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주거지와 가까워 주민건강영향 대책 마련 서둘러야
-제철 공정 전환으로 탄소중립 달성 시 최대 9800명 누적 조기 사망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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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지난 11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가 석탄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수근 기자)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철강 산업은 대기오염의 주요 요인이자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한국의 경우 세계 6위의 주요 철강 생산국으로, 조강(가공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채 제강로에서 나온 강철) 생산의 약 70%는 석탄 기반의 고로-전로(BF-BOF) 공정에 의존하고 있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기후솔루션은 일관제철소(고로, 전로를 비롯해 다양한 철강 반제품 및 완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생산 시설이 갖춰진 제철소)가 내뿜는 대기오염 물질의 위험성을 담은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국내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과 건강 피해’ 보고서를 발간, 화석연료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CREA와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28일 국내 일관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광양(포스코), 충남 당진, 경북 포항(포스코) 3곳에서 각각 광양환경운동연합과 전남녹색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관제철소 3곳에서 배출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의 워험성을 폭로했다.
◇제철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관련 사회적 손실 3조 4000억 원에 달해
환경단체에 따르면 제철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질소(NO2) 연평균 최대 1.5μg/㎥, 이산화황(SO2) 1.22μg/㎥인데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까지 가세해(0.4μg/㎥) 공기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오염 안전 수준 공해 허용량의 8~12%를 차지하는 양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러한 대기오염 농도와 확산도를 정량화해 이를 토대로 대기오염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 평가를 수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506명의 조기 사망이 제철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며 “조기 사망 및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 4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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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제철소의 이산화질소(왼쪽)와 초미세먼지(오른쪽)의 평균 배출 농도(2021).자료=기후솔루션. |
조사 대상 제철소 가운데 건강 피해 원인 기여가 높은 곳은 광양제철소, 포항제철소, 당진 순으로 나타났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1년 광양제철소가 조기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300명대이며 국내 타 제철소보다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이 훨씬 많은 만큼 선도적인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CREA 연구진과 기후솔루션이 공동참여한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국내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과 건강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광양, 당진, 포항 3개 지역 일관제철소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활용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 배출 오염물질에 의한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인원이 1만 명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분석을 확장해 기후솔루션의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보고서’가 제시한 3가지 경로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건강 영향을 분석했다. 3개 시나리오는 제철소가 ▲현행 화석 연료 기반 제철을 지속할 경우,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어들 경우, ▲2번 시나리오에 더해 철강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해 철강 생산량이 일부 감소하는 경우 등이다. 그 결과 1번 시나리오 경우 2022~2050년 사이 제철소의 대기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조기 사망자가 1만 93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적 경제 비용 은 약 127조 원이었다.
그러나 현행 고로-전로 방식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로와 그린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오염 물질 배출도 줄어, 누적 조기 사망을 약 9300건에서 9800 건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를 막는 탄소중립 경로를 따를 경우 제철 공정으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크게 개선해 1만 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제철소의 2050 탄소중립은 지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며 그와 더불어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제철소로 인한 여수 묘도 주민들의 건강 영향에 대한 내용이 하나 둘씩 발표되고 있다”며 “광양제철소의 대기질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직접적 피해 보상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대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경우 50년 이상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철소로서 주거지와 가장 가까이 입지해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일관제철소의 환경설비 개선과 규제강화, 주민건강영향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통상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되는데 철강 산업의 공정 및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오염물질 감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철강 산업은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강 전과정에서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전력과 그린 수소 확보를 위한 투자·지원도 선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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