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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최근 일부 유명스포츠 스타와 스타급 연예인의 문란한 생활 질서가 심하게 뒤틀면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우리 사회 이목을 지배한다.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총선을 불과 6개월 남겨둔 지금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형태는 그 소리가 그 소리로 관심에서 멀어졌고, 유명인들의 온갖 쓰레기 같은 사생활이 포탈에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뒤틀려 있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마디로 잘못된 사생활과 비도덕적인 추(醜)한 것이 더 관심을 받는 시대다.
유명인의 삶 자체가 이슈가 되고 궁금한 점에 꽂혀 즐기는 사회는 불온하다. 이 불온 때문에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며 세상을 덮는다. 일반 대중은 상상이 안 되는 말 같지도 않은 사건이 세상 이목을 가리며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정치권의 부정적 여론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집중시키니, 가뜩이나 정치꾼들에게 신물이 난 대중은 유명인들의 삐뚤어진 사생활과 그에 따른 호기심에 연일 입방아를 찧으며 시선을 고정시켜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즐긴다. 일반 대중의 삶과는 동떨어져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유명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해당 유명인으로서는 거북하며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분노가 가득한 세상에 그나마 대중이 씹을 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은 억지로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웃기는 세상이다.
왜 우리는 말 같지 않고 쓰레기 같은 삶에 그리 관심을 쏟을까? 유명인의 삶 자체가 이슈가 되고 궁금한데 꽂혀 재미있다며 즐기고 있을까. 대중이 불온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잘못된 현상이지만 나름대로 배경과 원인이 있을 터이다. 우선 휴대폰 문화와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을 손꼽을 수 있다. 국가안보, 경제발전, 혹은 민주주의와 같은 거대한 담론의 퇴조 이후 사소한 또는 주변적인 것에 관심이 증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니면 현재의 이념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너무나 버겁고 힘든 나머지 피차 부담이 없이 즐기기로는 연예인과 유명인의 사생활을 보고 듣는 일이 가장 만만한지도 모른다. 정치권의 분열이 심화 되고 분노가 가득한 세상에 대중이 그나마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함께 씹을 수 있는 정서가 정치권에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생활로 번역되는 '프라이버시'의 라틴 어원은 '분리, 박탈'이다. 사생활이란 다른 사람 사람의 눈에서 벗어나 혼자만 있고 싶은 욕구다. 이러한 욕구를 우리는 높은 담장, 현관문, 창을 가리는 커튼을 통해 가리며 지킨낸다. 사생활에 민감한 사람은 밖으로 외출 시에도 색안경이나 모자로 얼굴을 가린다. 승용차 차창은 짙은 필름을 부착해 안이 들어다 보이지 않도록 애를 쓴다. 보통사람도 이러한데,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경우는 신비주의라고 평을 받을 만큼 자신의 모습과 자신에 정보를 감추지 않으면 사생활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 것이다.
연예인들은 이렇게 사생활을 감추려 하는데 대중은 왜 지나칠 정도로 알고 싶어 할까? 인간 심리는 대리만족을 위한 면이 있다고 한다. 연예인이 누리는 화려한 사생활 듣고 보면 자신이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충족된다는 말이다. 심리 학설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려서 젖을 빨면서 입을 통해 누렸던 포만감을 어른이 되면서는 눈이나 귀를 통해 채우고자 한다. 유명 연예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듣거나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자아(自我)가 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유명인들의 시시콜콜한 소식들로 자아를 충족시킨다. 그러니 그들이 생활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생활을 한다면 세상 대중들은 마치 좋은 먹잇감을 먹는 것같이 씹으며 짐승처럼 관심을 집중시킨다.
금지된 것이나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매달려야 성과가 크다. 과도할 정도로 매달림에는 공격성이 숨어 있다. 일단 잘못된 것이 노출되면 네티즌들의 리플에 공격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생활만큼은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명인의 욕구는 그를 샅샅이 살펴보고 싶은 대중의 욕구와 충돌한다. 남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욕구도 본능적이지만 들여다보는 호기심도 타고난 것이다. 물론 특정인의 사생활에 관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알고자 하는 욕구 충족도 중요하지만 호기심을 어디까지 충족시키도록 허용할 것인지는, 문화에 따라 허용하는 범위와 깊이와 다르다.
어찌 보면 삶과 어떤 연관성이 없는 사건에 호기심을 가지며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스타급 인사들의 몰상식을 즐기는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이 추(醜)함을 특종 사건이라며 반복적으로 계속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다. 이 모든 현상은 정치 불신이 가져다준 결과라는 관점에서 대중은 어쩌면 현실 도피인지도 모른다. 부조리한 세상, 온갖 불의가 득실대며 세상이 힘들 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치는 문제 해결은커녕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서민의 삶은 모르는 체 한지 이미 오래다. 이처럼 사회가 어려울수록 스타들의 삶이야말로 혹세무민의 온상이 아니겠는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유명 스타는 대중의 눈과 귀를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글을 쓰는 지금도 텔레비전 뉴스는 온통 유명 스타의 마약에 관한 보도와 유명스포츠 스타의 사기 연루 사건에 관한 것뿐이다.
아, 세상이 모두 잘못되어 가고 있다. 너와 나, 누구 가릴 것 없이 이건 너무 추(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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