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일하는 야간노동자들… 더 오래 일하고 더 지친다”... 일과 삶의 경계 무너져

e산업 / 임태경 기자 / 2026-03-17 13: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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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야간노동자 평균 주 47.5시간 근무… 스트레스 높고 수면의 질 낮아

▲ 24시간 편의점과 새벽 배송 등 생활 편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밤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pexels)
 

새벽 배송과 24시간 서비스가 일상이 된 시대, 누군가의 '편의'는 누군가의 ‘희생’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 야간 노동자들은 비야간 노동자보다 주당 8시간 더 일하면서도 극심한 수면 장애와 낮은 직무 만족도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밤의 노동’이 공공 서비스를 넘어 생활 산업 전반으로 침투하며 우리 사회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 야간노동자들, 긴 노동시간과 불규칙한 근무에 노출

 

24시간 편의점과 새벽 배송 등 생활 편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밤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야간노동자들은 낮에 일하는 노동자보다 더 긴 노동시간과 불규칙한 근무에 노출되며 스트레스와 수면 문제 등 삶의 질 측면에서 더 큰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야간노동의 노동 현실과 삶의 질’ 패널 브리프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노동패널조사 26차 자료를 활용해 야간노동자와 비야간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건강 상태, 직무 만족도를 비교 분석했다.

◇ 취업자 6.4%가 야간노동

과거 야간노동은 공공안전이나 보건의료 서비스처럼 공익 목적의 분야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24시간 편의점과 새벽 배송 등 개인의 생활 편의를 위한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야간노동은 단순히 근무 시간이 밤이라는 문제를 넘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면서 만성 피로와 수면장애 등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예측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은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야간노동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로 규정하고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 기준 이상의 야간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를 특수 건강검진 대상자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 사이 최소 2시간 이상 근무하는 ‘밤 근무’를 월 4회 이상 수행하는 노동자를 야간노동자로 정의했다.

2023년 기준 조사 대상 취업자 1만 3080명 가운데 야간노동자는 842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나머지 1만 2238명(93.6%)은 비야간노동자였다.

야간노동자는 제조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운수업 등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운수업 비중이 높은 것은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등 물류 산업의 성장 영향으로 분석됐다.

직업군별로는 장치·기계조작·조립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에서 야간노동 비율이 높았다.

또 야간노동자의 남성 비율은 70.6%로 비야간노동자(57.5%) 보다 높았고 고졸 이하 학력 비율도 56.4%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거주지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비중이 62.6%로 더 많았다.

◇ 토요일·일요일 근무 많고 근무시간도 불규칙

야간노동자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7.5시간으로 비야간노동자의 39.7시간보다 약 8시간 더 길었다.

월평균 임금은 야간노동자가 351만 9000원으로 비야간노동자(314만 4000원)보다 37만 5000원 많았다. 이는 야간근로수당과 긴 근로시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평균 근속기간은 야간노동자 10.1년, 비야간노동자 10.4년으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평균 일자리 이동 횟수도 각각 3.5개와 3.2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야간노동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일반적인 근무시간을 벗어난 비표준 근무 형태가 매우 많았다.

야간노동자의 근무 형태를 보면 ▲저녁 근무 92.7%, ▲토요일 근무 89.2%, ▲일요일 근무 74.2%로 비야간노동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 비율도 41.3%에 달했으며 한 달 평균 장시간 근무 일수는 14.1일로 조사됐다.

근무시간의 규칙성 역시 낮았다. 특히 교대근무 비율은 야간노동자가 58.9%로 비야간노동자(2.4%) 보다 크게 높았다.

◇ 스트레스 높고 수면의 질 낮아…근로시간·환경 만족도는 낮아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 주관적 건강 수준은 두 집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트레스 수준은 야간노동자가 4.418로 비야간노동자(4.220) 보다 높았다.

수면의 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야간노동자의 평균 수면시간은 413분으로 비야간노동자보다 하루 평균 7분 짧았다.

또 야간노동자는 잠들기 어렵거나 자는 동안 자주 깨고,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이 지속되는 수면 문제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임금 수준이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만족도는 두 집단이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근무환경, 일의 내용, 개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는 야간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근로시간 만족도는 야간노동자 3.189, 비야간노동자 3.492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야간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한 근무에 더 크게 노출돼 있으며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운동량은 적고 스트레스는 높으며 수면의 질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기술 통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변수 간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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