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지배구조 '민낯', 아시아서도 하위권 '주주 권리' 취약..."文 개혁 후퇴 우려 제기"?

e산업 / 박민희 기자 / 2018-12-18 16: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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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구소, 'CG Watch 2018'에 나타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현주소
2016년에 이어 2018년 아시아 12개국 중 9위, 2010년 이후 계속 하위권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허용 등 지배구조 개혁 후퇴에 대한 우려도 제기
공정위, 기업지배구조 분석...이사회 상정 안건 99.5% 찬성…'거수기' 여전
고용진 "회사가 오너의 소유물이라는 전근대적 경영방식 2~3세대 대물림"
지난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박민희 기자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여전히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기형적인고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에 관련한 제도 및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18일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슈&분석 ‘CG Watch 2018에 나타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발표했다. 격년으로 발간되는 ‘CG Watch’는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가 아시아 각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을 평가해 나라별 평점과 순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010년부터 한국의 성적과 평가 내용을 요약해 ‘이슈&분석’으로 발간하고 있다.


2017~2018년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CG Watch 2018’은 지난 6일 발표됐으며, ACGA와 CLSA(Credit Lyonnais Securities Asia)가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아시아 12개국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으며, 각 나라의 기업지배구조를 정부/공공지배구조, 규제기관, 지배구조 제도, 상장회사, 투자자 등 총 7개 부문으로 나눠 나라별 평점과 순위를 매겼다.


평가 결과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은 12개국 가운데 9위를 기록했으며, 2010년 이후 줄곧 아시아 지역의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호주였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뒤를 이었다고 인도네시아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만 CG Watch는 한국이 비록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 2년동안 규제기관의 역할과 회계감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부감사법 개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규제 강화, 공정거래법 진행,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은 유의미한 개선 이라는 긍정적 평가다.


하지만 취약한 소액주주 권리와 공무원 2년 순환보직 제도가 개선되지 못하는 점, 상장회사들의 주주소통 의지가 약한 점 등을 문제로 지목하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여전히 아시아 지역의 다른나라들에 비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없을 경우 2년후 CG Watch 평가에서도 한국의 성적이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새 정부 출범 당시 기대가 높았고 초기에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집권 2년차에 들면서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지배구조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거시경제와 정치적 고려가 정부 정책을 얼마나 쉽게 지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경제개혁연구소)
(출처=경제개혁연구소)

CG Watch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감원이 감사인 감독 집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독립적인 이사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사회 구성과 보수, 위원회 등에 관해 기업들이 공시 질을 높이고 △규제기관이 새로운 규정 도입 시 의견수렴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고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분석에서도 총수일가가 쥐꼬리 지분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기업지배구조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등록이 4년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회사의 경영을 주도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매년 이 같은 문제점들이 언론보도와 국정감사에서 여러차례 지적이 됐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에 따르면 21개 집단 소속 계열사 1006곳 중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은 최근 4년간 18.4%에서 올해 15.8%까지 감소했다.


이밖에도 이들 회사의 이사회 상정 안건의 찬성율이 무려 99%에 달해 거수기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간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0.43%(26건)에 불과했다. 즉 99.6%에 달하는 5958건은 원안 그대로 통과된 셈이다.


특히 이들 안건들 중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된 안건은 810건이었는데, 부결된 안 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수정, 조건부가결된 2건을 빼고 나머지는 원안대로 가결돼 99.8%의 원안 가결률을 보였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지난 5월30일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 시민단체와 경제전문가 등이 참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사건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또다시 유사한 사회적 논란과 공분이 일고 있다"며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 불법경영, 심지어 밀수·탈세 의혹까지, 우리 국민들은 연일 쏟아지는 한진그룹 일가의 비리 관련 보도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재벌지배구조의 폐단을 지적했다.


고 의원은 “재벌오너 일가의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행태나 인식은 그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처럼 재벌오너 일가가 일말의 반성도 없이 부당한 권력을 제 맘대로 행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회사와 직원이 오너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 사고 및 경영 방식이 2~3세대 경영진에게 그대로 대물림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한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재벌개혁 과제로, 어떤 고상한 경제이론이라기보다는 경제 상식과 정의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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