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제가 먼저 주목한 성장 서사, 청소년기 섬세하게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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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가은 감독.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나는 거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틈에서 태어나는 감정을 오래 바라본다.”
감독 윤가은(1982~)은 그렇게 ‘작은 틈’을 통해 세계를 이야기해온 사람이다. 초등학교 교실의 시선에서 친구 관계를 그려낸 데뷔작 〈우리들〉(2016), 가족의 재구성을 섬세하게 풀어낸 〈우리집〉(2019), 그리고 6년 만의 신작 〈세계의 주인〉(2025)에 이르기까지, 윤가은의 카메라는 언제나 ‘성장’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해왔다.
◇ 일상에서 세계를 보는 눈
윤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으로 단편 시절부터 ‘관찰자적 연출’로 주목받았다.
2012년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상〉, 그리고 2016년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2017년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까지, 데뷔 초반부터 국제적 찬사를 받아왔다.
그의 영화 속 세계는 늘 “작은 것의 위대함”을 증명한다. 친구와의 오해, 가족 간의 거리, 사춘기의 불안처럼 사소해 보이는 감정들이 윤가은의 렌즈 안에서는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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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계의 주인'. (사진=newsis) |
◇ 6년 만의 귀환, ‘세계의 주인’
2025년 10월 윤 감독은 세 번째 장편 〈세계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개봉과 동시에 한국 독립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는 “인싸와 관종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으며 벌어지는 미묘한 사건들이 ‘관계의 세계’를 다시 묻는다.
CGV 골든에그지수 96%, 개봉 닷새 만에 관객 3만 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윤 감독의 전작을 넘어서는 흥행 궤도를 그리고 있다.
◇ 세계가 주목한 ‘윤가은의 감정의 문법’
〈세계의 주인〉은 이미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된 것을 비롯해 핑야오국제영화제 2관왕,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BFI런던영화제, 도쿄필맥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등 세계 각국 영화제에서 연이어 호평받고 있다.
도쿄필맥스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카미야 나오키는 윤 감독의 연출을 두고 “전형적인 감정 묘사를 피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한 작품”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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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우리집'. (사진=newsis) |
◇ ‘온기’를 느끼는 영화, 그리고 사람
윤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독립영화 세 편을 하며 흥행은 먼 꿈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 등 동료들의 ‘용감한 손 내밂’이 있었다.
그는 “그들의 지지는 나나 영화에 대한 찬사라기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주인’이들에게 건네는 손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가은의 영화는 결국 ‘관찰’이 아닌 ‘연결’을 향한다. 관계의 틈에서 태어난 따뜻한 온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 봉준호가 주목한 차세대 감독
봉준호 감독은 윤가은을 “한국 영화가 가장 오래 바라봐야 할 작가”라 평가했다.
그의 세 번째 영화 〈세계의 주인〉은 지금도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며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올해의 한국 영화’로 꼽히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거창한 서사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한 소녀의 눈빛 속에 ‘세계의 균열’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우리는 문득 자신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윤가은 감독 약력 요약
1982년생 (43세) / 물병자리 / 개띠
2012년 제34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2014년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상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2017년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2025년 신작 〈세계의 주인〉 — 한국 독립영화 박스오피스 1위, 해외 7개 국제영화제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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