낼 수 있는 관계다. 흔히 삶을 전쟁이라고 한다. 부부는 삶을 영위하면서 수많은 시련과 난관을 함께 뚫고 앞으로 나가는 전우이자 동지다. 부부는 인연의 끈으로 결합된 사이이기 때문에 발을 맞춰 걸어야 멀리 갈수 있다. 원만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부부사이의 희생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인내는 쓰나 결과는 달다는 속담이야 말은 부부들이 새겨들어야 할 속담이다.

사랑은 자기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쑥스러워하고 얼굴을 돌리면 부부 관계는 공허할 뿐이다.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비난하고 경멸하면 파경이 온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랑해 달라는 간절한 외침을 듣기 전에 사랑으로 먼저 상대에게 다가가야 한다.

사랑의 감정으로 인연을 맺어 늘 함께 하는 사이가 부부지만 때로는 멀어지기도 하고 급기야는 남이 되기도 한다. 평생을 함께 하는 부부야말로 복 받은 부부다.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의 감정들이 교차하는 부부에게 사랑은 기본이다. 사랑이 끈끈하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사랑을 주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받기만을 바라지도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사랑은 준만큼 온다. 그렇다고 준만큼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 부부라는 직업에는 출퇴근이 없다.

모든 직업에는 출․퇴근이 있다. 부부를 직업군으로 본다면 부부라는 직업에는 출퇴근이 없다. 하루 동안에도 몸은 비록 떨어져 있을망정 마음의 끈은 항상 팽팽하여 출․퇴근을 인정하지 않는다. 직업에는 퇴직이 있지만 부부사이에는 퇴직이 없다. 오르지 죽음만이 퇴직일뿐이다. 남편 노릇, 아내 노릇이 어렵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부부는 행복하다고 느껴야 부부다.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를 기쁘게 해야 한다.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은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부부간에 간극을 만들고 소통부재를 낳는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확신이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부부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할 뿐 부부간의 사랑을 잊고 살고 있다. 행복을 잃어버린 것이다. 부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부부의 행복이란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서로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한 이치다. 간단한 이치를 잊고 살기 때문에 부부간의 행복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말이 없이도 마음이 통하는 부부, 말없이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는 부부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이 부부 사이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장단점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때 아름다운 부부가 된다. 남편은 현재에 매달려 살지만 아내는 추억 속에 산다. 가뭄이 들기 전에는 물 귀한 줄을 모르는 게 세상살이다.

■ 정성수 프로필 ■

• (저서) 시집/공든 탑. 동시집/첫꽃. 장편동화/폐암 걸린 호랑이 외 다수
• (수상)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외 다수
• 전)전주대학교사범대학겸임교수. 전국책보내기본부장. E좋은뉴스논설위원
• 현)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회장. 전북교육문화회관시수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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