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명절 밥상에 정치가 오르는 사회, 바른 것인가

칼럼 / 최철원 논설위원 / 2026-10-02 14: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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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삶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려면 밥상에 정치 이야기를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야는 명절 밥상 민심이 나빠졌다며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고 각을 세운다. 명절 밥상까지 정치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에서 정치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몇 명만 모이면 주된 화제가 정치 이야기이며 급기야 편이 갈려 언쟁을 한다.

물론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쟁취한 나라답게 정치에 관한 관심은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처럼 자리 잡았다. 친지들과 소주 한잔하며 오가는 이야기에도 정치가 빠지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는 명절이면 집집이 정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다. 문제는 관심의 정도다. 정치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것과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상대편의 말에는 이유 없이 분노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정치의 관객에서 선수로 뛰어들고 있다. 정치인이 벌이는 공방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편을 대신해 상대를 공격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흥분하고, 반대편 정치인의 말에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가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감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정치적 감정이 일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가족과 친구, 오랜 이웃 사이에서도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얼굴을 붉힌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던 사람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알게 된 뒤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보다 정치적 성향으로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같은 뉴스를 보고도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정책을 두고도 찬반이 갈릴 수 있다. 민주주의란 어쩌면 그런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상대에게 내주장을 설득시키려는 데 지나치게 많은 힘을 쏟는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여기고, 상대의 말에서 옳은 부분을 찾기보다 반박할 말부터 찾는다.

정치인의 말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속한 정당과 지지층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거친 말이 오가고 여야가 대립하는 모습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공방을 국민이 그대로 일상에 들여와야 할 이유는 없다. 정치인은 정치로 싸우더라도 국민은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정치는 분명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세금과 집값, 일자리와 교육, 의료와 복지처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 상당수가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관심을 두는 것과 정치에 매몰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쫓으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치 뉴스에 감정을 빼앗기고, 인터넷 댓글과 영상 속 정치 논쟁에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과 나눌 대화는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정치는 우리 삶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정치에 관한 관심이 지나쳐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흔들고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갈라놓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정치 때문에 가족끼리 다투고 친구와 거리를 두며 오랜 인연까지 끊는다면 정치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너무 커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명절은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건강을 걱정하고, 자녀와 손주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아주 소중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마주 앉은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가 시작되고,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명절의 의미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 표를 어디에 행사했는지,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지가 그 사람의 전부일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정치보다 훨씬 오래된 관계가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있고, 친구로 지낸 세월이 있으며, 이웃으로 살아온 정이 있다.

그러니 정치에 관심을 두되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매달리기보다 그 말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상대의 말에서 틀린 것만 찾기보다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에 관한 관심은 깊게 하되, 정치에 내 삶 전체를 내어주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가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삶 전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까지 갈라서는 순간, 정치는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배하는 힘이 된다.

추석 밥상에 정치 이야기를 올리지 말자는 말도 정치에 무관심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두되 정치에 휘둘리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잠시 정치에서 눈을 돌리고 눈앞에 앉은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의 삶이 정치 때문에 갈라지고 일상이 정치에 잠식된다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국민들이여, 정치가 뭐기에 명절에도 불필요한 언쟁을 합니까. 명절에 만남은 모든 관심은 접고 덕담하며 즐겁게 지내자.

추석 밥상에는 정치보다 사람이 앉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먼저다.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ch25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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