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자살 논란...보건노조 "극심한 업무량 시달려"

사회 / 이수근 기자 / 2018-02-21 16: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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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폭발 직전의 한국 간호 현실을 드러내주는 상징적 징표
...노동조건 개선과 조직문화 개선 위한 전 조직적 투쟁 전개"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지난 15일 설 연휴 첫날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박모(27세, 내과계 중환자실 근무)씨가 송파구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신규간호사로, 왜 투신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노조)은 지난 19일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에 대한 보건의료노조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박모씨) 자살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정황으로 보면 신규간호사 적응교육기간 받은 직무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과 긴 노동시간, 실수에 의한 사고 책임 부담이 신규간호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측에 "박모 신규간호사의 투신자살사고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자살사고 산재처리와 보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규간호사 자살사건은 우리나라 최대병원이자 최고병원을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그러나 신규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직무스트레스와, 긴 노동시간,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노동조건과 조직문화는 간호등급 1등급인 서울아산병원만이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에 만연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모 신규간호사는 입사 후 6개월의 신규적응교육기간 동안 살이 5kg 빠질 정도로 끼니를 일상적으로 걸렀고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저녁번(evening) 근무를 오후 1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극심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진=보건의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성명서.

보건노조는 "신규적응교육기간 동안 출근하기를 힘들어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실수로 환자의 배액관(수술 후 뱃속에 고이는 피나 체액을 빼내는 관)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소송에 걸릴까 두려워 밤새 간호사 실수에 관한 소송피해사례를 검색할 정도로 실수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무서움과 불안함도 컸다고 한다"며 간호사들이 짊어진 열악한 환경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5년4개월에 불과하고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33.9%에 이르는 현실은 연간 간호현장에 투입되는 2만여명 신규간호사들의 처지가 박씨와 다르지 않다는 게 보건노조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가 한국의 간호현장에서는 '백의의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보건노조는 "의료기관에 첫발을 내디딘 신규간호사가 몇 개월을 견디지 못해 이직을 선택하고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비극적 현실은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녀야 하고 업무뿐만 아니라 회의·교육·행사·평가를 위해 장시간노동을 강요당하고, 경영진이 해야할 업무와 의사나 약사가 해야 할 업무를 대행해야 하고, 폭언·폭행·성희롱에 시달리고,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영혼이 소진되는 괴로움에 시달리다"며 "결국 병원을 그만두거나 외국 병원으로 이직을 꿈꾸는 것이 탈출구가 되고 있다"고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이어 "박모 신규간호사의 죽음은 한국의 간호 현실이 폭발 직전 상황임을 드러내주는 상징적인 징표이다"며 "다시는 박모 신규간호사와 같은 슬프고 아픈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업무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잘못된 조직문화의 폐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며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해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신규간호사 적응교육제도 개선, 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 근절,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 해소, 병원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보건노조는 끝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이번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를 계기로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과 병원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전조직적 운동을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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