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탈당과 기만 정치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3-05-23 14: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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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나는 시골 한구석에서 독서를 하며 때로는 글도 쓰지만, 인간이 살아가며 발생 되는 필연의 문제를 소재 삼아 논제로 글쓰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하되 굳이 이런 내용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은 세상사가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사태가 하도 많으니 왜 그런 것인지 어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하고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기어이 쓴다. 요즘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고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 저런가. 저들이 하는 행동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이 단순한 물음조차 답을 찾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하도 답답해서 이 글을 쓴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없다. 온통 못 볼 것만 보도하며 악취를 풍기니 난감하다. 아침저녁으로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코인 문제를 보며 공인이라 칭하는 자들이 세상 살아가는 방식에 기가 차고 혀가 돌린다. 지난 한 주는, '매일 라면만 먹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가난한 야당 국회의원'이 수십억 원의 가상 화폐 거래 의혹으로 평생 받을 스포트라이트를 한 주 동안 받는 일이 발생했다. 법적으로 위법한 것이 없다며 억울해하던 그는 여론이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탈당이 어이없는 건 민주당이 자체 진상 조사단을 꾸려 코인 의혹을 밝히겠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교 실책 설화로 수세 정국에 몰려 있던 국민의힘당은 정치적 호재를 만난 듯 연일 동료 의원에게 도덕성을 들먹여가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여ㆍ야 싸움 붙이기를 좋아하는 언론도 확인되지 않는 추측성 보도까지 겸하며 가상 화폐 사건에 휘발유를 뿌렸다. 가상 화폐의 위력이 가상 보도까지 불러 억측이 난무하며 급기야 사건이 '코인 게이트'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않아도 돈 봉투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야당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러워졌다.

사태 초기 수수방관하던 민주당은 사건 당사자의 황당한 해명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당 차원에 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단은 "지금까지 의문이 제기된 것들을 조사하겠다. 코인 계좌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의혹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본다. 신속히 진행하겠다." 고 했다. 조사단은 조사 초기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고 이미 보도된 내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는 것 등을 밝혀내 최고위에 보고했다. 민주당이 당사자가 갖고 있는 코인을 모두 매각하라고 권고한 것도 조사 결과가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김남국 의원이 코인 의혹 사건을 여당과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라는 인식에 있다. 그는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히고 소명하겠다."라며 결사 항전 의사를 밝혔다. 이쯤 되면 언론과 국민은 바보라는 말이다. 사태 당사자는 "불법적인 투자는 일절 없었다." "앞으로 진상 조사단에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당으로부터 가상 화폐 매각 권고를 받았다. 당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말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중간보고가 예정된 날 전격 탈당하였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납니다.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라며 탈당의 이유를 말했다. 친 명계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즉생(死卽生)의 길을 택한 것이라 했다. 나는 사즉생이란 단어의 어휘는 죽기를 각오하며 최선을 다하면 살아남는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김남국 의원에게는 생즉사(生卽死)의 단어가 적정한 비유라 생각한다. 정작 떳떳하다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모든 진상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죽는 게 정치인의 올바른 도리이다.

대개 따지기를 좋아하는 정치인은 잘못한 것이 드러나면 음모론을 펼치며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기로 맞선다. 사태가 불리하면 탈당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정당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탈당을 식은 죽 먹듯이 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를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믿고 뽑아준 지지자 등에 칼을 꽂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한다. 이것이 과연 책임지는 정치 행위인가, 국민 기만행위인가 분간이 모호하다. 특히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국민을 파는 정치인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잠시 떠난다'는 어휘는 사건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 자신의 입지가 불리하면 떠나고 조용해지면 돌아온다는 그 자체가 꼼수 정치며 기만의 정치다.

21대 국회의원 탈당 수가 13명이 된다. 국민의힘 2명과 민주당에서 11명이다. 탈당 이유 대부분은 부동산 의혹과 금전과 관련된 것이다. 여당의 탈당 2명은 의원직 사퇴로 이어져 사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야당은 11명이나 탈당했다. 탈당 이유도 꼼수, 임금 체불, 성 비위 꼬리 자르기 등 낯부끄러운 것들이다. 진실로 인간의 마음속에 선한 의지가 존재한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야당의 탈당은 철저히 당리당략으로 이루어졌으며 스스로 잘못을 책임지며 의원직을 사직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가책 없이 탈당을 하는 몰염치한 의원님들아. 탈당을 할 때는 뽑아준 지지자 생각도 좀 해 보시라. 두려운 마음으로 말하건대, 당신네를 뽑아준 유권자가 바보로 보이느냐? 당신들의 위선에 한숨이 나오고 기만에 분통이 터진다.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을 위한 기만과 위선의 탈당, 이것이 반칙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위장된 민주주의 옷을 입고 행동하는 비겁한 파시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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