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원천 다변화…부동산·상속 대신 사업·근로소득·투자 이익이 핵심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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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newsis) |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한국의 부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자산 구성과 투자 인식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 수는 지난 2011년 13만 명에서 올해 47만 6000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9~10%에 달한다.
부자의 거주지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체 부자의 69.2%가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전년보다 수도권 부자는 약 4900명 늘었다. 서울에서는 특히 한강 인접 자치구에 부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3066조 원으로, 지난 15년간 연평균 7.2% 증가했다. 주식시장 강세의 영향으로 금융자산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며,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 원에 이르렀다.
◇ “부동산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부동산 자산, 늘긴 했지만 ‘속도 조절’
눈에 띄는 변화는 부의 원천과 자산 구성이다. 과거에는 부동산과 상속이 부의 핵심 통로였다면, 최근에는 사업소득·근로소득·금융투자 이익 등으로 부의 원천이 다변화됐다. 스스로 벌고 투자해 자산을 늘린 ‘자수성가형 부자’가 늘어난 셈이다.
2025년 기준 부자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 54.8%, 금융자산 37.1%다.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지만, 최근 들어 주식과 예·적금 비중은 늘고 부동산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간 금융투자에서 수익을 경험한 부자는 34.9%로, 손실을 본 부자(9.4%) 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주식 투자 수익 경험 비율이 40.0%로 가장 높아 금융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짙어졌다. 거주용·비거주용 부동산 모두 신규 투자가 정체됐고, 빌딩·상가 보유율은 하락했다.
올해 한국 부자의 총부동산자산은 2971조 원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다만 증가세는 2023~2024년에 비해 둔화됐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확산된 결과다.
부동산자산은 개인명의가 56.6%(1682조 원), 법인명의가 43.4%(1289조 원)를 차지했다. 개인·법인 모두 증가폭은 줄었다.
부자 유형별로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자산가’의 부동산자산 증가율은 0.5%에 그친 반면, 고자산가·초고자산가 그룹은 12.2% 증가해 여전히 부동산 증가를 주도했다. 다만 모든 부자 유형에서 총 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하락했다.
◇ “안정적으로, 그러나 유연하게”…성공 비결은 “금융 공부와 분산 투자”
부자들의 투자 성향도 변했다. 2025년 기준 금융·부동산 투자 모두 안정지향적 성향이 강화됐다. 금융투자에서는 안정지향적 성향(49.3%)이 공격지향적 성향의 약 3배에 달했다. 자산이 많을수록 오히려 투자에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투자 지식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부자의 66.3%가 금융투자 지식이 높다, 63.0%는 부동산 투자 지식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경제 지표와 시장 흐름을 이해하고, 일부는 전략적 투자까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기 계발형 부자’가 이상적 모습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부자’, ‘가진 것을 나누는 부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도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는 일관되게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 부자’를 이상형으로 꼽았고, 중간 자산군은 경제적 자유를,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부자는 나눔과 베풂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자들이 꼽은 성공적인 자산관리의 핵심은 ‘지속적인 금융지식 습득’이었다. 여기에 분산투자와 명확한 투자 원칙이 중요 요소로 제시됐다.
자산관리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정보·지식 부족과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이 꼽혔다. 이에 따라 관심사는 부동산을 넘어 금융투자, 실물자산, 대체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기 투자에서는 기타자산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기대가 낮아진 대신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주식, 금·보석,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확대됐다.
금융위기와 저금리, 팬데믹과 긴축, AI 확산을 거쳐온 지난 15년 동안 한국 부자들은 단순한 ‘부동산 부자’에서 벗어나 안정과 균형, 그리고 가치 중심의 자산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한국 자산시장과 투자 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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