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조민지 기자] 대기업으로선 처음 도입한 신세계그룹(정용진 부회장)의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주 35시간 근무제)을 놓고 노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근로시간을 법정근무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게 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복지 처우는 물론 업무 강도 등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신세계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착취 수단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 착취하는 신세계-이마트의 이중성 폭로 증언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린 이번 증언대회에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마트산업노동조합, 국회 상임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중당 상임대표 김종훈 의원이 참석했다. 신세계와 이마트 관계자는 초대에 불응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올해부터 줄어드는 신세계식의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소지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을 낮게 만드는 노동구조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2017년 이마트는 성과급을 이미 녹여버린 상태라 다시 그런 방법을 쓰기엔 너무 속보였던 것 같다”며 “딱 최저임금만큼만 올렸는데, 올해는 어찌 넘어가더라도, 내년에는 꼼짝없이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한다면) 15% 인상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그래서 근로시간단축이라는 꼼수를 생각한 것이다”며 “노동 강도강화-최저임금무력화를 함께 살펴봐야 본질이 보인다”고 35시간 근로제의 문제점을 증언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마트 전수찬위원장은 신세계식의 근로시간단축으로 나타나는 현장 근로자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나쁜 일자리에 대해 증언했다.
전 위원장은 “이마트의 공식 가이드에서도 단점으로 지적할 만큼 현장에서는 준비·마감시간 감소와 업무강도가 증가했다”며 “줄어든 준비시간으로 업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찍 출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매일 10~20분씩 공짜노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형점포 5개, 노브랜드샵 100개 이상이 신규오픈을 했음에도 정규직은 63명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며 “이를 충원할 인력으로 신세계그룹은 3개월 마다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비정규직 스태프(STAFF)를 채용하는 것으로 대체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 이마트 현장 근로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근로자를 탄압하는 사측의 억압적인 태도와 휴게시간 없는 강도 높은 업무 환경에 대해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증언에서 이마트 연수점 캐셔파트 근로자 박기정씨는 “마감시간이 10분으로 줄고, 근무 중 대기시간도 줄여들어서 정산 환전하러 이동하다보면 실제로 쉴 수가 없다”고 강도 높은 업무를 규탄했다.
이어 이마트 수원점 근로자 차순자씨 역시 “8시간 일할 때도 김밥 100개, 7시간 일할 때도 100개를 말아야 한다”며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데 업무강도는 같아서 화장실 갈 시간 없는 건 마찬가지다”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발했다.
이어 증언에 나선 이마트 가양점 근로자 이효숙씨는 근로자들을 억압하는 사측 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이씨는 이날 “최근 이마트에서 휴게시간이 줄어든 연봉계약서 사인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받고 있다”며 “사인을 거부하면 발령을 시사하는 협박도 이루어진다”고 흐느껴 말했다.
이마트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이 끝나자 이정희 민중당 정책위원회 공동의장은 “오늘(24일) 토론회에 신세계와 이마트 관계자가 같이 참석해 명쾌하게 같이 듣고 해법 제시했으면 좋았을 법했다”며 사측의 불참에 아쉬움을 전했다.
끝으로 이날 증언대회는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준비위원장이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신세계 이마트는 정경유착으로 K스포츠 미르재단에 수억원의 기부금을 내고 법인세 감면 등 특혜를 누렸다”며 “또 유통업계 최대기업으로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어 지불능력도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과거를 반성하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모범적으로 이행할 책임이 있다”며 “재벌답게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할 것”이라고 높였다.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나쁜 일자리라 지적받는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주 35시간 단축을 놓고 노 사 간의 의견이 팽배하다.
대기업으로 처음 시행하는 신세계의 근로시간 주 35시간 단축.
하지만 정치권과 노동계에선 신세계의 근로시간 주 35시간 단축을 가리켜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나쁜 일자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세계 이마트 노조 측은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낳게 된다”며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임금 상승 또한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세계의 비정규직 근로시간 주 35시간 단축을 놓고 노사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어 갈등의 폭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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