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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청룡이 비상하는 갑진년 우리는 누구나 흰 백지에 365일이라는 희망을 차별 없이 선물로 받았다. 새해라고 해서 어제와 크게 다를 리 없지마는, 세시의 매듭이 분명한 해 바뀜은 오랜 습속으로 새삼 선현들의 지혜로운 생활이라 생각된다. 새해 새 아침에 덕담을 나누며 새 소망을 계획하는 것은, 지난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사 작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새해 백지 위에 그리는 소망과 계획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한 해 뜻을 계획하고 꿈꿔 보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바램은 채워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하루에 계획은 새벽에 세우고 한 해의 계획은 원단에 세우는 세시 풍속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바 없다. 이 일은 어찌 개인뿐이겠는가. 몸담고 사는 사회 조직이나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 해의 목표와 목적을 계획하고 설정하는 일을 최우선에 두었다. 그만큼 주어진 시간을 잘 쓰기 위한 지혜로운 생각 때문일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다 평등하게 주어졌다고 그 시간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시간을 뜻하는 헬라어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크르노스는 연대기적 시간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반적인 시간을 의미하고, 카이로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가치의 시간을 의미한다. 크르노스가 저절로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영원성이 있는 절대적 시간이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한 이 두 가지 시간 중 어떤 시간을 택할 것인가에는 자명하다.
다사다난했던 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의 시끄러움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발목을 잡았던 지난해를 견뎌내고 '우리는' 두 발을 굳건히 다지고 밝아오는 새 아침을 두 팔 안으로 새 꿈을 가득히 담아 안았다. 이런 우리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자존하고 자긍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굴하지 않았다. 한때의 움츠림이나 한 걸음 물러섬은 있었지만, 그것은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역사의 긴 눈으로 바라볼 때, 계속 전진하고 발전하고 있다.
세상 이치는 뿌리는 자가 거두며 수확은 기름진 토양이 아니고는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농사를 지으며 토양의 비옥화를 위해 얼마만큼 균질성 있게 객토 작업에 노력했느냐를 스스로 물어야 하며, 내일의 희망찬 삶을 위해 곳곳에 골고루 객토 작업과 뿌리고 가꾸기를 해야 한다. 미련과 회한은 일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남게 마련이다. 진작에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멈추지 말고 궤도 수정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온 길을 거울삼아 삼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흔히 새로운 것은 낯설고, 낯선 건 배척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성이 지속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소통의 부재, 대립과 반목이 그 어느 때보다 깊었던 지난해를 반면교사로 새해에는 갈등보다 존중과 배려를, 비난보다 따뜻한 격려를 해주는, 사람 냄새가 나는 살기 좋은 사회를 지향해야 되지 않겠는가. '나'부터 라는 마음으로 솔선수범이 절실하다.
올 한 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또 만나야 할지를 생각한다. 밝은 눈과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바로 선택해야 할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바른 지도자를 뽑아 정의와 정도가 삶의 기본이 되는 세상을 열어가도록 꼼꼼히 살펴 증오와 편 가름을 숙주 삼아 정치를 하는 속물 정치는 이젠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자. 청룡의 새 시대는 불공정에 따른 불평등의 반칙 생활은 이 사회에서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풍토를 만들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국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갑진년 새해 우리는 모두 앞을 내다보며 사람도 잘 뽑고 계획을 잘 세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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