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의지한 채 전우들 영령 앞에 서다… 참사자들 가슴 먹먹하게 만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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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태백중학교학도병 추모식 참가자 단체사진. (사진=정경시사포커스 제공) |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이달이 되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떠올린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번영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 희생 위에 세워진 소중한 결실이다.
그 가운데에는 아직 교복을 벗지 못한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6월 13일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 보병 제3사단 영내에서는 특별한 추모제가 열렸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태백중학교 학생 127명과 담임교사 박효칠 선생, 그리고 함께 입대한 학생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이날 추모제에는 보병 제3사단장과 장병들, 당시 참전했던 생존 학도병 박성환 용사, 태백중학교 교사와 학생, 동문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한국 최초의 북파 유격대원들의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사)호림안보협의회 유재복 회장과 임원들도 함께해 나라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의 넋을 추모했다.
◇ 교실을 떠나 전장으로 향한 태백의 젊은 용사들
1951년 1월.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시기였다. 중공군의 공세로 대한민국은 다시 큰 위기에 놓여 있었다.
당시 태백중학교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 123명과 담임교사 박효칠 선생, 그리고 타 학교 학생 3명 등 모두 127명이 자원해 보병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다.
이들은 열흘 남짓한 기초훈련만 받은 뒤 곧바로 전장에 투입됐다. 영월 녹전전투를 시작으로 현리, 간성, 김화, 양구, 피의 능선, 가칠봉, 건봉산 등 중동부전선의 치열한 격전지를 누비며 조국을 지켰다.
그러나 전쟁은 너무도 잔혹했다.
휴전이 될 때까지 함께 싸운 전우들 가운데 18명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꽃다운 나이에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전장으로 향했던 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조국에 바쳤고, 영원한 호국영령으로 남게 되었다.
◇ 살아있는 역사, 박성환 용사의 헌화
이날 추모제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장면은 생존 학도병 박성환 용사의 헌화와 분향이었다.
올해 96세인 박성환 용사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전우들의 영령 앞에 섰다. 세월은 흘렀지만 나라를 위해 싸웠던 학도병의 기개는 여전히 당당했다. 현재 생존한 태백중학교 학도병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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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중학교 학도병 전적비(제3보병사단). (사진=정경시사포커스 제공) |
소년병으로 전쟁을 겪었던 한 노병의 모습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태백중학교 학생들에게 이날은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교과서 속 역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학교 선배들이 직접 써 내려간 역사를 눈앞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 선배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후배들
전쟁이 끝난 뒤 태백중학교 학도의용군들은 '화백회'를 결성해 전사한 전우들을 추모했고, 모교에 충혼비를 세웠다. 2009년에는 학도병기념관도 건립됐다.
오늘날 태백중학교는 학도병 참전학교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며 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추모제에 참석한 학생들과 동문들 역시 선배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잊지 않는 국민이 강한 나라다
학도의용군은 6·25전쟁 당시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약 2만 7천여 명이 실전에 참여했고, 2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후방지원 활동에 나선 것으로 기록돼 있다. 수많은 여학생들 역시 간호원으로 참전해 전쟁의 상처를 함께 감당했다.
태백중학교 학도병 127명은 그 거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다. 그들은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주인공들이었다.
오늘도 중부전선 최전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백골부대 장병들처럼, 태백중학교 후배 학생들 역시 선배들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교복을 입었던 학생들이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바쳐 지켜낸 나라.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소중한 가치다.
7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장으로 향했던 태백중학교 소년들의 발걸음은 결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 그리고 나라를 사랑했던 뜨거운 마음은 오늘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조국을 위해 산화한 18위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127명의 태백중학교 학도병 용사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선배들의 뜻을 이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과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태백중학교 후배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다시 한번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산화한 태백중학교 학도의용군 호국영령들과 참전 용사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 숭고한 애국정신은 대한민국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일요주간 / 이진영 기자 webmaster@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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