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철저히” 외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BBK 편지조작사건 은폐?

정치 / 김지민 기자 / 2017-07-24 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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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논란 문 후보자, “특정 현안에 대해 답하는 것, 적절치 않다” 회피
▲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BBK 편지조작사건 은폐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일요주간=김지민 기자] BBK 편지조작사건 은폐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면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께서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고 매섭다”면서 “저에게 검찰총장의 소임이 허락된다면 ‘투명한·바른·열린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검찰 구성원 모두 공사 간에 청렴하게 생활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며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수사 전 과정에서 인권 보호를 강화해 절차의 공정성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후보자는 “국민에게 빗장을 열고 문턱을 낮춰 개개 사건과 검찰 정책의 결정에 국민이 참여할 길을 넓히고 싶다”며 “국민과 함께 검찰 업무를 하나하나 수행한다면 검찰은 국민이 진정 원하는 모습으로 점차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 후보자는 이 같은 청문회를 앞두고 BBK 편지조작사건 은폐 논란이 불거졌다.


BBK 편지조작사건은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사건이다. 당시 문 후보자는 대통령선거 후 2008년 관련 사건을 수사해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BBK 편지가 조작됐다는 것을 파악하고도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를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경준씨는 2007년 말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주가조작 공범이라는 증거를 대겠다’며 국내로 입국했다. 이때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김씨 입국에 노무현 정부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면서 근거로 제시했던 물증이 바로 BBK 편지다.


한겨레가 23일 확인한 검찰의 BBK 사건 관련 수사기록에 따르면 신명씨 2011년 자신이 가짜 편지를 썼다고 폭로했다. 신명씨는 2012년 검찰 조사에서도 “2008년 5월 28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혼자 작성했다’고 자백한 적 있다”고 진술했다.


또 검찰 수사기록에는 2008년 신명씨가 자백하기 2일 전 편지 작성자로 지목됐던 신경화씨도 ‘해당 편지가 가짜’라고 털어놓았다는 사실도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2012년 7월 검찰이 명예훼손과 위증,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당한 신명씨를 불기소처분하면서 “(2008년 3월 ‘편지가 진짜’라고 말했던) 위증 후 약 2개월 만인 2008년 5월경 피의자 신명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던 부분을 스스로 바로잡았다”라는 대목이 있는 등 검찰은 이미 BBK 편지가 가짜라는 점을 2008년 수사 때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때 이 편지가 가짜였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그 같은 발표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고,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등 BBK 관련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1년, 신명씨는 “가짜 편지는 내가 임의로 쓴 것이고, 그 대가로 한나라당 과계자로부터 감방에 수감된 형의 감형 또는 출소를 약속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청와대는 “2008년 수사에서 검찰이 실체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고 했다.


문무일 후보자는 이 은폐 논란과 관련해 “후보자로서 특정 현안에 대해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수사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폭로에 대한 불법성을 따지는 수사였다”며 “‘가짜편지’의 수사 분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사결과 발표 당시 ‘가짜 편지’에 대한 보충질의 및 응답을 준비했지만 기자들이 묻지 않아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BBK 편지조작사건은 문 후보자가 과거 정치권의 눈치를 본 사례로 여겨질 수 있다. 또 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관련되어 있어 정치적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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