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박민희 기자] "총수 일가가 취득한 이익은 조선업 경기 침체로 장기 불황을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계열사들의 경영 개선을 위한 사업 투자에 쓰여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비롯된 총수 일가에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현대오일뱅크의 고액배당 논란 등과 관련해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김중훈 민중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박근태 현대중공업 지부장,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속가능 경영 위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적극적 사업투자 및 총수일가 배불리기 배당정책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사측에 ‘총수일가에 대한 고액배당에 대한 재고’와 ‘지주회사가 총수 일가가 취득한 이익을 현대중공업 및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대중공업지그룹이 조선 경기의 악화로 불황 극복 및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시기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와 사업을 재편하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한 점, 또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0년 약 9670억원을 들여 매입했던 자사주가 지주회사를 비롯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됐다는 것.
현대중공업그룹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좋은 경영실적으로 지속적 흑자행진을 이어갔음에도 주주들에게 단 한차례만 배당금을 지급해 놓고 현대오일뱅크가 지주에 편입된 후엔 이례적인 고액배당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된 후 당기순이익의 93%에 이르는 약 6000억원 상당을 배당했다. 이는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최대이익을 내주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420만2266주(25.8%)를 보유하고 있고, 그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지주 지분 5.1%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영업활동 이외의 이익금을 적립한 자본준비금 2조여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주주에게 배당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 1, 2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의도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추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함께 정기선 부사장에게 수익을 몰아주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될 경우 91.1%의 지분을 가진 현대중공업지주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LG, GS 등 주요 지주회사들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 59.8%를 훨씬 웃도는 70% 이상, 배당 수익률 5%의 고배당 정책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 836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238억원과 175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에 해양플랜트 수주라는 호재를 만나 연결 기준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지만 주력사업인 조선만 놓고 보면 오히려 영업손실(2분기 1440억원.3분기 3046억원)에 따른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렇다 보니 알짜기업 현대오일뱅크의 현대중공업지주 편입이 대주주의 장남 승계작업 등 오너 일가의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중공업에 관련된 주주들과 노조 등이 오너 일가를 위한 희생양으로 이용 당했다는 게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던 알짜사업 선박관리서비스(AS사업부문)를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것에 대해 이들은 “본래 현대중공업에게 귀속되던 AS사업부문의 이익을 현대중공업지주가 모두 향유하게 됨으로써 현대중공업은 AS사업부문의 수익을 통한 경영개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종훈 의원은 “지난 3년간 3만5000여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의 원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원가후려치기와 부당계약 등 불법하도급으로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며 “현대오일뱅크만 해도 작년 배당이 6000여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회사가 어렵다며 대규모 희망퇴직을 강행하면서도 3000억에 달하는 증여를 통해 정기선 부회장으로 경영세습이 추진됐다”며 “지주사를 통해 재벌일가에게 돌아가는 자회사 고액배당 정책을 중단하고 현대중공업과 노동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벌어들인 잉여이익금과 같은 이윤이 총수 일가의 배당이 아닌 조선산업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오는 28일 주주총회에 참여해 직접요구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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