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매망량’, ‘쿠데타’ 비판…경영승계 정당성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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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출판사 다이아몬드가 올해 2월 출간한 <롯데 창업주는 왜 경영자 교체에 실패했나?>표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 인터뷰 등을 근거로 작성한 책이다. <사진=다이아몬드 온라인 홈페이지 캡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올해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 정상화’를 언급으로 재계에선 경영권 분쟁 재현을 우려한 바 있다. 한 달여 뒤,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승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 출간됐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일방적인 주장만 반영된 글이다. 여러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동주 회장이 한국 상장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2015년부터 시작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2주기에 맞춰 “2년 전부터 롯데의 상황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다 올해 2월 3일, 일본 대형 출판사 '다이아몬드'는 저자 마쓰자키 다카시의 저서 『経営者交代 ロッテ創業者はなぜ失敗したのか(롯데 창업주는 왜 경영자 교체에 실패했나)』를 출간했다. 이는 저자가 2020년 11월 26일 출간한 『ロッテを創った男 重光武雄論(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츠 다케오)』의 속편이다. 전작이 신 명예회장의 성공기라면, 최근 발매작은 실패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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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마쓰자키 다카시의 저서 <롯데 창업주는 왜 경영자 교체에 실패했나>. <사진=온라인 서점 사이트 캡쳐> |
책은 신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 신선호 일본 산시스 회장,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장남 신동주 회장 등 친족과 일본 롯데 전·현직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회의록 등을 취재해 쓴 평전이라고 다이아몬드 측은 설명했다.
해당 내용은 출판사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신 명예회장이 장남 신동주 회장에게 롯데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수십 년 준비했으나 차남 신동빈 회장의 ‘쿠데타’로 인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 명예회장이 2007년 롯데홀딩스 설립 후 “히로유키(신동주)에게 넉넉하게 주식을 갖게 해 줘”라고 했으며 이는 “사실상 히로유키(신동주)의 후계자 지명과 다름없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50%+1주를 보유한 신동주 회장이다. 신동주 회장은 애초 50%를 갖고 있었으나 2015년 10월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1주를 받았다.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38.8%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가 신동빈 회장의 “야심에 불을 붙였을 것“,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형에게 빼앗긴다는 초조감과 야심이 탔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아키오(신동빈)는 한·일의 롯데이 복잡한 자본 구성을 처음 자세히 알게 돼 롯데홀딩스의 상세한 자본 구성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일본 롯데 전·현직 관계자들 증언을 인용했다.
이어 저자는 신동빈 회장이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전 롯데캐피탈 사장, 츠쿠다 다카유키 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가세’해 신 명예회장의 대표권과 회장직까지 박탈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가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함으로써 그는 어떤 반격도 못 하고 롯데 왕국에서 추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동빈 회장, 마사모토 전 사장, 츠쿠다 전 사장을 괴물·요괴란 의미의 ‘이매망량(魑魅魍魎)’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이들을 자극한 건 신 명예회장 ‘실언’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신 명예회장이 신동빈 회장 측 인사의 허위 보고를 그대로 신뢰해 신동주 회장 입지를 약해지게끔 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당시 츠쿠다는 신 명예회장이 경영진 훈계를 듣지 않고 거액의 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허위 보고를 했고, 타케오(신격호)는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 히로유키(신동주)에게 ‘잘렸다’는 말 실수를 했다. 아키오는 이 말을 깃발로 하고 히로유키로부터 자회사를 포함한 모든 직책을 빼앗아 가 롯데그룹으로부터 추방해 버린다”라고 썼다.
저자는 신 명예회장의 이러한 일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후계자 지명은 공적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시행(발표)해야 한다 ▲후보가 여러 명이면 계승 순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승계 타이밍을 오판해선 안 된다 ▲후계자에게 경영권뿐 아니라 경영이념도 계승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라 ▲후계자 지명은 경영자의 전권 사항이 아니라 이사회와 논의해야 할 문제다 ▲만전의 준비를 무너뜨리는 결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저자로부터 인터뷰 의뢰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반영돼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법적 검토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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