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병든 사회, 암울한 정치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5-08-08 10: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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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재직했던 대통령 중 퇴임 후 본인과 가족이 법정에 서지 않는 전임 대통령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이러한 풍경이 익숙한 것은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가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부터 극단적 좌우 편 가름으로 사회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진단에는 이설이 없어 보인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병을 앓는데 스스로 병을 모르고, 설사 자신이 병자임을 자각하더라도 고치려 들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 사회와 정치권 주변은 병을 옮기는 숙주들로 가득 찬 암울한 곳이다.

우리 시대의 병 중 심각한 문제는 완장 병 환자가 넘친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로 완장 찬 민주당은 초기 내각 진용이 구성되기도 전부터 가속 엑셀레타를 밟고 있다. 지나친 일방성으로 정국이 경색되며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었다. 국힘당을 내란 동조당 이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야당 해산을 운운하며 홀로 독주하고 있다. 과거 '여대 야소' 정국의 국회 구성 때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지금 여당이 하는 짓은 완장 병에 기갈 들린 자들이 하는 짓거리다. 그들은 행정권과 압도적 입법권 에너지로 스스로 자가발전해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여당의 총공세는 국힘당을 내란 프레임으로 씌우는 일에 입법권을 이용하며 정치적 인물과 제도를 겨냥하고 있다. 일단 특검제도를 설치해 전직 대통령의 실제 집단을 단죄(斷罪)하는 것으로 첫 실타래를 풀었다.

전직 대통령과 주변 권력 실세를 겨냥한 치죄(治罪)정치에는 일정의 한풀이가 개입되어 있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그동안 보수 정권이 진보에 가한 해코지 리스트는 너무나 많아서 집권 기간 동안 줄곧 갚아도 다 못할 정도다"라고 했다. 한풀이 정치는 뒤끝 정치다. 한국 정치에서 좌ㆍ우파를 막론한 정치의 뒤끝은 작렬했다. 현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시 인허가 사건과 경기도 지사 재직 시 대북 송금 사건의 사법적 기소는 뒤끝 정치로 정치 검찰의 검찰권 남용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걸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여당은 꼭 같은 방식의 프레임으로 야당 말살 정책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참에 국회가 정당 해산 신청권을 가져가 야당 존립 근거를 허물려 하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 만들었던 주요 제도도 폐지하고 새로운 것으로 갈아 끼우며 정국을 일당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정권 출범 전부터 특검 정국을 조성하여 극한 압박으로 정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특검 정국으로 정치는 실종되었고 정치 단어 자체가 무색하다. 한꺼번에 실시하는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은 신들린 무당처럼 마구잡이로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니 정치는 이미 백약이 무효인 중병이 들었다. 이재명 정권의 통치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정치 상황이 극에 달했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쇠한다'라는 옛말은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온 세상이 다 아는 절체절명의 정치환경에도 국힘당은 쇄신은커녕 의원 각자도생으로 시류를 거스르고 있다. 국힘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호피 하니 궤변과 요설이 난무하여 바라보는 국민 뭐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의원의 행동이 당은 망해도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이기심과 보수세력이야 어떻게 되든 이 광풍만 넘기면 된다는 기회주의적 사고가 당 전체에 깔려 있다. 특히 정치에 경험이 많은 TK 다선의 중진의원일수록 어물 쩡 커턴 뒤로 몸을 감추며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각성과 자기 객관화를 못 하는 국힘당은 인지부조화증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인지 부조화라는 표현은 심리학 이론에 쓰이는 표현으로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 행동, 태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정신적 불편함을 말한다. 신념과 행동이 상충할 때 불편감을 최소화하기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거나 가치관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인지 부조화라 하며, 어떤 일이 부딪히거나 자신의 역량이 부족할 때는 어떤 구실로든 핑계를 대며 자기 합리화로 자위한다." 이솝 우화에 여우가 높은 곳에 달린 포도를 따 먹지 못하자 '저 포도는 시어서 맛이 없을 거라며'라며 자위하는 경우다.

좀비 정당이라는 수식어 말하듯 국힘당은 온갖 불명예를 다 뒤집어쓰고도 위기의식조차 없는 한심한 당이다. 지금 국민의 힘에 '좀비'라는 단어는 일시적 용어가 아닌 하나의 경구로 자리매김 되었다. 국힘당 의원들은 이 단어가 왜 그들에게 수식어가 되어야 하는지 그걸 모른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ㆍ유대가 사라졌다. 당원들은 서로에게 '극우'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하며 누가 아군이고 적인지, 분간이 모호하다. 전투력이 좋은 동료는 극우 논리의 색깔론을 앞세워 당내 의원들끼리 총질이 열심이다. 과거 민주당은 빨갱이 색깔론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극좌 편향 동료에게 빨갱이라는 프레임으로 동료에게 색깔론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국힘당의 지지율이 괜히 무저갱으로 추락했을까. 여의도 봉숭아 학당에서 벌이는 황망한 촌극을 보며, 야당의 지금과 같은 몰락은 우연한 현상도 일시적인 사태도 아님이 분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민심은 여당에게 의석수를 몰아주는 현실을 보면 그 귀결점을 충분히 예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언제까지 남 탓하며 쇄신을 미룰 것인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탓 정치만 하다 날 새울 것인가.

사회 전체가 병들어 힘든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는 것이 포풀리즘이다. 대중의 '제 살 깎아 먹기' 정책의 무서움은 모른 체 무차별 살포하는 단물을 맛본 국민은 어느 계층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서민들은 소고기 한번 구워 먹으며 웃게 되는 것이 있을지언정 그 뒤에 기다리는 계산서에는 관심이 없다. 지도자의 즉물적 인기 전술에 훱쓸려 그 결과가 가져올 경제 파탄과 다음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답답하다.

아, 어찌하면 좋은가. 중병든 사회에서는 어떤 명의가 진단을 내려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고치려 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이 와중에 여당의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극단적 사고방식의 정치는 우려스럽다. 소통 부재의 권력 독점시대, 사회가 병들면 세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회 실상의 어지러운 현실을 볼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이 치밀지만, 나약한 국민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막막한 세상이 안타깝다.

고질병이 일반화된 사회. 여당은 중병에 걸린 완장 병 환자, 야당은 인지 부조화 병에 걸린 매너리즘 환자. 국민은 마약 같은 포플리즘 중독자. 이처럼 중병 든 환자가 들끓는 사회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이렇게 서글픈 세상은 또 어디 있을까. 작금의 정치 상황은 병든 환자들의 치료 기회는 요원하며 영원히 우리에게 병을 옮기는 원천으로 남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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