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거친 삶에 시달린 대중은 웃음을 주는 지도자를 사랑한다

칼럼 / 김쌍주 대기자 / 2019-02-19 1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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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쌍주 대기자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강해지되 무례하지 않아야 하고, 친절하되 약하지 않아야 한다. 담대하되 남을 괴롭히지 않고, 사려가 깊되 부지런해야 한다. 겸손하되 소심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되 거만하지 않아야 한다.

정계에서든 재계에서든 우리사회에서 어떤 개인적 요인보다 중요한 것이 지도력이다. 일류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어떠한 역경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마거릿 대처 총리시절의 영국이 좋은 그 실례라 할 수 있다.

한 정당의 대표 등 지도자는 물론 한 기업의 회장이나 CEO를 향한 존경여부는 지지나 주가에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지도자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진정한 지도자를 알아볼 수 있는가.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작가인 파울 존슨(Paul Johnson)은 ‘위대한 지도자의 다섯 덕목(Five Marks of a Great Leader)’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번째는 도덕적 용기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도덕적 용기란 거센 비난, 험난한 역경, 동지와 우방의 무기력함에도 아랑곳없이 소신을 지키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지다.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도덕적 용기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교회 안팎의 비난을 무시했다. 단발성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다수에게 최선을 요구하되 궁극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안겨주는 것이 지속적인 용기다.

남북전쟁 당시의 에이브러햄 링컨이 아돌프 히틀러에 맞서 고군분투하던 윈스턴 처칠이 보여준 것처럼 끈질기고 일관되며 자신을 강화하는 용기다.

두 번째는 판단력이다. 판단력 없는 용기는 무의미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능 자체는 아니다. 지능 지수가 매우 높은 똑똑한 인물들이 어이없게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많다.

학력도 아니다. 작가는 조언이 필요할 때 명문대의 우등생 출신을 찾지 않는다. 세상 풍파를 몸소 겪고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질과 화살’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남은 이들에게 의지한다.

세 번째는 우선순위에 대한 감각이다. 국가나 대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에 숱하게 부딪치며 그때마다 뭔가 결정해야 한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같은 지도자들은 자잘한 문제에 달려들어 온갖 희생을 치러가면서 기어이 밀어붙이곤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실질적 이익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찮은 문제와 진짜 큰 문제를 구분하는 데는 천부적 감각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힘의 배분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잘 배분해야 한다. 2차 대전 종전 직후 어린 학생이었던 작가는 운 좋게도 처칠의 시간을 1분 정도 빼앗을 수 있었다. 그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가 지체 없이 답했다. “힘을 아끼는 것이지. 앉을 수 있을 때 서있지 말고 누울 수 있을 때 앉지 마라.” 물론 처칠이 농담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핵심이 담겨 있었다.

처칠은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거는 일은 가능한 한 침대에서 처리했다. 그런 자잘한 일이 끝나면 침대에서 활기차게 벗어나 그날 해야 할 실질적 행동을 준비했다.

다섯 번째는 유머다. 유머는 지도력의 핵심요소다. 성공한 지도자들 가운데 유머감각이 전무했던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대처의 정적들은 그녀에게 유머감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는 대처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것을 한두 번 본 적이 있다.

600명의 남자가 참석한 어느 저녁 만찬에서 “홰치며 우는 것은 수탉일지 모르지만 알을 낳는 것은 암탉”이라는 페미니스트적인 발언을 한 것이 좋은 예다. 농담으로 나라를 통치한 지도자가 두 사람 있었다.

링컨은 투박하지만 뼈 있는 유머가 풍부했다. 레이건은 수천 가지 농담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며 거의 모든 상황에 활용했다. 부하는 농담할 줄 아는 지도자를 더 열심히 모시고 충실히 따른다. 거친 삶에 시달린 대중은 웃음을 주는 지도자를 사랑한다.

신체적 특성도 중요할까?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당시 드물게도 키가 187cm였다. 그의 키는 전장에서든 정치판에서든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큰 키 때문에 항상 돋보였던 것이다.

그 점은 프랑스의 샤를 드골도 비슷했다. 드골은 언제나 키 큰 사람만 찾아다녔다.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에 참석한 드골은 주변 사람들에게 “저 키 큰 사내 좀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였다.

그러나 작가가 지금까지 알고 지낸 진짜 키 큰 사내들은 대개 실패한 정치인이다. 키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용기, 판단력, 분별력, 유머감각이다.

무릇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조직에서 오랜 기간 달궈지고 연마된 연장 중 가장 최상의 연장이 선택받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낙하산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악수를 초래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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