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앞두고 한층 강하게 'America First!' 외침 예상
[일요주간=하수은 기자] 올해는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신흥국은 자국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기 위해 관세와 같은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동원해 수입 장벽을 높이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 왔던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내셔널리스트-포퓰리스트(nationalist-populist) 정당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수호 분위기에 균열이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내년에도 올해 전세계에 몰아친 포퓰리즘 바람과 글로벌 주식시장을 강타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인도와 브라질을 겨누고 있어 통상마찰이 중국 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정치판도 변화도 내년 보호무역주의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8년, 보호무역주의 vs 자유무역주의의 첨예한 대결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시장의 선택: 보호무역 vs. 자유무역’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제창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중국이 자유무역주의 수호자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났다”며 “미국이 노선을 바꾸는 사이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이,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보호무역기조가 이목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보호무역주의를 제창한 국가들은 그만큼 수확이 있었을까?
백 연구원은 2018년 성과를 책정하기 위해 10개국을 선정해 보호무역그룹과 자유무역그룹으로 구분해 각국의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제조업 PMI 그리고 주식시장 수익률 데이터를 통해 성적표를 추산했다.
보호무역그룹에는 관세 장벽이 강화되고 포퓰리즘 정당이 의회를 장악한 케이스에 속하는 미국,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및 브라질을 선정했다.
자유무역그룹에는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및 한국을 선정했다.
우선 2018년 연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5년 평균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본 결과, 보호무역그룹은 올해 예상치가 과거 평균치를 일제히 상회했으나 프랑스를 제외한 자유무역그룹은 올해 예상치가 과거 평균치를 하회하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를 점검한 결과는 보호무역주의가 경상수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이탈리아는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가 예상된 반면 미국, 인도 및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백 연구원의 분석이다.
자유무역그룹의 경우 국가별로 엇갈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으나 일본, 독일, 프랑스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PMI 지표는 보호무역그룹에서 더욱 좋은 신호를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그룹은 전반적으로 지표가 하향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호무역그룹의 미국은 등락에도 55를 상회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백 연구원은 “각국의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보호무역그룹의 브라질, 인도 그리고 미국은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양호한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국가들로 꼽힌다. 반면 자유무역그룹의 중국, 한국, 독일은 올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국가에 속한다”며 “결론적으로 시장은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도 보호무역그룹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표들만 놓고 봤을 때 보호무역기조를 보이는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백 연구원은 “보호무역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하기엔 비약이 있다”며 “하지만 자유무역주의가 최선이라는 교과서적인 생각과는 달리 보호무역기조와 자국우선주의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시그널
백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미국의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층 강하게 “America First!”를 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다음 무역전쟁 타깃으로 관세장벽이 높은 인도와 브라질을 지목한 바 있어 통상마찰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정치판도 변화도 내년 보호무역주의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백 연구원은 “난민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며 주요국 정치판도가 뒤바뀌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는 반EU 세력이 이미 정권을 잡았으며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반난민 구호를 내건 극우 정당들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책사로 불린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까지 합세해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성향의 의원을 3분의 1 이상 진출시키겠다고 공언 상태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에서도 EU라는 미명하에 유지돼 왔던 공동체 의식보다 각국의 자국우선주의가 대두될 수 있어 정치적·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는 게 백 연구원의 설명이다.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아시아지역도 예외일 수 없어 보인다.
오는 2019년 4월 예정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선거가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인도 모디 총리의 소속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은 힌두 민족주의와 시장 자유의 결합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라는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수입 관세를 높이는 등 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을 전환해 주요 교역국과의 마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내년 4월17일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가 47%의 지지율을 보이며 연임 가능성이 높은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동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경제 개혁,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이번 대선을 준비하며 러닝메이트로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마루프 아민을 지명, 개방적이고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이미지와 상반되게 정치·경제적으로 보수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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